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적표

플로리다 휴가를 갔다 와서 성적표를 받았어요.

이전 교환학생들은 거의 All A를 다 받는 것 같은데, 저는 그렇지 못했어요. 전체 평균은 95.8점이지만 B+가 한 과목 있어요.

바로 World History에요. World History 시험을 아주 못 본 적이 한 번 있어요. 소프트볼 운동 끝나고 저녁에 잠깐 자고 일어나서 공부한다고 하고는 그냥 아침까지 잔 적이 있거든요. 다음 날 시험을 망쳤지요. 여기는 94점부터 A를 주거든요? World History만 1점이 모자란 93점으로 B+를 받아서 너무 아까워요.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같은 World History 선생님, Mr. Terry

All A 다 받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엄마는 그 정도면 아주 잘했다고 하시는데, 다른 교환 학생들이 미국에서 받는 학점이 너무 좋아서, 제가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처음에 All B를 목표로 했던 것 생각하면 잘한 것이지만, All A를 못 받은 것이 그렇게 아쉬워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비록 All A를 받지 못했지만 제가 무척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것은 Biology에서 95점을 받았다는 거예요. 처음에 ‘이 과목을 따라갈 수 있을까?’ 까지 걱정했거든요. 생소한 단어를 무지막지하게 외워야 하고, 시험도 거의 다 주관식으로 보고. 선생님도 성적에 까다롭기로 유명하셔서 걱정을 많이 했었어요. 12시 넘어까지 공부하다 잔 적도 많은데 성적이 아주 좋게 나와서 무척 기뻤어요.

자랑스러운 또 한 가지는 English에서 94점을 받았다는 것이에요. 제 생각에 다들 영어수업은 어려워할 것 같아요. 저는 처음에 English 10을 선택했다가, 두 달 듣고 너무 어려워서 9으로 바꾸었거든요. 그래서 조금 쉬워졌지만 그래도 어려웠어요. 한번은 찰스 디킨스 책 Great Expectation이 일주일 교재로 정해진 적이 있어요. 그 두꺼운 책을 예습 때문에 밤새 가면서 읽어야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모간 오빠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인터넷에서 chapter 별로 요약해 놓은 내용을 먼저 읽고 책을 읽으라고 했어요. 그렇게 했더니 좀 덜 어려웠어요. 매일 내주는 숙제도 만만치 않고요. 저는 1월부터 수업에 들어가서 3,4 semester 수업만 수강했는데, 시험은 그전 해 9월부터 진행한 1,2 semester까지 과정 전체를 봤어요. 작년에 하나도 배우지 않은 것을 시험 봐야 했지요. 그래도 어떻게 시험을 쳤는지 1,2 semester 시험에서 86점을 받았고 3.4 semester에서는 100점을 받아서 전체 평가에서 기대한 것 이상으로 점수를 받은 것이 신기해요. 선생님이 너무 잘 봐주신 것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사실 어리벙벙했어요.

공부를 봐주신 선생님과 Morgan 오빠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제가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첫 번째로 선생님들의 자상한 도움 덕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선생님들께선 항상 저에게 물어보십니다. '이해했는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면 언제든지 와서 물어보라.'고 말씀하셔요. 그래서 저는 점심 전의 휴식 시간을 활용하여 모르는 것에 대하여 늘 물어 보았지요. 언제나 변함없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던 선생님!!! 제가 미국에서 좋은 성적을 받게 해준 가장 큰 공로자십니다.

두 번째로 제 가정교사, Morgan 오빠의 덕이라고 하고 싶어요. 특히 생물을 오빠가 아주 잘해서 제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숙제도 도와주었어요. Morgan 오빠는 이번 성적이 98.7로 전 과목이 All A+예요. 전교 1등이 아닐까 해요. 사커팀 주장을 했을 정도로 운동도 좋아하는 오빠는, 제가 보기에 공부를 별로 많이 하지 않아요. 공부가 아주 쉽다고 해요. 슬슬해도 저렇게 성적이 잘 나오니 부럽게도 머리가 정말 좋은가 봐요.

▲ 오빠와 나

세 번째로 저도 열심히 했어요. 저는 뒤쳐지는 것을 싫어해요. 또 내가 좀 stupid 하다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아주 못 견뎌하지요. 그래서 stupid 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아요. 이제 미국 공부에 대한 요령도 생기고 또 영어에 자신도 좀 붙어서 다음 학기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처음에 미국에 와서 학교 다닐 때가 생각나네요. 사실 글에는 쓰지 않았지만 1월, 2월에는 수업을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어서 말타 언니랑 나랑 둘이 아침에 눈을 뜰 때면 매일 눈이 왔으면... 하고 바랬거든요? 눈이 오면 휴교를 하잖아요. ^^;;; 그렇게 힘들던 때도 있었는데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보니 5개월이 지나가고 제가 이렇게 의젓하게 변했네요. ^^;;;

다음 편에는 동네방네 다 자랑하고 싶은 나의 첫 호스트 Vicky 엄마네 개 Cain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어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2004년 6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이지산 주주통신원  elmo_part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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