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 아랫동네 사는 아들 내외와 안산 자락길을 걸었다. 8년 전 아들과 같이 연희동에 산 적이 있다. 그 때 안산을 많이 올랐었다. 자락길은 개발되지 않았지만 그 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산은 자그마하지만 많은 약수터를 가지고 있었고 특히 정상에는 세종 때부터 봉수대가 운영되고 있었다. 국경의 긴급한 사정을 신속히 궁에 전달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안산 봉수대는 평북 강계에서 출발하여 황해도~경기도 내륙을 따라 고양 해포나루를 거쳐 남산 제3봉수대에 최종 보고되기 바로 전단계의 봉수대이다. 겸재 정선이 양천 현령으로 있을 당시 한강너머 안산을 바라보며 저녁에 피어오르는 봉홧불 개수를 헤어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며 안현석봉(鞍峴夕烽)을 그렸다 한다. 안산위 봉화불이 요즘 누군가가 그렇게 싫어하는 촛불 같기도 하고 호롱불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너무 재미나게 그려져 있다.

▲ 겸재 정선이 양천현령에 부임하면서 주로 한강변의 경치를 그린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간송미술관 소장)중 안현석봉(鞍峴夕烽).

봉원사를 거쳐 안산자락길로 접어들었다.

▲ 봉원사 극락전

향이 좋아 돌아보니 찔레꽃이 피어 있다. 꽃보다 향이 먼저 다가오는 꽃이다. 이 꽃만 보면 이연실이 부른 찔레꽃이 생각나며 괜히 짠하다.

 

엄마 일 가는 길엔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발목 바쁘게 내게 오시네

밤마다 보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너머로 흔들리는 꿈

▲ 찔레꽃
▲ 찔레꽃(위 사진) 찍는 필자

아카시아 꽃이 질 쯤 찔레꽃이 수줍게 피어난다. 예부터, 그래 지금까지 엄마 아빠 아침에 들일 나가시는 길섶엔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있었다. 엄마가 돌아와야 저녁을 먹을 텐데 엄말 기다리는 그 순간 아이들은 배도 고프다. 아카시아 꽃도 먹는다지만 아이들에겐 너무 높은 곳에 피어 있다. 찔레꽃이야말로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는 꽃이다. 엄말 기다리며 새순을 따 씹어보고도 하고 꽃도 따 머리에 꽂아 보기두 하구.. 이래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찔레꽃을 보면 엄마를 떠올리나 보다.

▲ 찔레꽃

때죽나무에 꽃이 떼로 달려있다. 향도 참 좋다.

▲ 때죽나무

능안정에서 커피 한잔 하며 잠시 쉬었다.

▲ 능안정서 커피 한 잔

능안정 유래가 적혀있다. 현 중앙여고 내에 위치하고 있었던 의령원은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원자인 의소(懿昭) 세손 정의 묘소이며 일명 ‘애기능’으로 불려왔다. ‘애기능’이 위치한 고개라 하여 ‘애오개’라 불리다가 ‘애오개’에서 유래한 한자어인 『아현(阿峴)』이 되었다 한다.

▲ 능안정 유래

돌복상도 자주 보인다. 벚꽃에 가려 그 예쁜 복사꽃이 안 보였던 모양이다. 내년 복사꽃 필 때쯤 또 와야겠다.

▲ 돌복상

나중에 열매가 빨갛게 딸기처럼 달리는 산딸나무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 산딸나무

뽕나무도 자주 보이는데 오디가 많이도 달렸다.

▲ 오디

가끔씩 안산자락길을 걷는다는 아들 내외. 집 가까운 데 이리 좋은 곳이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자주 걷고 안산도 올라보라 했다.

▲ 데크 길에서

꽃은 많이 졌지만 그래도 향을 자랑하는 아까시나무 많은 곳에서 아들이 단체사진을 찍어준다. 난 그 아들을 찍었다.

▲ 아까시나무 아래서 단체사진 찍는 아들

국수나무도 참 많다.

▲ 국수나무

이 표시만 따라가면 된다.

▲ 안산 자락길 표시

꽃이 족제비꼬리를 닮은 족제비싸리도 한창이다. 관악산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무다.

▲ 족제비싸리

조선조 말 일제를 거치며 살기 힘든 서민들이 모두 땔감으로 가져가 서울 근처 산은 거의가 민둥산이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 후까지 황폐화된 우리 땅에 맞게 빨리 잘 자랄 나무로 골라 온 것이 아까시나무와 족제비싸리 그리고 리기다소나무, 사방오리나무였다고 한다. 한양도성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안산은 벌거숭이산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해서 아까시나무와 함께 족제비싸리가 저리도 많은 것일 거다. 그에 비하면 관악산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민둥산은 면한 모양이다. 족제비싸리가 눈에 안 띄는 걸 보면 말이다. 관악산에는 아까시나무도 산아래쪽에만 보인다.

▲ 족제비싸리

줄기를 꺾으면 애기 똥 같은 노란 액이 나오는 애기똥풀이 천지다.

▲ 애기똥풀

자세히 보아야 겨우 볼 수 있는 정말 작고 예쁜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꽃마리다.

▲ 꽃마리

꽃이 태엽처럼 말려있는 꽃대가 펴지면서 피어나서 꽃마리가 되었다.

▲ 꽃마리

열매가 쥐똥을 닮은 쥐똥나무도 향이 좋은 하얀 꽃을 피우고 있다. 꽃도 예쁘고 잘 자라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 쥐똥나무

전망대에서 바라본 인왕산 위로 한양도성이 뚜렷이 보인다..

▲ 인왕산

멀리 북한산도 보인다.

▲ 북한산

이름은 외래어 같지만 전라도 토종으로 그 동네서 히어리라 불렀단다. 벌써 열매를 달고 있다.

▲ 히어리

데크길이 끝나고 아스팔트길로 나서니 박두진시비가 우릴 반긴다.

▲ 박두진시비

연대 무악학사를 지나 북문으로 나왔다.

▲ 연대 북문 가는 길

맛집으로 유명한 북문아구찜에서 늦은 점심을 맛나게 먹었다.

▲ 북문아구찜

커피 한잔하고 오늘 가벼운 산행을 마무리했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효삼 편집위원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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