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이상직 주주통신원

어제는 24절기 가운데 스물한째인 대설(大雪)이었습니다. 소설에 이어 오는 대설(大雪)은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원래 역법(曆法)의 기준 지점인 중국 화북지방(華北地方)의 계절적 특징과 맞춘 것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반드시 이때 눈이 많이 내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충청과 전라 서해안 지역에 대설답게 눈이 많이 내려 농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때는 바야흐로 한겨울 동짓달이라(時維仲冬爲暢月)
대설과 동지 두 절기 함께 있네(大雪冬至是二節)
이달에는 호랑이 교미하고 사슴뿔 빠지며(六候虎交角解)
갈단새(산새의 하나) 울지 않고 지렁이는 칩거하며(不鳴蚓結)
염교(옛날 부추)는 싹이 나고 마른 샘이 움직이니(乃挺出水泉動)
몸은 비록 한가하나 입은 궁금하네(身是雖閒口是累)
……(아래 줄임)……

위 시는 열두 달에 대한 절기와 농사일 그리고 풍속을 각각 7언 고시의 형식으로 기록한 19세기 중엽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의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입니다. 이때는 한겨울로 농한기이고 가을에 거둔 풍성한 곡식들이 곳간에 가득 쌓여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끼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풍족한 때입니다.

한편 이날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풍년이 들고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또 “눈은 보리의 이불이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말은 눈이 많이 내리면 눈이 보리를 덮어 보온이 되므로 냉해를 적게 입어 보리 풍년이 든다는 뜻이지요. 큰눈은 좋지 않지만 보리 풍년이라는 말은 다소 위안이 되는 말이군요.

이상직  ysangle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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