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이 만든 꼰대

꼰대의 본성

---고정관념이 만든 고집

 

2016년 4월5일부터 11일까지 주말을 제외한 5일 동안 지하철 종로3가역의 에스컬레이터 교체 공사장에서 보행인 안내를 하는 일을 해보았다.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만들었다는데, 얼른 일을 맡아줄 사람을 구하는 동안이나마 체험 겸해서 며칠 동안 알바 취업을 한 셈이다.

5일부터 8일까지 4일 동안은 3호선에서 5호선 쪽으로 내려가는 승강장에서 안내를 하였고, 11일 오늘은 5호선에서 1,3호선을 타기 위해 환승을 하려는 승객을 승강장에서 올라가는 방향의 안내를 했다.

5일 동안의 보행인 안내를 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내를 거부하거나 따라 주지 않고 일탈을 하는 사람들의 95% 정도가 꼰대라고 불릴 만큼 나이가 드신 분들이라는 것이었다.

오늘은 갑자기 멤버가 바뀌어서 3호선에서 5호선 쪽으로 환승하려는 승객들이 아니라, 반대로 5호선에서 1,3호선으로 환승을 하려는 승객들을 안내하게 되었다. 정 반대 방향으로 승강장에서 안내를 하게 된 것이다.

여긴 한쪽으로만 가게 만들어 주면 되기에 간단하기는 하지만, 평상시 우측통행으로 길들여진 승객들을 좌측통행을 하게 안내를 하자니 좀 억지스럽고 자꾸만 우측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힘이 들었다. 또한 5호선<방화행과 마천, 상일동>행의 열차가 좌우에서 1,2분마다 들어오고, 열차에서 내린 손님들을 안내하느라 무척이나 바쁘고 혼잡스럽다. 가끔은 내려오는 승객들도 한꺼번에 몰려오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승강장이 온통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이렇게 서로 엉키지 않고 잘 통행을 하도록 편리하게 통행을 하게 해주려고 애를 써서 하는 안내에 충실히 따라만 주어도 한층 수월하겠는데, 한사코 가지 말라는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문제였다.

그래도 5호선으로 내려오는 쪽에서는 말을 안 듣고 기어이 안내와 반대쪽으로 가더라도 계속 가다보면, 반대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승강장에서 올라가는 길은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가게 될 뿐, 올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상관없이 그냥 계속 올라가곤 하였다.

이렇게 안내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두 층으로 나누어진다.

우선 젊은이들인데, 이들은 스마트폰에 빠져서 안내를 보지도 못하고 습관적으로 우축통행 하던 길로 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가던 이들 중의 일부는 가다가 눈치를 채고 계단 앞에서 되돌아오기도 하고, 안내 줄을 제끼고 밑으로 들어오기도 하였다.

그러나 머리가 허연 어르신들은 좀 다르다. 분명히 안내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또는 안내하는 사람의 경광등을 밀거나 제쳐버리며 기어이 가지 말라는 방향으로 가고 만다. 이렇게 안내하는 걸 알고도 승강장에선 그냥 올라갈 수 있으니까, 끄덕끄덕 밀고 올라가는 안 지키는 어르신들이 전체의 약95% 정도는 된다.

이런 꼰대 분들의 모습을 보면 몇 가지로 나눌 수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안내를 하고 있더라도 ‘내 마음대로 갈 거야’하는 심사로 가시는 고집불통인 분들의 모습이 보인다. 경광등으로 막으면 재껴 버리거나 ‘왜 막느냐?’고 말을 하기도 하고 째려보는 어르신들이다.

두 번째로는 아주 걷는 모습부터가 점잖게 폼을 잡고 오시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네가 뭔데 감히 갈 길을 막아?’ 하는 자세를 보인다. 경광등이 번쩍이고 있어도 똑바로 안내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무시하듯 그냥 밀고 나갔다.

세 번째로는 내가 하는 것이 원칙인데 무슨 소리냐는 식으로 반응을 하는 분들이다. 안내를 해주어도 그냥 무시하고 자기가 가던 길을 가는 분들인데, 아마도 ‘본래 다니던 길인데? 무슨 소리?’하는 고집스러운 자세를 가진 분들이다.

마지막으로 안내하는 사람을 깔보면서 ‘웃기고 있네. 우측통행이 맞잖아?’ 하는 식으로 경광등이 있어도 그냥 가면서 안내하는 사람을 비웃듯이 바라보아가면서 가는 경우이다.

왜 이렇게 고집스럽게 가지 말라는 방향으로 한사코 가는 것일까?

정말 고집불통이어서 그러는 것일까? 아무리 고집불통이라도 그렇다. 왜 안내원을 배치하였을까는 생각을 해보고 ‘아, 무슨 일이 있구나.’하고 생각을 해준다면 이렇게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평상시에 없던 안내인이 배치가 되어 있고, 곳곳에 안내판이 서 있는데도, 본래 다니던 곳만 고집한다면 바로 고집불통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잖은가?

어르신 중에서도 경광등을 보면 방향을 바꾸면서 ‘아! 공사 중이군요?’하고 인사까지 하고 가는 분도 있고, 미안하다고 손을 들어 가볍게 인사를 보내고 가신 분도 간혹 계신다.

젊은이들은 나이가 든 사람이 서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목례를 보내기도 하고, ‘죄송해요’라면서 방향을 바꿔주는 경우도 있었다.

“목동가는데 어디로?”하고 앞뒷말 싹둑 자르고 묻기에 바라보니 30도 안 되어 보이는 젊은이였다. 일단 방향을 손으로 안내해주고 보니 머리를 박박 깎아버린 모습이 별로 선량해 보이지 않는 젊은이어서 조금은 기분이 상했다.

그렇잖아도 어르신들답지 않은 꼰대짓 때문에 ‘제발 저러지들 말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 때문에 은근히 속이 부글거리는데, 젊은이까지 안하무인이니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 그렇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야 하는 자리인가 싶고, 참 서글프다.

“제발 우리 어르신들이 이제 ‘난 척’하지 마시고, ‘내가 더 알아’라는 자세나, ‘네까짓 게 뭔데?’라는 권위적 자세도 버리고, 젊은이도 존중 해주고, 겸손한 자세로 이 세상 사람들에게 꼰대짓 좀 하지 말고 살아갑시다.”하고 외치고 싶어지는 하루였다.

우리 어르신들께서 제발 좀 어르신다운 어르신이 되셔서 젊은이들의 모범이 되고 우리 사회의 선각자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편집: 이미진 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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