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창 선운사에서

 

고목나무 껍질로 살아라.

비바람 몰아치는 장마철 태풍에도,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북풍한설 눈보라도,

오롯이 견뎌내고 버텨내는 껍질로 살아라.

 

고목나무 껍질로 살아라.

한 줄 한겹 겹쳐지고 덮여져서,

새봄 새날이 오면 또 다른 움을 내어주는,

거목은 수분을 보듬은 채 양분을 물질한다.

 

고목나무 껍질로 살아라.

떨어져 묻힌 진토는 초록으로 갈아입힌 진리.

시원한 그늘을 머금은 수백 년 전설은

마실갔다 돌아온 휑한 바람으로 살았다.

 

고목나무 껍질로 살아라.

생채기로 시린 나목에 삶의 진물이 서러운데,

고목껍질 거북등은 이미 세상을 덮었구나.

세월 속에 진동하는 당당한 껍질로 살아라.

 

▲ 고창 선운사에서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박명수 주주통신원  kosen21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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