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온'의 개업식을 지켜보며 묘한 감회에 사로잡힌 사람은 비단 필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한겨레 주주들과 시민들이 참여하여 협동조합을 만들었고 미래의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음식점 운영도 그에 못지않게 잘 될 것인가에 대한 일말의 염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영업적인 측면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는 것은 나름 믿는 구석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공간 온'은 이미 브랜드가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 시작도 하기 전에 이렇게 전국적으로 사회 각계각층에게 그 이름을 알린 음식점은 유사 이래 처음일지도 모른다. 단일 음식점이 한겨레신문에 두 차례에 걸쳐 그 오프닝을 알린 것도 그러하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한겨레에 실렸던 몇 회에 걸친 큰 광고들하며 개업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시민운동가들하며 한겨레 주주들과 시민단체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입은 음식점이 과연 단군 이래 어디 있었을 것인가?

'문화공간 온'은 그런 면에서 좋은 기회를 안고 출발한 셈이다. 출발만 그런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공간 온' 앞에 좋은 기회만 놓여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위협요인도 분명 존재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영업적인 측면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다. '문화공간 온'이 안고 있는 기회이자 위협이다.

'문화공간 온'의 개업식에서 그 시작을 알린 축원 '비나리'는 그 날 참여한 조합원들의 마음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야외도 아닌 좁은 실내공간에서의 국악 공연이기에 참여자들을 더욱 신명나게 만들었다. 야외무대였다면 그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문화공간 온'의 개업식은 이렇게 신명나는 한 판의 축제로 시작되었다. 징과 북, 꽹가리와 장구의 조화로운 음률은 참여자들의 마음마저 하나로 모으고 '문화공간 온'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충만하게 만들었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문화공간 온'이 잘되기를 비나이다. '문화공간 온'이 시민 사회운동의 조화로운 화합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활 불타오르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

분명 비나리는 그렇게 하늘을 향해 축원했다. 하늘 또한 '그리하마' 하고 응답을 하는 듯 했다. 참여자들 중 몇몇은 그런 하늘의 응답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밤이 늦도록 그렇게 함께 어울려 노래를 부르며 흥겨워했을 것이다.

이제 '문화공간 온'이 진정한 문화공간이 되어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고 교류하는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 잡는 일만 남았다. 서로 만나야 한다. 토론도 좋고 강연도 좋다. 시위 현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집회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위를 마치고 차분히 문화공간에서 마주앉아 토론도 하고 음식을 나누며 공연도 즐기면서 문화적인 교류를 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시민사회운동이다.

자신이 속한 단체의 구호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이제껏 절감하지 않았는가? 시민운동의 연대는 구호만의 연대로 그쳐서도 안되고 시위현장에서의 연대만으로 그쳐서도 안 된다. 그 연대는 향기와 품격을 지닌 시민문화를 공유하고 창출하는 문화의 연대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이것이 '문화공간 온'이 태동한 실제 배경이 아니겠는가?

'문화공간 온'은 이렇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 속에서 출발했다. 한국 사회에서의 시민운동은 소위 긍정적 이탈을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기존의 시민사회운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할 시점이다. '문화공간 온'이 그 역할을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공간 온'이 마주하고 있는 기회를 잘 활용하고 위협적인 요인을 줄여가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차츰 차츰 그 모습을 찾아갈 때까지 조합원들과 한겨레 주주들 그리고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인내를 가지고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이유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무와 금속의 조화로운 공간으로서 인간이 산업화의 희생양이 되기보다는 산업사회의 단점을 극복해가는 시민운동의 모델로서 '문화공간 온'의 가치를 한껏 빛낼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권용동 주주통신원,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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