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를 자꾸 하게 되네요. 개를 기르시는 분들은 이런 심정을 아실 것 같아요. 개를 안 키워 보거나 싫어하시는 사람들은 '웃긴다. 별 것도 아닌 개소리 갖고...' 라고 생각하셔도,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들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사니까요. 그런데 미국에서 개와 함께 하는 생활은 저의 큰 기쁨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안 쓸 수가 없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개 Cain을 동네방네 다 자랑하고 싶거든요

지난번에는 Vicky 엄마와 개들과 제가 서로 마음 아픈 날이 있었어요.

Janet 아줌마 집에는 7마리의 말과 3마리의 개와 3마리의 고양이를 길러요. 모두 다 밖에서 살구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양이들은 저를 잘 따르지 않는데 개들은 저를 참 좋아해요. 아마도 제가 개하고 뭔가 통하는 것이 있나 봐요. 가끔 '전생에 나는 개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들었는데, 만약 전생이 있다면 저도 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저는 개만 보면 그냥 좋아 죽어요. 그런데 개들도 유난히 저를 좋아해요.

Janet 아줌마의 Tag, Nimo, Wagner란 이름의 개 세 마리가 있어요.

이 개 중에서 Tag는 저와 원반던지기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해요. 그날 오전 11시경 Tag와 한참 원반던지기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좀 흥분했나 봐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높아지면서 멀리 들렸는지 갑자기 개 두 마리가 뛰어 온 것이에요. 바로 Sebastian과 Cain이였어요.

Nimo가 Cain을 보더니 막 짖고 난리가 났어요. Sebastian은 그 전에도 자주 오고 배가 고프면 찾아와서 밥도 먹고 그러기 때문에 낯이 익지만 Cain은 Janet 아줌마 집에 한 번도 들어 온 적이 없거든요.

Sebastian은 내가 다른 개들하고 놀자 샘이 나는지 막 이상한 소리를 내는 거예요. 그래서 Cain과 함께 좀 쓰다듬어 주고 Vicky 엄마 집에 가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지를 않아요. 그래서 좀 놀아주다가 다시 가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가다가 뒤로 돌아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어요.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지요. 내가 그냥 가라고 하니까 다시 나에게 달려와서 꼬리를 흔들어요. 다시 좀 놀아주다가 Janet 아줌마께서 점심을 먹는다고 해서 두 개에게 가라고 하고는, 좀 가는 것 같아서 집에 들어와서 점심을 먹었어요.

점심을 먹고 난 후 디저트를 먹는데 누가 막 문을 두드려서 나가보니 Vicky 엄마였어요. 저는 Sebastian과 Cain이 간 줄 알았는데 그 때까지 집에 가지 않고 Janet 아줌마네 마당에 있었어요. Vicky 엄마가 거의 울면서 “Cain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냐?”고 물으셨어요. 11시부터 있었다고 하니 12시부터 Cain이 없어져서 찾아 다녔다고 하셨어요. 누가 잡아간 줄 알았다고 하시면서 “누가 이 개에게 무슨 짓을 하면 나는 그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Vicky 엄마가 말씀 해주시기를 원래 Cain은 절대로 집을 떠나지 않는 개라고 해요. 집 앞에 앉아서 집을 꼭 지키는 개이기 때문에, 없어져서 누가 잡아 간 줄만 알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나와 있은 적이 처음이라고 해요. 정말 너무 놀랐다고 하셨어요.

Vicky 엄마는 Cain을 좀 특별하게 대하셔요. Vicky 엄마네 아저씨가 살아계실 때도 Cain이 너무 영리하고 의젓하고 말도 잘 들어서 항상 특별 대접을 하셨다고 해요. 정말 개 같지가 않지요. 처음에는 저희를 좀 따르지 않았던 것도 너무 신중한 개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Cain이 내 목소리에 집을 나오다니……

그 전에도 Cain은 내가 Janet 아줌마 대문을 나서면, 내 냄새를 맡는 것인지, 발자국 소리를 듣는 것인지, 어느새 달려와서 자꾸  Vicky 엄마네 집 쪽을 향해 가면서 그 큰 눈으로 나를 보면서 자꾸 가자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저는 죄인이 된 것처럼 미안했어요. 제 목소리를 듣고 Cain이 집은 나온 거니까 제가 부른 셈이 되고 Vicky 엄마를 너무 놀래킨 것이 되잖아요?

