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미진 주주통신원

지난해처럼 올해도 김장거리가 눈치없이 풍년이어서 여기저기서 공짜로 막 주네요. 씨앗값 한 푼 안 보태고, 풀 한 포기 안 뽑고 얻어먹는 게 마음에 얹혀요. 물 맑고 공기 좋은 청도 산골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고춧가루, 찹쌀, 무, 배추, 쌈배추 등 골고루 선물 받고, 외갓집 올케로부터 된장, 간장, 무를 받고, 앞집에서는 배추를 주고, 또 두 군데서 고춧가루를 다섯근과 서근을 선물 받아 아직 내가 산 고추는 꼭지도 안 딴 상태. 밑찬을 좀 챙겨 갚았지만 마음의 빚이 한 보따리입니다.

저는 김장을 조금씩 쉬엄쉬엄 며칠 동안 한답니다. 큰 통도 없거니와 소금물도 아낄 겸, 몸살예방도 되고. 그저께는 쌈배추 물김치(한 통 반)를 담고, 오늘은 쌈배추 양념김치(한 통 반)를 담고, 내일은 분홍물김치(한 통 반)를 담으려고 배추 두 통을 절이는 중. 한 통은 내 몫이고 반 통은 조카며느리에게 줄 것. 다음 주 한번은 배추김치(한 통 반), 또 한 번은 갈치를 넣은 배추김치(한 통)

글 쓰다 잠시 잠깐, 책 읽다 잠시 잠깐 이렇게 일하면 김장도 운동처럼 재밌답니다.

*살림의 힌트*

하나: 일회용 장갑을 끼기 전 손에 물을 묻히면 쉽게 빠지지 않아요.

둘: 통배추를 자를 때 뿌리부분이 위로 향하게 세운 뒤 주먹으로 두어 번 살짝 내리 친 다음 배추 잎과 잎 사이의 공간을 잘 찾아 자른다. 이 때 칼을 배추의 삼분의 일 지점에서 멈추어 뺀 다음 손으로 살살 흔들어주며 두 쪽으로 가른다. 배춧잎이 고스란히 제 모양을 갖춘다. 칼집이 끝까지 내려가면 모양도 나쁘고 배추부스러기가 무지 많이 생김.

뿌리부분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야 배추가 소금을 덜 먹는다. 그리고 절반의 뿌리부분에 약간의 칼집을 넣고 소금 한 줌, 이파리 사이사이에 치는 웃소금간은 다섯 시간쯤 지난 후 아래 위의 위치를 바꿀 때 해야 배추가 덜 상한다. 생배추를 벌려가며 소금을 치면 소금낭비도 심하고, 배추가 꺾이거나 뜯겨 지저분해진다.

이미진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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