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고을 이야기 전해줄 책임느껴야

어르신다운 어르신이 해야 할 일

 

 

요즘 나는 내 블로그 등을 통하여서 앤딩노트<Eding Note>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앤딩노트에는 내 자신의 일을 정리한 것도 있지만, 남을 위해 하고 있는 일들도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상당히 보람을 느끼면서 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내 고향의 후배, 자손들을 위해 내 고장의 역사자료를 정리하여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곳은 보성이다. 보성에서 자랐지만, 중,고등학교는 순천에서 다녔으므로, 그 무렵은 순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범학교를 나와서 교사로 15년을 근무하다가 경기도로 전입하여서 여기서 정년을 맞았다. 그러나 전남에서의 교사생활 중 상당 기간을 보성에서 살았다. 고흥에 첫 발령을 받아서 2년 근무하다가 보성으로 와서 득량서, 보성남, 율어동교를 거쳐서 경기도로 전입을 하고 말았으니 보성에서 13년을 근무한 것이다.

그 중에서 보성남교에 근무를 하는 동안 [보성군향토사]라는 역사자료를 발간하는 일에 내가 조금 참여를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자료들이 한자투성이 이어서 너무 어려운 말이 많은 것을 좀 쉽게 써 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다른 부분이 아니라, 바로 보성군 의병활동과 충효에 대한 조상들의 유적들을 설명하는 부분에 대한 글이었다.

1974년에 발간한 책이었는데 내가 관여를 하였으니 수고하였다고 한 권을 받았고, 지금까지 잘 보관을 하여 오고 있었다. 지난 여름 우연히 보성군향토사를 연구하시는 선배님을 뵙게 되었고, 이 분의 말씀을 듣고 다시 책을 펼쳐놓고 보니 정말 이렇게 써 놓은 글을 누가 읽겠는가 싶어졌다.

내가 이 부분을 고쳐본다고 했지만, 그 때만하여도 아직 어린<만 30세> 교사 이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써 놓은 글을 함부로 고치기가 쉽지 않아서 조심스러웠다. 이제 보니 아직 영 한자말을 제대로 고쳐 놓지 못하였다는 죄스러움이 앞선다.

‘그래, 이것을 다시 좀 쉽게 아니 어린이용으로 고쳐서 교육용으로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자료들을 정리하는 동안 보성군이 참으로 의병활동이 활발하였던 충의의 고장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도 해주었다.

역사적으로 기록이 된 의병활동이 모두 여섯 차례나 있었으니, 임진, 정유 두 번의 왜란, 병자, 정묘 두 번의 호란, 이괄의 란, 한말 을사조약, 경술국치 모두 일곱 차례의 국난을 겪을 때마다 의병을 일으킨 곳이 우리 보성이라는 사실은 정말 우리고장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 아! 또 있다. 일제의 압박을 받고 있을 때에도 보성 향교에부터 일제에 세금 납부 거절이라는 방법으로 일제에 항거를 하였던 것은 바로 이런 조상들의 의병 활동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보성군 향토사에는 바로 이런 우리 조상들의 의병활동과 이런 역사적인 자료들을 기록한 정려문, 비석 들을 중심으로 모두 서른 한 가지의 이야기가 등재가 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 글이 대부분은 금석문<비석 같은 곳에 새겨진 글>을 옮겨 놓은 것이어서 참으로 어려운 말들이 많이 있다. 더구나 한글세대 이어서 한자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내게는 거의 고문이나 마찬가지의 고달픈 일이었다. 어려운 글자도 있고, 인터넷에서 검색이 안 되는 글자가 있었다. 옥편에서 찾기가 아주 어려운 글자도 있어서 한자 한 글자를 찾는데 한 나절을 소모하기도 할 정도로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그래서 보성군 향토사라는 책에서는 겨우 22쪽에 실린 내용이었지만, 상하 2단 조판으로 인쇄된 글을 옮기다 보니 원고지 약 300매 정도의 양이 되었다.

여기에 6,25 전쟁 중에 생긴 전쟁이야기와 보성군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을 모두 합친다면 약 500매 가량의 책이 될 것 같다.

순수하게 어린이용으로 아주 쉽게 그리고 요즘 쓰는 말로 옮기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일단 아직은 할 수 있을 때에 내가 남겨 주고 가자는 생각으로 정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이런 것을 기어이 남기자고 한 것일까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다.

요즘 어르신들이 해야 할 일중에서 가장 시급한 일이 바로 이런 일이 아닐까? 나의 집안의 내력이나 이야기를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해서 무엇인가 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 친구 중의 한 사람은 자기 집안의 족보를 [약보]로 만들어서 형제자매와 자손들에게 주겠다고 약 40페이지짜리로 만들었다. 조상의 내력을 한 장에다가 주욱 나열하여서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고조부터 나의 자손들까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한 것이다. 아주 요즘말로 정리하여서 고조부,고조모를 한쪽 분량으로, 증조부, 증조모를 각각 한쪽 분량으로, 조부 와 조모를 한쪽씩 하면서 사진도 넣고, 부모에 관한 것은 4쪽 분량으로, 그리고 어머니 7순잔치의 모습과 그날 프로그램까지, 그 외에 자녀들의 이야기와 손자손녀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 정도로 만들었는데, 옛날식의 족보는 보기도 어렵고 찾기도 어려운 것을 간단하게 잘 정리를 하여 준 것이었다.

바로 이런 것도 어르신들이 해준다면 자손들에게 참 좋은 자료가 될 듯싶었다.

나의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작고하시는 날까지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 보성군 득량면 송곡리 박실의 역사를 정리하시다가 마지막 매듭을 짓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누군가가 그 뒤를 이어서 정리를 하는지는 모르겠다.

바로 이렇게 자기 집안, 자기 마을, 자기 고장의 역사와 전설 같은 것들을 정리하여 후손들에게 남겨 주는 것, 이것은 어르신들이 해야 할 일이요, 어르신들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 어르신들께서 이런 일을 좀 해주셨으면 어르신다운 어르신이 되지 않을까?

편집: 이미진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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