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팥배나무, 국수나무 등
지난 연휴 고향 어머님과 장모님을 찾아뵙느라 한 주 쉬었다가 관악산을 찾았더니 하얀 꽃들이 많이 보인다.
초입부터 아까시 향이 진하게 반겨준다. 너무나 익숙한 향이다. 하얀 꽃들은 꿀도 많다던데 꿀벌들이 바쁘다.
가위바위보하며 아카시아나무 잎을 손가락으로 튕겨 떨어트리는 게임을 하던 적이 있었다. 그 시절 산에 가장 많은 나무가 아카시아였다. 똑 같은 나무가 세월이 흘러 아까시나무가 되었다.
솜처럼 몽실몽실한 꽃들이 자주 보인다. 노린재나무 꽃이다. 잿물이 노래서 노린재나무란다. 염색할 때 꼭 필요한 나무였다고 한다.
이 꽃도 역시 꿀이 많은지 벌레들이 많이 모여 있다.
능선에 오르면 역시 하얀 꽃을 피운 팥배나무를 자주 보게 된다.
팥을 닮은 열매가 달리고, 꽃은 배나무 꽃 같아 팥배나무이다.
나무을 덮을 만큼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는데 가을엔 빨간 열매를 또 그렇게 달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노린재나무나 팥배나무가 하얀 꽃을 위로 피운다면 하얀 꽃을 나뭇잎 아래로 매달고 피우는 나무가 쪽동백나무, 때죽나무이다.
둘이 비슷하게 생겨 처음 보면 구분이 힘들다. 아직 꽃망울만 매달고 있는 모습까지 닮았다.
줄기가 국수 가락을 닮아 이름이 된 국수나무도 한창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얼마 전까지 하얀 꽃을 덮어쓰고 있던 이팝나무도 배고픈 보릿고개에 ‘저게 쌀밥이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지어진 이름이었다. 옛날엔 국수도 귀한 음식이었다. 긴 면발처럼 오래 살라고 생일이나 혼례 등 잔칫날 특별히 먹던 음식이 국수였다. 아직도 처녀, 총각에게 ‘국수 언제 먹여 줄거야?’라고 묻고 있다. 그러하듯 저 나무줄기가 국수 면발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먹을거리를 찾아 산을 오를 때마다 하였을 것이다.
진짜 회나무라는 참회나무도 꽃을 피웠다. 가을엔 빨간 열매가 예쁘다.
잎이 박쥐 날개를 닮은 박쥐나무도 꽃망울을 달았다. 독특하게 생긴 예쁜 꽃이 기다려진다.
한국 토종 라일락인 꽃개회나무도 수많은 꽃망울을 달고 향 좋은 꽃들을 피울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올괴불나무에는 벌써 빨간 열매가 달렸다.
버찌도 익어가기 시작했다.
벌깨덩굴은 마지막 꽃을 매달고 있다.
독초인 천남성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둥굴레는 하얀 꽃을 줄 세워 매달고 있고, 용둥굴레는 쌍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꽃이 어른 손바닥보다 커서 이름조차 큰 꽃이 들어간 큰꽃으아리가 정말로 큰 꽃을 자랑하고 있다.
꽃봉오리가 붓을 닮은 붓꽃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온 산에 하얀 꽃이 한창이다.
지난 주 애들이 사 준 새 신을 신고 왔다. 아무리 새 신을 신고 뛰어봐도 단숨에 높은 산을 넘기엔 무리다. 천천히 가자.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이 번 강풍에 꺽인 안타까운 나무들도 가끔 보인다. 그러나 역시 그 강한 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이 훨씬 많았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관시암보살’, ‘나무하미타불’이 새겨진 바위가 더욱 새롭다. 한참을 합장하고 있다 돌아선다.
탁 트인 전망이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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