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공원으로

마지막회 허창무 주주통신원l승인2016.07.20l수정2016.07.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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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공원으로

말바위전망대에서 성북동 주위의 경치를 바라보고 나서 나무계단을 통해 도성 밖으로 나온다. 도성 밖의 산책길도 완만한데다가 숲이 우거져 걷기에 좋다. 숲속 산책길을 즐기면서 와룡공원에 도착한다. 이 공원은 와룡(臥龍)이라는 뜻과 같이 용이 누워있는 것처럼 공원의 능선이 평탄하게 쭉 뻗어있다. 이 능선이 명륜동3가와 성북동의 법정동 경계가 된다. 와룡공원은 조선시대에는 문묘의 뒷산이어서 숲 보전지역이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이곳에 학교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성곽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성북동으로 나가는 작은 암문이 나온다. 이 암문에서 성북동마을을 보면 빈부차이가 확연하다. 아래쪽으로는 소위 달동네의 좁은 골목길 사이로 노후주택이나 불량주택들이 성벽 바로 밑까지 빽빽하게 붙어있으나, 윗마을에는 성북동의 부자촌이 널찍널찍하게 숲속에 자리 잡고 있다. 아랫마을 달동네는 머지않아 재개발될 거라고 한다. 그러면 가난한 주민들은 김광섭 시인의 비둘기 떼와 마찬가지로 정든 동네를 떠나야할 처지에 놓일 것이다.

▲ 성북동 전경(위쪽의 부자촌과 아래쪽의 달동네가 대조를 이룬다)

시내로 들어온 성곽탐방로

성북동으로 통하는 암문에서 성곽을 따라 내려오면 서울국제고와 서울과학고의 뒷담을 지난다. 그러다가 서울과학고와 경신고 사이의 포장도로에서 성곽은 끊긴다. 산 능선에서는 제 모습을 유지했던 성곽이 평지에 도달하여 본래의 모습을 감춘 꼴이다.

▲ 성북동으로 나가는 암문

서울국제고

더 가기 전에 현재 국제고 자리의 역사를 더듬어보자. 명륜동1가 1-27번지에는 먼저 1915년에 동국대학교 전신인 중앙학림이 세워졌다. 중앙학림은 1919년 3·1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일제가 강제 폐교했다. 그 후 1928년 4월 30일 그 자리에 불교전수학교가 개교했다. 1930년에는 불교전수학교가 중앙불교전문학교로 승격 개편되었다. 그 학교는 10년 후인 1940년에 혜화전문학교로 이름을 바꾸었고,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제에 의해 강제 폐교되었다. 광복 후 1945년 10월 혜화전문학교는 개교 되고, 1946년에 동국대학으로 승격 개편되었다가 다음 해에 지금의 중구 필동 3가 26번지로 이전했다.

그 후 학교부지는 혜화초등학교와 혜화여고가 차지했다가 지금의 특수목적학교인 서울국제교가 들어오게 되었다.

▲ 서울국제고등학교

서울과학고

서울과학고 자리는 본래 보성고등학교 자리였다. 보성고등학교는 이용익이 1906년 9월 현 조계사 자리에 사립 보성중학교로 창립했다. 그 후 1914년 7월 교명을 사립 보성고등보통학교로 개칭했고, 1927년 5월 혜화동 1번지에 교사를 준공하고 이전했다. 거기서 60년 이상 있던 학교는 1989년 5월 방이동 신교사로 이전했다. 보성고등학교가 이전한 후 5개월 만에 서울과학고가 혜화동 1번지에 들어섰다. 

▲ 서울과학고등학교

경신중고등학교 방향으로 사라진 성곽의 유구

혜화동과 성북동을 잇는 우암로라는 소방도로에 의해 서울과학고 후문에서 끊긴 성곽의 유구는 경신중고등학교 블록담 뒷담장의 밑돌이 되어있다. 이 밑돌은 약 50m 정도 이어진다. 이 성곽 유구마저 사라지면 곧 경신고 뒷담 길에서 혜화문까지 계속되는 혜화문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 길은 혜화동과 성북동, 혜화동과 성북동 1가의 법정동 경계가 되므로 이 길을 따라 성곽이 이어졌을 것이다. 이 구간에서도 땅밖으로 드러난 성돌 위에 콘크리트담장을 쌓은 성곽의 잔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경신고 들머리의 성곽담장

