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기울게 한 미녀들!

트로이와 헬레네

예나 지금이나 3100여 년 전에 일어난 트로이 전쟁은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신화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 태어난 헬레네는 인간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헬레네는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와 결혼하여 왕비가 됩니다. 그녀는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가장 아름다운 남자인 트로이의 파리스 왕자와 트로이로 달아납니다.

화가 난 메넬라오스는 그리스에서 가장 강력한 왕이며 형인 아가멤논에게 복수를 부탁하자 대대적인 그리스 연합군이 만들어져 트로이 공격에 나섭니다. 10년간의 전쟁은 트로이 목마에 의해 트로이성이 함락당하며 끝나지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로마의 두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는 모두 클레오파트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악티움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연합군을 무찌른 옥타비아누스는 100년에 걸친 로마의 내란을 평정하고, 이미 원로원에 의해 신이 된 카이사르의 양자로서 신의 아들이란 타이틀과 원로원으로부터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아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가 됩니다. 이후 200여 년간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었고 모든 황제들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요.

폭군 桀(걸)왕의 절세미녀 말희

중국역사에서 성군하면 堯舜禹湯(요순우탕)을 꼽지요. 주나라를 몹시 숭상했던 공자는 무왕의 동생이면서 어린 조카 성왕을 잘 보필하여 주 왕실의 기반을 이룬 주공 '단'을 성군에 넣기도 합니다.

堯에서 舜으로, 舜에서 禹로 권력이 넘어가는 것은 투쟁도 아니고 세습도 아닙니다. 오로지 잦은 범람으로 백성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황하를 누가 잘 관리했는가에 따라 왕통을 넘겨주는 선양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았고 그리하였기에 그들을 성군이라 합니다.

禹왕은 夏(하)라고 하는 나라를 세우고 아들이 뒤를 있는 세습 왕정의 전제국가의 틀을 만듭니다. 桀(걸)왕의 폭정에 나라는 망하고 백성들은 湯(탕)왕을 섬겨 商나라가 들어섭니다. 商은 殷나라로도 알려졌지요. 은은 수도의 이름이고, 은허에서 갑골문이 다수 발견되면서 역사시대로 편입이 됩니다. 그러다 또 다른 폭군 紂(주)왕에 의해 백성들이 피폐해지자 周(주)나라 武(무)왕이 천명을 받아 무도한 폭군을 제거한다며 군사를 일으킵니다.

여기에 언급된 요순과 걸주를 옛 선인들은 자주 언급을 하였습니다. 성군 요순과 폭군 걸주!

사마천의 사기 열전에 하나라 마지막 왕인 걸왕이 폭군이 되어가는 과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항복하며 헌상된 절세미녀 말희를 왕비로 세우고 그녀의 청에 따라 새로운 궁전을 짓고, 연못을 파서 술을 채우고 고기를 못가에 매달아 즐기는 주지육림! 부당함을 간하는 충신들에게는 구리쇠를 달구고 기름을 부은 후 그 위를 건너게 합니다. 처참한 비명을 지르며 불구덩이에 빠져죽게 했던 가혹한 형벌! 결국 하왕조는 망하고 말지요.

商나라 紂(주)왕의 미녀 달기 

商나라 마지막 왕인 紂(주)왕은 달기라는 미녀를 몹시 총애하여 무엇이든 청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자 당연히 황후와 사이가 좋지 못했는데, 자객이 주왕을 습격합니다. 달기는 황후가 시킨 일이라고 뒤집어씌워 죽게 만듭니다. 무거운 세금으로 곳간을 가득 채우고, 갖은 음행으로 궁 안에선 밤낮의 구분이 없어집니다. 또한 충신의 심장을 도려내기도 합니다.

▲ 달기 (사진출처 https://ja.m.wikipedia.org/wiki/ファイル:FengShen.jpg

결국 주나라 武(무)왕이 군사를 일으키자 紂왕은 자살을 하고 달기는 참수가 됩니다.

주 무왕이 商나라를 치려고 거병을 하여 수양산에 이르자 백이, 숙제라는 두 현인이 무왕의 말고삐를 잡고 신하가 천자를 치는 것은 천명을 어기는 것이라며 그 부당함을 하소연합니다. 무왕이 거절하고 진군을 계속하자 백이, 숙제는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로 연명을 하다가 죽습니다.

