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의 어긋난 욕망으로 인한 대 사기극이 국제적 망신으로 끝나고도 여전히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은 ‘곧 파도에 휩쓸려갈 위태로운 모래성을 떠받치는 하나의 모래알’이 되어도 좋다는 각오로 그를 비호한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역사에 남을 코미디를 연출해낸 '한국적 문화'의 또 다른 발로이다. 그 중심에는 늘 언론의 선정적 보도라는 문제가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잦은 광신과 빠른 과열, ‘냄비근성’이라는 한 어절로 표현 가능할 이런 한국적 문화는 오늘날 거의 모든 사회문제에 적용 가능하다. 그리고 단기간에 전 세계 1위 수준의 보급률로 전국에 설치된 인터넷으로 인해 너무 빨라져 버린 삶의 속도는 ‘역사의 기록자’로서의 기자라는 이들을 소거하고 ‘기레기’라는 신종 직업군을 창조해내기에 이르렀다. 깊은 생각으로 쓴 의미있는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인터넷 공간은 단기 트래픽을 높이기 위한 키워드의 전쟁터가 되었다. 게다가 한국의 높은 교육열로 인한 빠른 학습과 복제는 발빠른 업자들이 공장식으로 찍어내기 시작한 ‘아이돌 가수’라는 대한민국 특화상품들을 대량생산해냈고, “Do You Know Kimchi?”로 표현되는 함량 미달의 기레기들과 결합한 매체들은 한줄짜리, 심지어 구두점 하나짜리 기사에 선정적 제목을 달아 초 단위로 쏟아내며 대중들에게 정보의 취사 선택을 방해한다.

그렇게 음모론의 의혹은 시작되었다.

국민여동생 수지가 열애에 빠진 기사로 천문학적인 세금이 낭비된 자원비리를 덮으면 안된다.
화장실 성폭행 피의자 박유천이 신의성실을 어긴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희석해선 안된다. 
워낙에 빠른 성장은 부작용으로 ‘대충대충 코리아’를 정당화했지만, 이젠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버틸수 없는 지경이다. 청년들이 말하는 ‘헬조선’은 외면해선 안될 현실이고,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황우석 박사의 허언증으로 인해 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사이언스>지는 그가 최근 연구에 관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간 이어오던 중국의 대형 바이오 업체 지원을 중단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는 세계 13위지만 세계경쟁력포럼, WEF이 오늘 발표한 바에 따르면 144개국 대상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기업경영윤리 95위, 은행건전성은 122위다. 특히 정책결정 투명성은 133위이다. 이 분야에서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적도 한가운데 있는 산업기반이 전무한 소국 기니, 대지진으로 국가기반시설 대부분이 파괴된 아이티 등이 있다. 

편집: 이동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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