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우열 주주통신원

난 아침저녁으로 서울에 살고 있는 손녀 딸 하고 카톡을 하는 것이 하나의 일과다. 손녀 딸 세린이는 올해 초등학교 일학년생이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래, 잘 잤다. 너도 잘 잤니?" 오늘 아침에도 우리 조손은 이렇게 아침 문안으로 하루를 열었다.

며칠 전 일이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손녀가 감기가 들었다. 그래서 난 감기약(한약)을 지어 보내 주었다. 이튿날 아침 손녀에게 "잘 잤니? 할아버지가 지어준 약도 잘 먹고…. 주님의 은총으로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어라!"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카톡~'하고 바로 문자가 왔다. "네! 할아버지도 즐거운 하루되세용~^^"

난 순간 '용'자에 눈이 갔다. 마음에 거슬렸다. ㅉㅉㅉ~ 아마 요즘 또래끼리 쓰는 유행 관용어인가 보다. 생각 없이 썼을 것이다.

"어떻게 일깨워 줘야지?" 생각 끝에 "고마워, 시린아! 그런데 말이지 어른들하고 대화할 때는 '용'하면 안 돼. 친구들 하고는 괜찮지만. 어른들에겐 '즐거운 하루 되세요." 또는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라고 써야해. 말에는 높임말(높여 쓰는 말)과 얕임말(얕춰 쓰는 말)이 있단다. 높임말은 어른들에게 쓰는 말이고 얕임말은 자기보다 낮은 사람(예를 들면 동생)이나 친구 사이에 쓰는 말이란다. 그러니 어른들에게는 그런 말 쓰면 안 되겠지. 잘 알겠니? 우리 손녀 딸, 세린이 사랑해!"하고 조심스레 일러 주었다.

사실 난 이 글을 보내면서도 마음속으로 매우 전전긍긍했다. 혹시 아이의 기를 죽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무 생각 없이 친구들 사이에서 쓰는 용어를 제 딴엔 할아버지에게 자랑삼아 썼는데, 할아버지가 신통하게 생각하고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적을 하면 사기가 죽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서다. 그렇다고 지적을 안 할 수도 없었다. 만약 지적을 안 하면 그렇게 해도 괜찮은 줄 알고 아무한테나 그런 말을 쓸 것이다. 그래서 고심 끝에 지적을 한 것이다.

손녀딸로 부터 바로 또 문자가 왔다. "네, 할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세린이 인데...왜 시린이라고 말 하세요"하고 거의 반 항의조로 답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세린이'라고 써야 할 손녀 이름을 '시린이'라고 썼다. ㅎㅎㅎ

그래서 바로 "아, 그랬구나! 할아버지가 실수했네. 할아버지가 이젠 나이가 많아 눈이 잘 보이지 않아 실수했다. 미안하다. 용서해라" 라고 문자를 보냈다. 또 바로 문자가 왔다. "네, 용서 할게요~^^" 할아버질 용서해 주겠다는 손녀의 댓글이다. 그 애가 '용서'의 뜻을 제대로 알고 썼을까? 하여튼 난 손녀딸로 부터 그날 그렇게 용서를 받았다.

난 이렇게 조석으로 대화 할 수 있는 손녀딸이 있어 행복하다.

"세린아,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정우열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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