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내가 꽃과 연애를 시작한지 꼭 환갑이 되는 해이다. 중학교 1학년 5월쯤에 나는 시내 어느 골목을 지나다가 담장 너머로 뻗은 가지에 탐스럽게 피어난 노란 장미꽃을 보고 너무 좋아 보여서 생전 처음 온 골목이었지만 대문을 두들겼다.

▲ 작은 난초꽃(?)품종이름을 몰라 이렇게 부르고 있네요.

마침 정원을 돌보시던 할아버지께서 낯선 학생의 출현에 놀라시면서 “학생 웬일이야? 무슨 일이 있어?” 하고 물으셨다.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고만 있으니까 할아버지께서 다시 “무슨 부탁이 있어서 들어 온 모양인데, 생전 처음 보는 학생이 대문을 두들겨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용기인데 뭐가 무서워서 말을 못해? 무슨 말인지 해봐. 이 할아버지가 들어줄만한 일이면 들어줄게!” 하시는 말씀에 용기를 내어서 “할아버지 사실은 이 골목에 처음 온 학생입니다. 지나다가 저 노란 장미꽃이 너무 탐스럽고 좋아 보여서 혹시 꺾꽂이 모종으로 좀 꺾어 갈수 있을까 여쭤보고 싶어서 들어 왔습니다.” 하고 어렵사리 말을 꺼내었다.

“그래? 학생이 꽃을 참 좋아하는가 보구먼, 그런데 지금은 꺾꽂이가 잘 안 되는 계절이야!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해두고 약속을 할 테니까 내년 봄에 꽃이 피기 전에 잎이 필 무렵에 가지치기를 하니까 그 때 오게. 그러면 내가 꺾꽂이 하는 방법도 가르쳐 줄게.” 하셨다. 정말 그 이듬해에 갔더니 잊지 않고 찾아주었다고 기특해 하시면서 잘 잘라서 꺾꽂이용으로 만들어 주셨다. 가져다 심어서 5포기가 성공하여서 3년 만에 노란 장미가 피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꽃을 좋아하는 내가 올 봄에도 많은 꽃들이 피고 지는 우리 집을 만들었다. 오늘 아침에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찍은 것만도 상당히 많은 여러 가지의 꽃들이다.

공작선인장, 천년초, 금계국, 달맞이 수국, 부처꽃, 철쭉, 사피니아. 곳곳에 피어난 꽃들을 찾아다니면서 찍어 보았다. 다른 집처럼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집의 꽃들은 어쩜 저 연못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예쁜 꽃을 피워주니까 더 감사하고 자랑스러운 것이다.

▲ 수국 1
▲ 수국 2
▲ 수국3
▲ 수국6
▲ 수국5

구석진 곳에 마련한 꽃밭에서 피어난 금계국과 달맞이는 노란색으로 화사함을 보여주고 있다. 금계국 한 포기로 꽃밭의 기능이 살아날 만큼 넓게 크게 꽃송이를 죽죽 뻗은 줄기가 채워준다.

▲ 금계국-흔히 노랑코스모스라고들 부르는데

공작선인장은 단 한 송이만 피어도 정말 공작새처럼 화사하다. 색깔 또한 아주 신비할 정도로 점차 달라지는 순서로 화사함을 만들어 낸다. 빨간색에서 점점점점 노란색으로 그리고 다시 빨간 색으로, 거기에다가 노란 꽃술들은 그냥 그 나름으로 신비로울 만큼 가느다란 꽃술들이 늘어져 있다.

▲ 공작선인장- 정말 공작꼬리만큼 화려한 꽃

천년초는 담장위에서 버려진 스티로폼 상자들에 심어진채 땅바닥의 면적도 차지하지 않고 담장 위에서 곱게 피어난 꽃들이다. 보통의 꽃들이라면 견딜 수 없는 악조건 속에서 오히려 더 잘 자라 주고, 더 꽃을 잘 피우는 식물이 천년초이다.

부처꽃은 우리나라 재래식물이다. 가장 잘 자라 주고 거름이나 가꾸는 일에 정성을 쏟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고 저절로 꽃을 피워주는 식물이다. 그것도 한 번 피우기 시작을 하면 가을에 시들기 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꽃이다.

▲ 부처꽃

방풍은 본래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갯가식물인데 적응력이 아주 강해서 어지간한 곳이면 그냥 잘 자란다. 이 갯방풍이라는 식물은 풍을 예방해주는 식물이라고 하여 방풍이란 이름이 붙었다는데 우리 집에 있는 것들 중에서 유난히 꽃이 아름답게 피어서 그냥 그대로 가꾸어서 씨앗을 받아서 집 주변에 뿌려볼 예정이다.

▲ 방풍

바위취나무는 가장 강력한 생존력을 가진 식물일 것이다. 지금 심어진 곳은 숯을 친환경용으로 방안에 놓게 되어 있는 장식용 숯이 들어 있던 장식인데 여기에 바위취가 서식을 하게 두어서 그냥 놓아두고 보니 아주 잘 자란다. 그래서 그냥 보기로 한 것이다.

▲ 바위취

뒤늦게 핀 철쭉 화분이 몇 개있다. 한그루는 연분홍, 자주, 홍색인데 한그루는 하얀색의 꽃이 피는 나무이지만, 가끔은 엉뚠한 꽃이 나온다. 같은 포기 안의 어느 한 송이는 빨간 꽃이 피기도 하고, 또 어 떤 꽃은 빨간 색이 섞여 있기도 하고, 줄무늬가 되기도 한다.

▲ 철쭉

마지막으로 사피니아가 두 포기 있다. 줄을 타듯 내리 뻗치는 성격을 이용하여 한 포기는 키가 큰 화분에 심어서 계단 입구 앞쪽에 놔두었지만, 한포기는 낮고 둥글넓적한 화분에 심어서 담장 위 같은 곳에 올려놓을 예정이었는데, 어느 집에서 버린 철사로 된 스탠드 전등갓을 포장을 벗겨 내고 철사만으로 놓고 그 위에 올려놓았더니 나름으로 예쁜 화분 받침대가 되어 주었다.

▲ 사피니아와 전등갓의 철사

이렇게 작은 그릇 하나 버려진 철사 정식까지 잘 이용만하면 멋지게 화분이 되고 좋은 꽃바구니가 되어 준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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