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이 기자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 시켜주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고 한겨레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일일기자체험은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경험이자 기회였다. 어려서부터 마루에 앉아 아버지와 뉴스를 보는 일이 남들에게는 지루할 시간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달콤한 휴식시간이자 많이 배우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기자의 꿈을 갖고 내가 기자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수도 없이 그리며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꿈 많고 열정적이던 내가 어느새 대학입시라는 틀에 주눅 들어 ‘기자’라는 이름을 듣고도 아무런 설렘과 기대가 느껴지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저 입시에 대한 압박감과 무기력이 함께 가중되면서 내가 대학을 왜 가야하는지, 내 꿈은 뭐인지 조차도 확신이 안 들어 힘들어하던 와중에 뜻밖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처음 가보는 신문사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기대감, 잠깐이나마 학업의 스트레스에서 풀려난 느낌 때문에 신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저 기분 전환할 생각으로 가볍게 온 것이 아니라는 것. 내 스스로 진로에 대한 확답을 듣기 위해서 간 것이랄까. 나름대로 진지하게 신문사를 찾아갔던 것이었다.

도착하자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신문사의 모습이었다. 번쩍번쩍한 유리창 빌딩에 고개를 제처 위로 올려다봐야하는 거대한 외관을 자랑하는 신문사를 상상하고 왔지만 한겨레는 내 예상과는 사뭇 달랐다. 사옥 곳곳을 덮은 담쟁이 넝굴부터해서 꾸미지 않은 듯한 수수한 외관이 오히려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다음 사진은 도착하고 바로 찍은 한겨레 신문사 전경이다. 사진에서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주택단지와 상점 사이에 위치해 있는 한겨레 신문사이다.

▲ 사진 : 인천신현고 2학년 김승현 학생 제공

나는 이를 보며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한겨레 신문사의 지리적 위치가 해당 신문사의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한복판 번화가에 대단한 빌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는 신문사도 훌륭하겠지만 그저 평범하게 서민들 삶 속에 자리 잡아 창간발기 선언문 내용의 일부처럼 노동자, 농민, 여성 등 기존 언론이 소홀히 다루는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는 언론이야말로 참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진로 관련 독서를 계기로 내가 아닌 누군가가 쓴 언론만 들었지 이렇게 스스로 언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것 같다.

다음으로는 한겨레에서 제공해주었던 프로그램들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고 내가 느낀 점에 대해 쓰고자 한다.

대부분의 강연은 1층 로비에 위치해 있는 청암홀에서 진행되었는데 가장 재밌었던 프로그램을 뽑으라 한다면 주저 없이 첫 번째 강의이다. 작년 아동학대 관련 보도로 올해의 기자상을 받으신 하어영 기자님의 <기자란 누구인가?> 라는 주제의 강연이다. 이 강연은 말 그대로 기자란 무엇인지, 어떤 사람이 기자가 되는 것인지에 대한 강연인데 하어영 가자님의 화려한 말솜씨와 Q&A 시간으로 인해 지루할 틈 없이 빨리 지나갔다. 현역 기자님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이론적인 얘기보다는 본인이 직접 취재하고 보도했던 내용들을 얘기해주셔서 조금이나마 기자에 대한 생각이 현실적으로 바뀌었던 시간이었다.

두 번째로는 한겨레 소개 동영상을 보고 사내 견학이었는데 한겨레에 오기 전 가장 기대했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상황 상 기자님들께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주요 부서들을 직접 견학했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부서는 편집국이었다. 전에도 언론인의 꿈을 갖으며 상상했던 나의 모습은 동료들과 회의하고 밤샘 야근하며 기사를 써내려가는 것이었는데 상상이 현실로 비쳐졌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학생들이 들어오는데도 어떤 한분도 개의치 않으시며 열심히 작업을 하시던 많은 편집국 기자님들의 모습에 조금은 놀랐고 멋있어보였다.

순간순간이 너무 꿈만 같았던 시간이 지나 맛있는 점심식사를 한 후 세 번째 프로그램으로 이동하였다. 잠깐, 세 번째 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전 도시락 사진을 지나치기 아까워 한 장을 올린다.

세 번째 프로그램은 신문제작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아우르는 신문 제작 역사에 대한 강연과 윤전기 견학이었다. 한겨레 신문사의 역사와 함께 발전된 신문제작 기술, 현재 신문제작에 도입된 시스템 등 실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신문사 아닌 다음에는 들을 수 없는 소중한 얘기들이라 생각해 피곤해도 졸지 않고 열심히 들었던 강연이었다.

세 번째 강연을 마치고는 윤전국을 견학하였다. 윤전국은 작성한 기사들을 종이로 인쇄하는 하나의 거대한 공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사실 윤전국을 처음 듣는데다가 난생 처음 보는 낯선 기계들과 기계소음들로 인해 견학하는 내내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웠다. 실제 윤전국에서 일하시는 직원분의 자세한 설명 덕분에 기계의 작동 원리, 방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눈으로 직접 보았던 것이 값진 경험이었다.

마지막, 네 번째 프로그램은 차성진 전직 기자님의 지도하에 진행된 기자 직무 체험이다. 취재의 기본인 인터뷰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같이 온 친구들과 서로 인터뷰를 진행해보는 시간이었다. 기본적인 질문인데도 불구하고 기자의 입장으로 친구를 인터뷰할 때는 다른 느낌이었다. 조금 더 신중하게 되고 친구 사이지만 예의를 갖춰 인터뷰를 하면서 기자의 소양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의 상황을 알고 프로그램을 짜신 건가라고 착각할 정도로 일일 기자 체험은 작년 기자상을 받으신 하어영 기자님의 강연부터 사내 견학, 신문 제작 과정, 기자 직무 체험까지 자신이 기자에 적합한지 충분히 점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프로그램 진행 중에서도 느꼈지만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오면서 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내 꿈은 기자라는 것.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인이 되어야겠다는 것. 갑갑하고 막막한 입시 과정에 놓여 있는 입시생에게 다시 힘차게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 한겨레 신문사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세상을 보는 정직한 눈을 가진 따뜻한 언론인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인천신현고등학교 2학년 신주혜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신주혜  sjh@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