바로 성삼문이 이 고사를 언급했지요. 세종의 아들이면서 문종의 동생인 세조가 어린 단종을 폐위시키고 영월로 귀양을 보내자 목숨을 걸고 세조를 제거하려다가 발각이 되어 죽임을 당한 성삼문이 중국에서 사신이 왔을 때 이 시를 지어 중국사기에 정통함을 드러냈습니다.

“수양산 바라보며 이제를 한하노라.

주려 주글진들 채미도 하난것가?

비록애 푸새엣거신들 그 뉘 따헤 낫나니?"

그 고사리는 누구의 땅에서 났느냐? 나는 그냥 굶어죽겠다는 내용입니다.

고사 하나를 더 언급을 하자면 무왕의 아버지 文왕이 세를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재상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낚싯줄이 없는 곧은 낚싯대로 세월을 낚던 강태공 여상!

강태공 여상이 궁핍한 집안은 돌보지 않고 만날 강에 나가 헛손질만 하니 울화통이 터져 그 부인이 집을 나갑니다. 나중에 주나라 천하가 되고 제후가 되어 봉읍지로 가는 길에 옛 고향에 들리지요. 폼 나게 금의환향을 한 강태공 앞에 옛 부인이 뛰어나와 무릎을 꿇고 다시 살자고 합니다. 강태공이 냉수 한 그릇을 청합니다. 부인이 물그릇을 건네자 그대로 맨 땅에 쏟아 붓지요. 그리곤 이 물을 주워 담을 수 있느냐고 합니다. 엎질러진 물 고사이지요.

주나라 유왕이 빠진 미녀 褒姒(포사)

이렇게 3050년 전에 세워진 주나라는 잘 굴러갑니다. 그러다 약 400년이 지났을 때 또 한명의 미녀가 등장을 합니다. 웃지 않는 미녀 褒姒(포사)!

▲ 포사도상.百美新詠圖傳。Wang Hui(1736-1795) (사진출처 zh.m.Wikipedia.org>wiki>褒姒)

포나라 사람에 의해 주나라 유왕에게 바쳐진 절세가인입니다. 포사의 미색에 빠진 유왕은 웃지 않는 포사를 기쁘게 해주려고 안달을 하지요. 어느 날 궁녀가 지나가다 나뭇가지에 옷이 걸려 찢어집니다. 비단 찢어지는 소리에 드디어 포사가 살포시 웃자 넋 나간 유왕은 닥치는 대로 비단을 징수해 찢어댑니다.

당시 주나라는 개국공신들을 제후로 봉하고 땅을 주어 다스리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외적이 침입하여 나라가 위급해지면 봉화를 올리고, 제후들은 즉시 군사를 이끌고 와서 나라를 지킵니다. 한 번은 실수로 봉화가 올라갔습니다. 그러자 뽀얀 먼지를 일으키면서 부리나케 제후들이 달려왔는데 와서 보니 허탕이었습니다. 난감하고 머쓱하게 돌아가는 군사들을 본 포사가 갑자기 깔깔거리고 웃습니다. 이를 본 유왕, 쾌재를 부르면서 틈틈이 봉화를 올려 포사를 웃게 합니다. 나중에는 아예 왕후 신씨와 신씨의 소생 태자 의구를 폐하고, 그 자리에 포사를 왕후로, 포사의 소생 백복을 태자로 삼습니다. 그러자 신씨는 아들 의구를 데리고 신국의 아버지한테로 피신을 합니다. 아버지 신후는 불같이 노해 다른 나라들과 연합하고 견융족을 끌어들여 유왕을 칩니다. 유왕은 다급히 봉화를 올렸지만 아무도 달려와 주지 않습니다. 결국 유왕은 죽임을 당하고 나라는 망합니다.

그러자 제후국들이 원래의 태자 의구를 옹립하고 서안부근에서 낙양으로 수도를 옮깁니다. 즉 의구가 평왕이 되어 주나라를 이어갑니다. 그래서 유왕까지를 서주라고 하고 평왕부터 동주라고 하지요. 동주도 약 400여년을 이어가지만 동주부터는 왕권이 유명무실해지고 패자가 중국을 지배하는 춘추전국시대가 열립니다. 그러다가 秦(진)나라가 통일을 하면서 유명무실한 주나라도 역사에서 사라집니다. 그리고 최초의 황제 진시황 이후로 모두 황제라 칭하지요.

음력 5월 5일(6/9)은 단오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단오에 관한 글을 올리겠습니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동호 주주통신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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