이번 시즌의 남학생 경기 Soccer

지역 예선전이 치러지다.

3월 5일은 제가 Janet 아줌마 집으로 옮기기 바로 전이었는데, 아주 신이 난 날이었어요. Janet 아줌마 식구들과 함께 Sweet Water라는 동네로 Soccer 경기를 보러 간 날이거든요. Tennessee에 있는 고등학교들이 모여서 하는 시즌 경기 지역 예선전이지요. 우리 학교는 4게임이나 했는데 모두 다 이겼어요. 그래서 본선에 진출할 티켓을 땄지요.

우리 학교에 있는 한국 교환 학생이 모두 Soccer 팀의 선수예요. 우택 오빠는 골키퍼이고, 영재는 필드에서 번갈아 가면서 뛰고, Morgan 오빠도 선수고요, 아주 잘한답니다. 그리고 브라질 교환 학생인 Rubens도 선수인데 스트라이커로 골을 많이 넣었답니다.

저는 축구 경기 구경을 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서울 월드컵에서는 붉은 악마가 되어서 막 우리나라 경기를 따라다니면서 응원했거든요. 그 기분을 살려서 이번에도 Janet 아줌마, 말타 언니와 함께 아주 목이 터져라 신나게 응원을 하였지요. 우리 학교가 경기에 이겨서도 기뻤지만 옛날 그 신나는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도 무척 좋았답니다.

Tennessee 지역 본선에 간 날

지난 4월 16일과 17일은 Nashville에 갔어요. Tennessee주 고등학교들의 축구 Tournament of Championship이 Nashville에서 열리는 날이었어요. 그래서 16일(금) 학교도 휴교를 했어요.

우리 식구들은 모두 15일 목요일 저녁에 Nashville을 향해 떠났어요. 2일 동안의 경기 응원을 위해서 선수단과 함께 응원하는 사람들이 단체로 묵을 호텔도 예약했답니다.

미국 사람들은 정말 인생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기 자식의 경기를 위해서 직장도 쉬고, 3시간 걸리는 장소까지 차를 몰고 가서 2박 3일 동안 묵으면서 다른 것은 다 잊고 오로지 자식 학교의 경기를 응원하는 것!!!! 정말 멋지지 않아요? 참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그저 대학교 들어갈 공부만 하라고 할 텐데…

본선에서는 3경기를 했어요. 본선에 나온 학교들은 크고 부자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학교가 많았어요. 그 학교에 비하면 우리 학교는 인원이 아주 작은 공립학교예요. 400명이 조금 안 되는 380명이니까요. 하지만 작아도 알찬 것 같아요. 3위를 했으니까요.

Morgan 오빠는 Starting member로 뛰었어요. 영재는 본선 팀에는 발탁이 되지 못했고, 우택 오빠는 대기조로 멤버에 들어갔어요. 지난번 예선에서 맹활약을 하던 브라질 교환 학생 Rubens는 뛰지 못했어요. Rubens가 있으면 1등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Rubens가 시합에 못 나간 이유는 브라질에 계시는 엄마가 뇌종양이라는 연락을 받고 브라질에 다니러 갔기 때문이에요. 엄마 소식을 듣고도 겉으로는 밝고 명랑하게 행동해서 저희는 떠날 때까지 잘 몰랐어요. 2주 후에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브라질로 갔을 때 우리는 정말 서로 자기 일인 것처럼 걱정을 하였답니다. 다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우리 식구 중에도 아픈 사람이 생기면 어쩌지?’하고 말이지요. Rubens는 2주 후 돌아 왔는데 다행히 엄마의 수술도 잘 되고 해서 지금은 걱정 없이 지내고 있답니다.

정말 목이 터져라 신나게 응원을 하고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3위를 했다는 기쁨에 다들 즐거운 기분으로 집에 왔답니다.

참 마지막 날 오전에 시합이 없을 때 우리는 Federal Reserve Bank 와 Nissan 공장에 견학을 갔었어요. Nissan 공장에서는 서울대공원에 있는 코끼리 열차 같은 열차를 타고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경했어요.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것은 앞으로 차를 살 때 자기네 차를 사게 하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Nissan은 일본차라 저는 그렇게 즐겁지도 재미있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배가 조금 아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 아무도 사진기를 갖고 가지 않아서 사진을 찍지 못했어요. 지금 같으면 1회용 카메라를 사서 찍는 요령도 알았을 텐데, 그 때는 제가 지금보다 더 어리버리 했던 것 같아요. 사진이 없어서 글이 재미가 없어져버렸네요.

체력의 중요성

저는 비록 Softball 시합에 출전하지는 못했고, 여학생들은 지역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시즌 경기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직접 훈련도 해보고, 응원도 신나게 함으로써 고등학교 운동 경기의 참 맛을 조금은 느낀 것 같아요. 정말 미국 아이들은 재미있는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체력도 무척 좋아지고요. 

제가 어려서 태권도를 억지로 한 이유는 아빠의 권유 때문이에요. 아빠는 잠시 미국에 와서 연구를 하실 때 체력이 미국 사람들을 따라 갈 수 없다고 느끼셨다고 해요. 연구하는 사람들은 새벽 3-4시까지 일을 하고 그 담날 또 끄떡없이 출근해서 일한다고 해요. 그래서 이다음에 진짜 공부를 하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서 태권도를 하라고 권유하셨어요. 

▲ 동생과 함께 태권도장에서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은 중학교 여학생인 제가 태권도를 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셨어요. 제가 태권도에 특기가 있어서 체대에 가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하셨지요. 그러면서 엄마에게 “곧 고등학생이 되는데 어떻게 하려고 공부는 안 시키고 태권도를 시키냐?”고 하셨어요. 심지어는 “외고 공부시키면 될 아이를 신경도 안 쓴다. 나 같으면 전교 1등 만든다.”고 막 핀잔도 주셨어요.

저도 그런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친구들 거의 모두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하거든요. 중3때 우리 반에서 보습학원 안 다니는 아이는 저와 공부를 아예 버린 아이 단 둘이였어요. 그래서 저도 늘 ‘내가 공부를 못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부모님은 “학원교육 필요 없고 학교 공부 충실히 하면 된다. 남는 시간엔 운동이나 악기를 하나 다뤄라.”고 하시면서 저에게 꿋꿋이 운동할 기회를 주셨지요. 지금 저는 너무 감사해요. 태권도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이곳에 와서도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체력과 또 운동에 도전해서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 같아요.

이곳은 주중에는 공부를 정말 빡시게 해요. 숙제에 시험에 눈코 뜰 새가 없지요. 특히 영어가 완전하지 못한 저로써는 다른 학생보다 더 바빠요. 그래서 주중에 운동하는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토요일, 일요일도 공부를 한다면 수업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저의 Host Family에서는 그런 것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아요. 신조가 ‘주중에는 열심히 학교 공부한다. 주말에는 공부고 시험이고 모두 다 잊고, 경기 구경을 가거나 놀러 가거나, 운동 하거나, 그냥 놀거나 하면서 재미있게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거든요. 제가 방과후 활동으로 운동을 선택한 것을 흐뭇하게 생각하셔요. 저의 부모님보다 더 세지요. 그래서 제가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거지요.

다음 편에는 에메랄드빛 드레스를 입고 멋을 잔뜩 부리고 간 Prom Dance Party에 대하여 써보려고 해요. 기대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년 4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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