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때 와이로(蛙利鷺) 라는 말을 흔히 쓰고 살아왔다. 또한 사바사바라는 말도 같이 써왔다. 뇌물을 준다는 것의 의미로 이 와이로와 사바사바라는 두 단어를 써왔다.

일본말의 사바사바라는 사바(鯖)는 고등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은 어떤 이가 대나무 통에 고등어 두 마리를 넣어 들고 가다가 우연이도 관청 앞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무엇을 들고 가느냐는 질문에 고등어를 가지고 간다고 한데서 사바사바(고등어 두 마리)라는 말이 유래 되었다고 전한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출세를 하려면 사바사바를 잘해야 한다고들 생각했고 그렇게 했다.

그럼 와이로(蛙利鷺)라는 말의 뜻은, 와는 개구리(蛙). 이는 이로울 이(利), 로(鷺)는 백로를 의미한다고 했는데, 이 와이로란 말의 유래는 무엇일까?

고려 때 명종이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다행스럽게도 멀리 희미한 불빛이 있어 찾아가 보았더니 다 허물어져 가는 초가에서 누군가 낭랑하게 글을 읽고 있었다. 임금은 주인을 불러 내가 지금 몹시 시장해서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좋으니 요기할 것을 좀 달라고 청했다. 선비는 지금 저희 집은 너무나 가난해서 먹을 것이라곤 물 한 사발 밖에는 대접할 것이 없습니다. 조금만 더 내려가시면 주막집이 있을 터이니 오늘밤은 거기에서 유숙 하십시오 라고 했다. 명종이 선비 집을 나오려 하다가 그 집 벽에 이런 글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해석을 해보니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인생의 한'이라는 의미였다.

명종은 이 글을 되새기면서 주모를 찾아 저 위의 집 내력을 물었다. 주모는 매번 과거를 보는데 볼 때마다 낙방을 하고는 저렇게 책만 읽고 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이 말을 들은 명종은 더욱 궁금해져 다시 찾아가 그 선비에게 그 글에 뜻을 물었다. 그 선비는 중국 우화에서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가 살고 있었는데, 까마귀가 듣기 싫은 소리로 하도 울어대어 까마귀에게 누가 고운 소리로 우는지 내기를 하자고 제안을 하고 3일 후에 시합을 하고, 심판은 백로로 하자고 약속을 했다. 꾀꼬리는 3일 동안 열심히 연습을 했으나 까마귀는 날마다 개구리를 잡아서는 백로에게 주었다. 그리고 3일 후 백로는 까마귀의 소리가 더 좋다는 판정을 내렸다. 이런 우화를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라고, 부패한 조정(朝廷)에 대한 자탄(自嘆, 자기의 일에 대하여 탄식함)의 글을 쓴 것이라고 선비가 설명을 했다.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명종은 조정에서 실시하는 과거가 5일 뒤에 있다는데 그것을 아느냐고 물었다. 이때 선비는 내가 십년을 한 결 같이 옳은 답을 적어 냈으나 매번 낙방인 것은 개구리, 즉 조정의 시험관에게 뇌물로 바칠 게 없어서 그렇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제는 과거를 포기 하겠다고 말했다.

명종은 나도 시골의 별 볼일 없는 서생으로 당신보다 더한 낙방을 자주 했습니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또다시 과거를 보러 올라가는 길이오. 나와 같이 한 번 더 과거에 참가하자고 말을 했다. 가난한 선비는 임금에게 설득되어 과거를 치르기로 결심하고 5일 후에 과거장을 찾아 갔다.

시제(試題)는 이러했다. ‘有我無蛙 人生之恨의 뜻은 무엇인가?’ 유생들에게는 처음 보는 생소한 글이었다. 그러니 결과는 가난한 선비가 장원이었다. 감격해 고개를 들어 보니 5일 전에 배고파 찾아왔던 그 시골 서생이 임금님의 용상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명종은 한사람의 인재를 얻으려고 임시과거를 보게 했던 것이다.

▲이규보 초상(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가난한 선비는 어진 성군을 만나 충성스런 신하로 천수를 다했다. 이 선비가 바로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1168~1241)다. 미래까지도 인간의 역사에는 변하지 않고 거듭되는 게 바로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욕인 것 같다.

김영란 법을 만든 사람은 이규보의 역사를 알고 만들었을까? 아님 하도 많이 썩어 있어서 그 법을 만들게 되었을까? 명종 같은 임금은 지금 이 시대에 없을까? 있을까? 우리가 찾아보면 찾아질 수는 있지 않을까?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마광남 주주통신원  wd3415@naver.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