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우리 것] 이상직 주주통신원

우리나라는 누정문화(樓亭文化)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누정(樓亭)”이란 일반적으로는 ≪신증동국여지승람≫ 누정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누(樓)·정(亭)·당(堂)·전(殿)·각(閣)·원(院) 따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누(樓)는 지붕이 이중으로 되어 있고, 2층으로 되어 있으며, 전쟁에 대비하여 성문 위에 만들고 멀리 까지 관측할 수 있게 한 것으로 성루가 그 처음입니다. 그런가하면 정(亭)은 사람들이 여행하거나 이동하는 가운데 쉬기 위해 모이는 곳이지요.

또 당(堂)은 건물의 반 이상이 비어있어 학교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며, 전(殿)은 임금이 거처하거나 부처님을 모시는 곳이고, 각(閣)은 형태상으로는 2층집을 말하나 1층집이라도 공공기관이 사용하지만, 임금이나 부처님보다는 지위가 낮은 사람이 살거나 일을 하는 곳입니다. 그밖에 원(院)은 학교나 관청, 그리고 종교적 기능을 가진 공간으로 서원(書院), 사원(寺院), 도원(道院) 따위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누각과 정자가 “누정”의 대표라 할 만합니다. 누정이 들어서는 곳을 보면 대개 배산임수(背山臨水)이지요. 뒤편은 산이 있는데 소나무와 대나무 숲이 우거져 몸과 마음의 피로를 푸는데 좋습니다. 그리고 누정 앞에는 물이 있으며, 만일 자연적으로 물을 만나지 못하면 누정 앞에 꼭 연못을 팝니다. 그리고 연못에는 인공섬을 만들어놓고 소나무와 꽃을 심어 마음과 몸의 피로를 푸는데 숲과 함께 아주 좋은 환경이 되지요.

옛 선비들은 누정에서 시를 읊고 악기를 연주하며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하여 본래의 심성을 회복하려고 했지요. 누정은 여름철이 제격이겠지만 찬바람이 부는 겨울날 온몸으로 시련을 이겨내듯 누정에 서 보는 것도 호연지기의 하나가 아닐까요?

예)
누(樓) : 광한루, 경회루, 촉석루, 죽서루,영남루,부벽루
정(亭) : 부용정, 애련정, 청의정, 태극정, 연광정, 화석정, 향원정
전(殿) : 근정전, 인정전, 교태전, 명정전, 함녕전
당(堂) : 명륜당, 애일당
각(閣) : 규장각, 주필각
원(院) :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이상직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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