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도 점점 물들고 있다.

▲ 관악산 단풍

잎에 수분공급이 줄어들면서 엽록소가 파괴되어 숨어있던 색소가 나온다는 과학적 이야기는 접어두자.

▲ 관악산 단풍

언제나 단풍을 보면 ‘오매 단풍 들것네!’가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이 시를 교과서에서 배운 거 같지도 않은데 많이 들어서인지 나는 그렇다. 영랑의 누이가 그랬듯이..

▲ 관악산 단풍

오매 단풍 들것네

                     - 김 영 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 관악산 단풍

어느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고 했다. 송창식이 노래로 만들어 불러 워낙 많이 듣고 불렀지만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는 표현은 정말 멋지다.

▲ 관악산 단풍

요즘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이다. 얼마 전 햇살 좋은 날 방하착하자며 친구가 보내주었다.

▲ 관악산 단풍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 관악산 단풍

지난여름 쓰러진 단풍나무도 뿌리를 하늘을 향한 채 곱게 물들고 있는 게 신기하다.

▲ 관악산 단풍

이른 봄 잎도 나기 전에 노란 꽃을 가장 먼저 피웠던 생강나무는 잎도 노랗게 물들인다.

▲ 관악산 단풍

50원 동전만한 산국이다.

▲ 산국

500원 동전 크기 감국도 예쁘다.

▲ 감국

구절초도 수줍게 피어있다.

▲ 구절초

단풍취 씨앗에 갈색 갓털이 화장솔처럼 붙어 있다.

▲ 단풍취

작살나무 열매는 보석처럼 예쁘다.

▲ 작살나무

전차바위 주변도 물들기 시작한다.

▲ 전차바위

벌 한 마리가 막걸리를 같이 먹자고 달려들었다. 술 취한 벌을 꺼내 놓으니 한참을 비틀거리다 이제 좀 깨는지 윙 날라 가 버린다.

▲ 막걸리 마시러 달려든 벌

마징가제트 얼굴은 암반계곡 아래쪽에 있다.

▲ 마징가제트 바위

마징가제트 주먹은 수영장 능선 위쪽에 있다. 엄청 큰 모양이다.

▲ 마징가제트 주먹바위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박효삼 부에디터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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