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

 

그래...

만나기도 했었구나

평생...

만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갈라져버린

원래가 하나인 너희 둘

다시 하나가 되려는 본능에

하나는 뼈를 부시듯 몸을 젖혀

하나는 뼈를 삭히듯 몸을 굽혀

숨을 쉴 수도 없었겠지만

짧게 만난 강렬한 날도 있었구나

 

서로 지척에 두고도

만날 수 없는 애달픔에

마주 보고 있다 하면

내 님이 얼마나 슬플까

똑바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고개 돌려 허공 속 뒷모습만

서럽도록 외면한 줄 알았더니

서로 죽을 힘을 다해

만났던 날도 있었구나

 

그리움이 얼마나 진할까

그리움에 얼마나 아플까

그 아픔을 얼마나 버리고 싶을까

이생에서의 인연이 아니라면

그렇게 잔인한 운명이라면

그래도 끊어지지 않는 지독한 인연이라면

다음 아님 그 다음 생에서라도 만나

서로 어루만지고 보듬어주며

하나가 둘로 갈린 너희 둘의 인연을

변치 않는 사랑으로 맺어보렴

 

칠십 년 동안 서로의 그림자로서

숨죽이며 지낼 줄만 알았을 텐데

언젠가는 너희 둘, 슬퍼하지 않는 날이 있겠지

언젠가는 너희 둘, 웃으면서 만날 날이 있겠지

언젠가는 너희 둘, 당당하게 활개 칠 날이 있겠지

피맺힌 그리움을 서로의 눈물 속에 녹여내는 날도 오겠지

모진 기다림을 만남의 기쁨으로 토해내는 날도 오겠지

 

아무렴 오구 말구

그렇게 기쁜 날이 오구 말구.

기다리면 꼭... 꼭... 꼭...

너희 둘에게 영원히 오구 말구

 

▲ 북한산 원통사에 있는 솟대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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