Vicky 엄마의 차를 타고 가면서도 같이 가자는 듯 눈은 나를 쳐다보는 Cain을 보면서, 만약 Cain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가 있다면 그 속은 나보다도 아주 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안에는 우리에 대한 사랑, 그리움 그리고 섭섭함 등이 가득 차서 말이지요.

그런 Cain과 Sebastian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Tag와 막 웃고 뛰어 논 제 마음의 깊이가 너무 얄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럽고, 둘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개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내 경우를 두고 하는 말 같아요.

Vicky 엄마는 가끔 저희 엄마와 편지를 주고받으시는데 이 일이 관해 자세히 쓰셨다고 해요. Cain은 Vicky 엄마에게 가장 특별한 존재이고, 돌아가신 아저씨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고 해요. 처음 Cain이 없어진 것을 알았을 때 자신이 거의 Panic 상태였고, 1시간가량 Cain을 찾으러 울면서 다니셨다고 해요.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Janet 아줌마 집에 와봤는데 생전 오지 않던 집에 와 있는 것을 보고는 처음에는 무척 화가 났다고 하셨대요. 하지만 살아 있어서 하느님께 감사했다고 하셨다고 해요.

Vicky 엄마 집에 가게 되면 Hansle을 비롯한 개들, 앵무새 Lucky까지 저를 너무나 반겨주어요. 막 짖고 달려들고 하여 얼이 쑥 빠지지요. 제가 그들이 반가운 것처럼 그들도 제가 너무 반가운 것이지요. 그들은 제가 반가우면서도 제가 자신들을 버리고 옆집으로 갔다고 생각하고 있지나 않을까요?

그 다음에도 몇 번 두 개가 뛰어 온 적이 있어서 그 후로 Vicky 엄마가 어디 가실 때는 되도록 Cain을 차에 태워 다니시려고 하시고 Sebastian은 나가시면서 묶어두세요. 요새는 방학이라 Sebastian은 풀어두지만..그 이야기를 듣고 저 때문에 개들이 구속되는 것 같아서 무척 가슴이 아팠어요.

저는 그 사건 이후로 시간이 나면, 개들 특히 Cain과 Sebastian이 보고 싶어서 자꾸 Vicky 엄마 집에 가게 되요. 특히 Cain은 제가 가면 은근히 와서 자기 몸을 내 다리에 쓱 밀듯이 대요. 그리고 순진한 눈을 들어서 저를 계속 쳐다본답니다. 그럴 때면 정말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알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Cain은 개들 중 천재인 것 같아요.

Cain은 다른 동물들의 말도 알아듣는 것 같아요. Cain은 햄스터, 토끼들을 참 좋아해요.  Vicky 엄마 Pet store에 가면 하루 종일 햄스터와 토끼의 우리 앞에 꼬리를 흔들면서 앉아 있어요. 마치 ‘친구들아 놀자’ 하고 앉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한참 동안 관찰한 바로는 햄스터나 토끼들은 Cain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아요. Cain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들 놀던 대로 계속 놀아요. 하지만 동물들끼리는 언어가 통할 수 있으니까 서로서로 뭐라고 말하면서 아주 재미있는지 모르지요. 저만 인간의 입장에서 뭘 모르고 있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서 제 꿈은 말이나 개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었거든요? ‘닥터 둘리틀’이란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동물의 말을 알아듣잖아요. 그런데 진짜로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고 어디서 본 것 같아요.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멋있는 Cain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테니 말이에요. 꿈속에서라도 그런 기회를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개 Cain. 내가 가니까 너무 좋아서 귀가 뒤로 젖혀지고 헤~헤~ 거리고 있어요.
▲ 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어떻게 아는지, 제가 집에 있기만 하면 아침부터 밤까지 가출해서 나와 함께 있는 Sebastian

(2004년 6월 테네시에서 쓴 글임)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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