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월령가 중 오월령(五月令)

 

1, 오월이라 중하되니 망종 하지 절기로다.

남풍은 때맞추어 맥추(麥秋)를 재촉하니

보리밭 누른빛이 밤사이 나겠구나.

문 앞에 터를 닦고 타맥장(打麥場) 하오리라

드는 낫 베어다가 단단히 헤쳐 놓고

도리깨 마주서서 짓내어 두드리니

불고 쓴듯 하던 집안 졸연(卒然)히 흥성하다

담석(擔石)에 남는 곡식 하마 거의 진하리니

중간에 이 곡식이 신구상계(新舊相繼) 하겠구나

이 곡식 아니라면 여름 농사 어찌할꼬

천심을 생각하니 은혜도 망극(罔極)하다

목동은 놀지 말고 농우를 보살펴라

뜬 물에 꼴 먹이고 이슬 풀 자로 뜯겨

그루같이 심으기 제힘을 빌리 로다

보릿짚 말리우고 솔가지 많이 쌓아

장마나무 준비하여 임시 걱정 없이 하세

 

2, 잠농을 마칠 때에 사나이 힘을 빌어

누에섶도 하려니와 고치나무 장만하소

고치를 따오리라 청명한 날 가리어서

발 위에 엷게 널고 폭양에 말리우니

쌀고치 무리고치 누른고치 흰고치를

색색이 분별하여 일이 분 씨로 두고

그 나마 켜 오리라 자애를 차려 놓고

왕채에 올려 내니 빙설 같은 실오라기

사랑 흡다 자애소리 금슬(琴瑟)을 고르는 듯

부녀들 적공(積功) 드려 이 재미 보는구나

오월 오일 단옷날 물색이 생신(生新)하다

외밭에 첫물 따니 이슬에 젖었으며

앵두 익어 붉은 빛이 아침볕에 눈부시다

목 맺힌 영계소리 익힘 별로 자로 운다

향촌의 아녀들아 추천은 말려니와

청홍상(靑紅裳) 창포비녀 가절(佳節)을 허송 마라

노는 틈에 하올 일이 약쑥이나 베어 두소

 

3, 상천(上天)이 지인(至人)하사 유연(油然)히 작운(作雲)하니

때 맞게 오는 비를 뉘 능히 막을소냐

처음에 부슬부슬 먼지를 적신 후에

밤 되어 오는 소리 패연(沛然)히 드리운다

관솔불 둘러앉아 내일 일 마련할 제

뒷논은 뉘 심으고(누가 심고) 앞 논은 뉘가 갈꼬(논갈이)

도롱이 접사리며 삿갓은 몇 벌인고

모찌기는 자네 하소 모심기는 내가 함세

들깨 모 담뱃 모는 머슴아이 맡아 내고

가지 모 고추 모는 아기 딸이 하려니와

맨드라미 봉선화는 내 사천 너무 마라

아기 어멈 방아 찧어 들 바라지 점심 하소

보리밥 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샐 때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메나리 화합하니 격양가(擊壤歌) 아니던가

(출처 : 낙안읍성민속마을에서 발간한 '우리민속문화이야기'에서)

▲ 김홍도 경작도(1796년작, 병진년화첩)

 

[편집자 주] 농가월령가는 조선 헌종 때 정학유(丁學游)가 지은 1,032구의 월령체(月令體) 장편가사로 1책, 필사본이다. 농가의 행사·세시풍속뿐만 아니라 당시 농촌사회의 상황을 알 수 있어, 농가를 읊은 시가 중에 대표작품으로 꼽힌다. 농촌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듯 표현하고 교훈적 내용도 담았다. 이본으로는 권경호본, 이탁본, 정규영본, 안춘근본, 이능우본 등이 있다. 열두 달을 12단락으로 나누었으며 앞뒤에 서사와 결사(結詞)가 있어 모두 14단락이다. 서사에서는 일월성신의 운행과 월령 및 당시에 쓰이는 역법의 기원을 설명했다. 

정월령은 절기와 일 년 농사 준비, 정조(正朝)의 세배와 풍속, 그리고 보름의 풍속 등을 보여주었다. 2월령은 절기와 봄갈이, 가축기르기, 약재캐기 등을 노래했고, 3월령은 파종, 과일나무 접붙이기, 장담그기 등을 노래했다. 4월령은 사이짓기·분봉(分蜂)·팔일현등(八日懸燈)·천렵(川獵) 등을, 5월령은 보리타작·고치치기·그네뛰기·민요화답 등을 보여주었다. 6월령은 북돋우기, 유두의 풍속, 장관리, 삼 수확, 길쌈 등을 노래했다. 7월령은 견우직녀의 이별, 김매기, 피고르기, 벌초 등을 노래했다. 8월령은 곡식이 무르익어 거두고 추석을 맞이한 장날, 며느리의 근친 등을 그렸다. 9월령은 추수의 이모저모와 이웃간의 온정을, 그리고 10월령은 집안과 동네의 화목 등을 권했다. 11월령은 메주쑤기, 동지의 풍속, 거름준비 등을 노래하고 12월령은 새해준비와 묵은세배 등을 그렸으며, 결사에서 농업에 힘쓰기를 권했다 (출처 : 다음 백과사전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b04n0374a).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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