경신중고등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이 학교의 전신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 언더우드(Horace G. Underwood, 1859-1916)의 지원으로 1885년 10월 정동 32번지(지금의 이화여고가 있는 자리)에 개설했던 언더우드학당이다. 이 학교는 1886년 고종으로부터 승인도 받았다. 아펜젤러가 세운 배재학당과 정동제일교회가 계속 정동을 떠나지 않았던 데 반해, 언더우드가 세운 정동교회(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회)와 언더우드학당은 1901년 연지동으로 이전했다. 1905년에는 ‘새로운 것을 깨우친다.’는 의미로 교명을 ‘경신(儆新)’으로 바꾸었다. 1930년대 말 학교 경영이 어려움에 처하여 연지동 교사를 매각하고 정릉동 산 90번지로 이전했다가 1955년 6월 현재의 위치인 혜화동으로 이전했다.

▲ 경신고등학교

혜성교회를 지나 전 서울시장공관을 향하여

경신중고등학교 철책담에서 사라진 성곽 유구는 학교 옆 주택담장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다가 끊어지다가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혜성교회 입구 계단과 담장에서 제법 길게 뻗어있는 성곽 유구가 나타난다. 세종 때의 성곽이다. 혜성교회를 지나면 성곽의 유구는 다시 100m 정도 사라지고, 길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가면 사라졌던 성곽의 흔적은 두산빌라의 담장이 되어 나타난다. 두산빌라의 담장은 체성이 3m 이상으로 체성다운 모습을 갖추고 있다. 150m 정도 이어지는 이 구간 끝에 구 서울시장공관이 있다.

▲ 혜성교회 앞 텃밭을 싸고 있는 성곽담장

종로구 창경궁로 35길 63번지인 서울시장공관은 1940년 일제강점기에 지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목조건물이다. 이 건물은 1959년부터 1979년까지 20년 동안 대법원장 공관으로 사용되다가 1981년부터 서울시장공관으로 사용되었다. 서울시장공관부지는 일제가 도성성곽을 파괴하고 만든 택지다. 조선시대의 도성 순성로를 택지로 분양해 사유지가 되었고, 성곽은 건물의 축대가 되었다. 게다가 일제는 1939년 돈암동까지 전찻길을 내면서 혜화문을 없애기 전, 혜화동과 동소문동을 잇는 도로를 냈는데, 이때 서울시장공관 옆으로 이어진 성곽이 헐렸다. 이런 까닭에 문화재 훼손을 방치한다는 비난을 계속 받았던 서울시는 2009년까지 서울시장공관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현재의 박원순 시장은 2013년 은평뉴타운 미분양아파트 분양에 도움을 주기위하여 잠정적으로 시장공관을 그곳으로 옮겼다가 다시 2015년 2월 8일 가회동 북촌한옥으로 전세를 얻어들었다.

▲ 두산빌라 밑 담장은 거의 온전한 체성의 모습을 보인다

                                     2015년 3월 31일 탈고  허창무

                        
                               참고문헌
 
    1. 순성의 즐거움 (김도형 저, 효형출판, 2010.)
    2. 성곽을 걸으며 역사를 알다 (홍기원 저, 살림출판서, 2010.)
    3. 서울한양도성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한양도성도감, 2014.)    
    4. 한양도성해설가이북 (종로구 중구 2013.)  
    5. 한양도성의 유산가치와 진정성 (서울특별시, 문화재청 2013. 12.)
    6. 역사 속의 역사 읽기 (고석규, 고영진 저, 도서출판 풀빛, 1996
    7. 한국통사 (한우근 저, 을유문화사, 1978.)
    8. 도시성곽의 과학적 보존과 창의적 개입 (서울특별시, 2014.)
    9. 서울의 성곽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2004.)
   10. 문학멘토링 (정여울 저, 메멘토, 2014)
   11. 한국문학단편선 (창비)
   12. 이야기를 따라 한양도성을 걷다 (서울특별시, 2014)
   13. 인왕산의 어제와 오늘 (종로문화원, 2013.)
   14. 백악산의 어제와 오늘 (종로문화원, 2014.)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허창무 주주통신원  sdm3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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