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4일 오랜만에 산행에 나섰다. 연휴인 관계로 어디를 가나 차가 막혀서, 원래 예정되었던 청송 주왕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서울근교 포천쪽으로 방향을 잡고 철원 금학산을 오늘 목표지로 정했다.

금학산은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평리에 위치한 해발 947m 산이다. 해동지도에 따르면 산의 형세가 학이 내려앉은 모양을 하고 있어 유래한 지명이라 한다. 도선국사는 궁예가 송학으로부터 철원에 도읍을 정할 때 궁을 짓되 금학산을 진산으로 정하면 300년을 통치할 것이지만 고암산으로 정하면 국운이 25년밖에 못 갈 것이라고 예언 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궁예가 고암산을 진산으로 정하여 후고구려 마진(태봉)국은 18년 만에 멸망하고 말았다고 전해온다.

▲ 금학산 산행 코스 안내도

언제나 가장 먼저 마주하는 산행 안내도이지만 간략하게 표시되어 있는데다가 코스가 간단하고 산행시간도 2-3시간으로 비교적 매우 짧게 표시되어 부담없이 출발한다.

오늘 코스는 금학약수터에서 출발하여 매바위-금학산정상-마애불상 쪽으로 내려와 비상도로를 통하여 출발지인 약수터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평소 같으면 집에서 최대 2시간이면 족한 거리이지만, 연휴라서 그런지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철원여중 옆길로 올라오면 2-300m 거리에 공공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은 한산하고 여유롭다.  가장 맘에 드는 부분이다. 11:30분 간단하게 몸을 풀고 산행을 시작한다.

▲ 금학체육공원

실질적인 산행은 금학체육공원에서부터 시작한다. 몇 가지 간단한 운동기구들이 있는 여느 공원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 팔각정 바닥. 낡은 팔각정의 방사형 바닥 모습이 재미있다.

 

바로 옆 금학약수터에는 연신 시원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수건에 물을 적시고 본격 산행에 나선다. 들꽃이 가장 먼저 반긴다.

▲ 부케꽃을 닮은 야생화. 이름을 모르는 것이 원통하네요.

 

숨을 고를 만할 때 쯤, 최근에 새롭게 단장한 듯 한 휴게소가 나타난다.

▲ 이정표

금학산 정상이 2km, 우습게 생각하면 큰코다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될 것이다. 2km 구간이 연속 오르막이다. ㅠㅠ

▲ 바닥에 낮게 자라는 단풍나무이 이채롭다

군부대의 교통호가 관리가 제대로 안된 채 방치되고 있었다. 요즘 군대는 진지보수도 하지 않는 것인가?

▲ 가파른 등산로 초입길

등산로 오르막길이 내내 척박하다. 수도권이나 유명한 산의 등산로가 말끔하게 정비된 것에 비해 덜 유명한 산이나 지방쪽 에서는 등산로도 예산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매한가지인 듯하다.

▲ 마징가 Z가 나올 듯 한 벙커

마징가 Z가 나올 듯 한 벙커가 그나마 여기가 군부대 관할 구역이라는 실감을 줄 뿐이다.

▲ 읍내가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서

중간쯤 올라섰을 때 뒤돌아 본 읍내와 탁 트인 들판의 모습.

▲ 토끼를 닮은 매바위

매바위. 오히려 토끼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 기이한 형상의 바위

이름 모를 바위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본다.

▲ 끈질긴 생명력이 돋보이는 바위 위의 나무

바위 위에 자라나는 끈질긴 생명력은 민초들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 바위를 먹는(?) 나무

나름 지조가 있는 나무이다. 비껴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나무에게 갈채를..

▲ 방사선 모양이 가지런한 옻나무

 

▲ 키스하는(?) 나무. 정열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 새 생명을 남기고

바위를 쪼갤 만큼의 열정을 다하고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장렬히 산화한 나무가 존경스럽게까지 느껴진다.

▲ 산목련과 곤충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기억될만한 산목련, 꽃 뒤에 숨은 곤충의 모습이 재미있다.

▲ 황홀한 순백의 산목련

강원도 철원의 1000여m의 고산에서 만난 순백의 꽃은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평소에 꽃을 그다지 좋아하거나 특별히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첫 눈에 빠져버린 것 같다.

▲ 일광욕 즐기는 곤충

이름 모를 벌레도 귀여워 보인다.

▲ 금학산 정상석

어느덧 정상에 이르자 사용 중일 듯한 벙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 군부대가 시설과 헬기장, 관측소 등이 있어 촬영은 하지 못했지만 금학산 정상석은 군부대 옆 한켠에 인증샷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 해 놓았다. 설치한지 얼마 안 된 듯 톱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군부대 철조망과 벽이 붙어 있어 자칫 정상석이 어디 있는지 못 찾고 헬기장에서 곧바로 내려가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듯하다.

▲ 수수꽃다리를 닮은 털개회나무 꽃

 

▲ 굽이굽이 이어진 산 능선

 

▲ 하산길

내리막길은 마애불상쪽으로 택했다.

▲ 산목련의 어릴 적 모습

산목련의 봉우리 모습이 단아하다.

▲ 정상 군부대까지 이어진 레일

군부대까지 자재를 날라 올렸을 그리고 지금은 부식을 올릴 레일이 끝없이 이어진다.

▲ 산행에는 역시 김밥에 사발면 그리고 막걸리

오후 2시경 늦은 점심을 재촉한다. 후들거리던 다리도 잠시 안정된다. 산에 오면 사발면에 김밥 그리고 막걸리 한잔이면 황후의 밥상이 부럽지 않다.

▲ 마애불상

마애불상은 가파르고 좁은 험한 길을 거의 다 내려와 만날 수 있다. 불상은 소박한 철원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불상은 고려시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큰 바위위에 작은 바위를 얹어 놓은 형태이다. 근처에 연꽃무늬가 새겨진 부도의 받침석이 남아 있는데 나머지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 옛날 소박한 민초들이 염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민초들이 바라는 소박한 염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출발원점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비상도로를 타고 다시 오르막길로 15분쯤 걸어야 한다. 500m 라고 쓰인 안내판은 안 믿는 것이 좋다. 중간에 샛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상도로를 타고 되돌아오는 길은 꽤 멀게 느껴진다.

길은 때론 한적하고 조용하다.

▲ 절벽위의 벙커

절벽 꼭대기에 벙커가 올라 있는 것이 신기하다.

▲ 새로 단장한 하산길 팔각정

역시 최근에야 단장한 팔각정을 지나간다.

▲ 금학산 신비

처음 출발한 약수터에 다다르면 생각보다 길고 힘든 코스가 끝이 난다. 누군가 금학산 산신께 올리는 술잔을 올려놓았다. 금학산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유명하지도 않다. 그러나 쉽지도 않다. 철원의 투박하고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빼어 닮은 금학산 산행은 조용해서 좋았고 소박해서 좋았다. 특히 순백의 산목련의 모습과 은은하고 산뜻한 향기는 오래 남을 듯하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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