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8일 신강(新疆) - 실크로드의 핵심 : 우루무치

2. 우루무치(乌鲁木齐) -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

투루판을 떠난 우리는 약 2시간 30분 동안 버스를 타고 우루무치로 향했다. 차창 양쪽으로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는 천산산맥이 보였다. 양쪽으로 사막이 보이는 거야 고속도로가 사막 한가운데를 뚫었으니까 그렇다 치고 천산산맥이 양쪽으로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천산산맥이 투루판과 우루무치 사이에서 한 번 끊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산산맥이 투루판 쪽에서는 북쪽으로 보이다가 우루무치로 넘어가면 남쪽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우루무치는 천산산맥 북쪽을 따라 가는 천산북로 기점에 해당하는 도시이다. 천산북로 북쪽에는 알타이산맥이 있고 그 너머로는 준가르 분지가 펼쳐져 있다. 우루무치는 삼면이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만 툭 터진 고원지대로, 평균 고도가 800미터에 이른다. 남쪽 산록에 자리 잡은 남산목장을 필두로 주변에 말을 기르는 목장이 많다. 우루무치라는 이름 자체가 몽골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이다.

우루무치로 가는 길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사막을 가득 메우고 있는 풍차의 숲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거의 볼 수 없었던 거대한 풍차의 대열. 이야말로 중국이 본격적인 서부 개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풍력 발전 설비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풍력뿐 아니라 수력, 태양광, 바이오 등 대부분의 신재생 전력 생산 분야에서 연평균 8.8퍼센트에 이르는 폭발적인 성장을 해 왔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이미 2013년에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2022년을 전후로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에서 유럽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우루무치가 중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7세기 당이 이곳과 이웃 지무싸얼에 북정도호부(北庭都護府)를 설치하고 천산북로를 관할하면서부터다. 그리고 18세기 청 건륭제가 준가르부를 평정하고 이곳을 적화(迪化)라 부르면서 중국 영토가 되었다. 그러나 우루무치가 지금보다 더 중국과 세계의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신재생 에너지의 원천으로 거듭난 사막과 각종 지하자원 때문이다.

천산 천지 이야기

▲ 천산천지

우루무치에서 약 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백두산 천지와 이름이 똑같은 천지가 있다. 예전에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철거되고 버스가 관광객을 실어 나른다. 해발 1910미터 지점에 있어 백두산 천지보다 조금 더 낮고 수심도 더 얕다. 무엇보다도 알록달록한 유람선이 오가는 분위기가 화산암의 호위를 받고 있는 백두산 천지에 비해 신비감이 떨어진다. 5400미터가 넘는 보거다봉의 만년설이 멀리 보이지 않으면 충주호나 소양강댐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 천산천지

천산 천지에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서왕모와 관련된 전설이 깃들어 있다. 본래 서왕모는 곤륜산 요지(瑶池)에 살면서 불로장생을 가져다주는 신도(神挑)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훗날 주 목왕이 서역으로 순행을 갔다가 천산 천지에서 서왕모를 만나 함께 노래도 부르고 놀았다는 전설이 만들어졌다. 그 후 이곳은 ‘요지’라 불리게 되었고 호반 산록에 요지궁이라는 서왕모 사당도 들어섰다. 천지란 이름은 청나라 때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천산산맥은 중앙아시아까지 쭉 뻗어 있기 때문에 실크로드 주변에는 천산이라는 산이 많다. 우루무치 천산에 깃든 전설은 중국의 서왕모 이야기이다. 그런데 중앙아시아 쪽 천산에는 단군 신화와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카자흐스탄의 천산이다. 그곳에는 먼 옛날 하늘에서 텡그리가 내려와 나라를 세웠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를 두고 어떤 이들은 텡그리가 바로 단군이니 카자흐스탄과 우리나라가 건국 신화를 공유하는 형제 국가라고 흥분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이 먼 옛날부터 가지고 있던 인연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인연은 이 세상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이 서로에 대해 다 갖고 있지 않을까? 어차피 거슬러 올라가면 한 사람인 조상으로 수렴되는 것이 지구촌의 인류이니 말이다. 그리고 텡그리가 단군이라는 것은 프레지던트가 대통령이라는 말보다도 더 뻔한 말이다. 텡그리는 하늘을 가리키는 고대 아시아의 공통어이며 단군은 텡그리를 음차한 말이기 때문이다. 여러 민족이 공유하던 말과 여러 민족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던 신화를 공유한다고 해서 유별한 인연이라도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지나친 일이다. 미국에 갔더니 그곳에서도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제일 높은 사람이더라면서 한국과 미국은 역사적 뿌리가 같은 형제 국가임에 틀림없다고 떠드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글/사진  강응천 역사저술가 및 출판기획자, 인문기획집단 문사철 대표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한겨레테마여행  themetour@hani.co.kr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