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 하늘 보았는가!
집에서 쉬고 있는데 창문 밖 하늘에 펼쳐진 구름이 예사롭지 않다. 언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르는 한 순간의 장면을 놓칠세라 평소에는 늘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그때그때 사진을 찍는다. 그냥 편하게 다니다 괜찮다 싶으면 찍어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날은 작정하고 나선다. 문밖을 나와 바라본 하늘은 집 안에서 볼 때보다 훨씬 더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딜 가야 이 멋진 하늘의 서사시를 제대로 담을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잠시 생각하다 집에서 가까운 동대문 성곽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가는 길에 광희문을 지난다. 이곳에는 끊긴 성곽이 있다. 보통은 성곽 아래로 난 도로로 지나다니는데 오늘은 성곽 꼭대기로 올라가 본다.

먹구름과 아래 흰구름이 조화를 이루며 펼쳐진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기대되는 하늘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올라오니 앞이 확 트여 시원하다. 헌데 성곽은 보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예스러운 멋이 없다.

▲광희문 성곽에서 바라본 하늘

동대문 성곽에 도착해 높은 곳에 오르니 시야가 넓게 트인 하늘에 흰구름이 평온하게 퍼져있다.

 

성곽에서 바라본 남쪽 하늘도 흰 구름 바다다.

노랑코스모스가 한창 피었다 저물어 가는 중이다. 낮은 곳에서 올려다보니 하늘이 노랑코스모스의 배경이 되어 준다. 구름, 하늘,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신나서 자꾸 찍는다.

 

 

 

 

동대문성곽은 경사가 너무 심해 올라가기가 어렵다. 내려와서 동네 길로 접어들면 경사가 완만한 곳이 나온다. 왼편에 성곽을 두고 오르는 길인데 가장 높은 곳까지 가면 낙산공원이 나온다. 낙산공원 오르는 초입이다. 돌담 위로 성곽이 보인다. 가다보면 옛 사람들이 들고나던 통로도 그대로 보존돼 있어 운치 있는 길이다.

성벽 아래 버들강아지가 햇살에 부딪쳐 환하게 빛난다.

인적은 드물고 푸른 나무들이 길동무 해준다.

낙산공원에 이르니 앞의 전망이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다. 절로 감탄사가 흘려 나오는 가운데 신세계에 빠져 저 먼 하늘을 한참 동안 넋 놓고 바라만 본다. 어느 곳을 바라봐도 장관인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아쉬움을 남긴 채 자리를 뜬다. 아래로 내려가면 삼선교인데 예전에 한번 이곳으로 내려갔다 엄청 고생한 적이 있다. 경사가 어찌나 가파르던지 전동휠체어가 그냥 굴러간다. 자칫 잘못하면 아래로 곤두박질칠 정도다. 옆의 난간에 힘을 꽉 주고 식은 땀 흘리며 내려왔었다. 말하자면 목숨 걸고 내려왔던 길이라고나 할까. 다시 내려가고 싶지 않은 길. 하여 돌아서 혜화동 낙산공원으로 향한다.

그렇게 위험한 길을 내려오면서도 멋진 절경을 놓칠 수 없어 찍어 놓았던 사진을 첨부해 본다. 벌써 5년 전 일이 되었다.

▲ 2011년 7월 20일 가팔랐던 낙산 성곽길

혜화동 낙산공원으로 가기 전 담은 풍광. 워낙 높은 곳이라 눈높이에 구름이 펼쳐져 있다.

시계가 맑아 앞뒤로 겹쳐진 산세가 또렷하다. 길게 드리운 감청색의 푸른빛 산이 아름다웠다. 그 위로 떠있는 형용하기 어려운 구름은 더할 나위가 없지만...

 

낙산공원 안에서 바라다본 하늘도 황홀하다.

 

반대편은 다른 빛깔로 물들어 있다.

 

 

 

낙산공원에서 내려와 이화 벽화 마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려면 다시 동대문 성곽을 지나게 된다. 늬엿늬엿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아까와는 다른 분위기의 하늘 모습을 보여준다, 아름다운 하늘을 만끽한 일일 여행, 하늘로 떠나 보았던 여정이었다.

 

 

 

편집: 박효삼 부에디터

양성숙 편집위원  ssooky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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