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넷 키우며)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설탕공장에) 땅을 빼앗기기 전에는 쌀농사를 지었어요. 사는 데 부족함이 없었죠. 소금과 식용유만 사면 됐죠. 그런데 지금은 쌀을 사려고 그 설탕공장에서 일해야 해요. 애들까지 거기서 일해요.” 

땅을 빼앗겼다. 생명도 빼앗을 것이다.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어느날 갑자기 쫓겨났다. 불도저로 마을을 밀고 261가구를 불태웠다. 캄보디아 프놈펜의 평온했던 한 시골마을. 한 상원의원이 소유한 설탕공장이 마을 주민들을 몰아내면서 평화는 깨지고 주민들의 노예생활이 시작되었다. 국가권력은 기득권에게 특혜를 주고, 기득권은 주민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고 공장노예로 삼았다. 이렇게 생산한 값싼 농산물은 부자나라의 무관세 혜택에 힘입어 다국적 대기업의 배를 불리고 있다. 다이아몬드, 커피, 초콜릿을 만드는 코코아 생산을 위해 아프리카, 중남미 등 아동 노동 착취가 자행된다는 보도가 종종 나왔지만 해결은커녕 가난한 나라 주민의 생활은 절망의 나날이다.   

오스트리아의 다큐멘터리 영화 <움켜쥔 땅>(LAND GRABBING, 2015)은 세계의 거대 자본이 투자전문가들을 매개해 가난한 나라와의 거래로 어떻게 폭리를 취하고 노동을 착취하는지, 그리고 무분별하게 환경을 파괴하는지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삶의 파괴와 자본종속이 가속화하는 캄보디아,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입과 민영화로 인해 위협받는 루마니아의 농촌, 식량부족에 시달리지만 전 국민이 노예로 전락해가는 시에라리온.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 전형처럼 여겨지는 선진 유럽(EU)의 가정에 배달되는 달콤한 설탕과 친환경 연료는 폭력과 노동착취, 속임수에 가까운 주민 지원대책,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경제 체제에서 나온다는 무거운 진실을 만나게 된다. 

감독인 쿠르트 랑바인은 1953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 빈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1979년부터 10년간 오스트리아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자와 기자로 일했다. 92년부터는 <Langbein & Partner Media>의 CEO이자 다큐멘터리와 방송 제작자,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1년에 TV 다큐멘터리 <The Sense of Endowing>으로 레오폴드웅가르상을 받았다.

‘월요영상 온’(진행 이동구 한겨레:온 에디터)은 24일 오후 5시부터 약 95분간 서울 종로 ‘문화공간 온’에서 시민에게 무료로 상영한다. 이 영화는 환경재단(이사장 최열)이 제공한다. 특히 이날 심윤정 환경재단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램팀장과 맹수진 프로가 자리를 함께 한다. 관람을 원하는 분은 ‘문화공간 온’으로 직접 오면 된다.(연락처: 02-730-3370)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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