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만남의 즐거움이 무르익기도 전, 9월 15일 오후 4시 30분경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119 소방차가 급히 달려간다. 급한 환자가 생겼나? 이때까지만 해도 불이 났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한참 후, 비조봉에서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했고 이미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다.

비조봉은 덕적도의 서남쪽 해발 300여m 의 대표적인 등산코스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 비조봉 산불

 

▲ 산불발생지역

방송에서는 날이 어두워져 위험하니 모든 인원 및 장비는 철수하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산불은 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이었다. 산이 너무 가파르고 우거져 인력으로는 도저히 끌 수 없는 조건이었고 설상가상 출동한 소방헬기마저 물을 빨아들이는 기능이 없는 것이라서 근처의 저수지에서 신속하게 물을 공급하지 못하고 육지에까지 가서 물을 공급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초기에 불을 끄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불은 밤새 탔고 그 피해는 더욱 커졌다.

▲ 출동

다음날 이른 아침 여기저기서 장비와 인력들이 모여든다. 산림청헬기, 해군부대장병, 소방관, 관공서, 그리고 현지 젊은이들 그 중에 나도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서둘러 집을 나섰다.

헬기 이외의 장비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직접 살수통과 갈퀴를 들고 올라가 잔불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파른 계곡을 오르기 시작하니 이미 많은 곳이 재만 남은 상황이었지만 아직도 여기저기서 연기가 나고 언제 다시 불이 붙을지 모르는 상태였다.

꼼꼼히 잔불을 정리하며 올라가다보니 일반 산행할 때보다 훨씬 고된 작업이었다.

▲ 잔불정리 중

상공에서는 큰불을 잡기 위해 연신 헬기가 물을 실어 나르며 뿌려댄다.

▲ 헬기진화작업 중

다 타고도 가시투성이인 엄나무만은 그대로이어서 작업을 더욱 힘들게 한다.

▲ 가파른 계곡

정상에 올라 숨을 돌리며 내려다 본 바다 전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 바다전경

저 아래 소방차와 지원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고, 안타깝게 올려다보고 있다.

▲ 지원차량들

비조봉 코스 중에서도 가장 험난한 암릉계곡이 모두 타버려 안타까움이 더하다.

▲ 암릉계곡

다행히 건너편 숲은 무사하다.

불길이 저 바위 능선을 넘지는 못했나 보다.

▲ 불행 중 다행

우리가 아끼고 지켜야 할 아름다운 자연유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산행 중 담배를 피우는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들에 대한 원망감이 더욱 커진다. 등산객의 실화에 의한 산불로 너무나도 많은 인력과 장비 그리고 시간적 물적인 손실과 자연훼손 등 대가가 너무나 크다.

▲ 지켜야할 유산

오늘도 여객선은 관광객과 등산객들을 꽉 채워 실어 나르고 있다.

섬 주민들 입장에서는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도 안 되고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관광객은 사양하고 싶을게다. 그나마 얌전히 자연을 즐기고 가는 사람들이라면 양반에 속한다. 제발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불필요한" 인간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불필요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김진표 주주통신원  jpkim.internationa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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