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도 점점 물들고 있다.
잎에 수분공급이 줄어들면서 엽록소가 파괴되어 숨어있던 색소가 나온다는 과학적 이야기는 접어두자.
언제나 단풍을 보면 ‘오매 단풍 들것네!’가 입에서 저절로 나온다. 이 시를 교과서에서 배운 거 같지도 않은데 많이 들어서인지 나는 그렇다. 영랑의 누이가 그랬듯이..
오매 단풍 들것네
- 김 영 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어느 시인은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고 했다. 송창식이 노래로 만들어 불러 워낙 많이 듣고 불렀지만 초록이 지쳐 단풍이 든다는 표현은 정말 멋지다.
요즘 가장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이다. 얼마 전 햇살 좋은 날 방하착하자며 친구가 보내주었다.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지난여름 쓰러진 단풍나무도 뿌리를 하늘을 향한 채 곱게 물들고 있는 게 신기하다.
이른 봄 잎도 나기 전에 노란 꽃을 가장 먼저 피웠던 생강나무는 잎도 노랗게 물들인다.
50원 동전만한 산국이다.
500원 동전 크기 감국도 예쁘다.
구절초도 수줍게 피어있다.
단풍취 씨앗에 갈색 갓털이 화장솔처럼 붙어 있다.
작살나무 열매는 보석처럼 예쁘다.
전차바위 주변도 물들기 시작한다.
벌 한 마리가 막걸리를 같이 먹자고 달려들었다. 술 취한 벌을 꺼내 놓으니 한참을 비틀거리다 이제 좀 깨는지 윙 날라 가 버린다.
마징가제트 얼굴은 암반계곡 아래쪽에 있다.
마징가제트 주먹은 수영장 능선 위쪽에 있다. 엄청 큰 모양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