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잡자 김일성, 무찌르자 공산당’, ‘반공’을 국시로 삼던 그 시절 북한사람들은 모두 뿔 달린 괴물이었다. 40년 전 일이다. 세월이 많이 지났다. 영화에서 서울의 한 시민은 “통일이 되면 전 안 좋을 거 같은데요. 우리는 지금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만약에 합쳐지면 뭐가 올까, 어떤 현상이 올까요?”라고 반문했다. 그에게 북한은 아니 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아닌 ‘대상’ 즉, ‘타자’가 되어버린 걸까.

스포츠, 공연, 관광과 경제협력으로 서로 만난 적이 있었다. 60년의 비참한 아픔을 함께 나눴기에, ‘우리는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만나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리곤 다시 잊고 살았다.

그런 우리의 가슴을 다시 데우는 이가 찾아왔다. 고향을 떠나 먼 곳에서 70년을 살았지만 그의 가슴은 식지 않았다. 김대실(78) 감독. 그는 1938년 북한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났다. 한국전쟁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살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보스턴 대학에서 종교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강의와 공무원 일을 하다가 영화를 하게 된 건 쉰 살 때다. 

김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 다큐멘터리 영화 <People are the Sky: A Journey to North Korea>(사람이 하늘이다, 2015)'이 27일(목) 저녁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동학시민대학'과 AOK(Action for One Korea) 주관으로 서울 종로 ‘문화공간 온’에서 상영된다.(참가비 1만 원) 특히 이날 김 감독이 출국에 앞서 '문화공간 온'에 와서 관객들과 대화 나누는 시간도 준비하였다.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그가 2013년 평양 시내를 돌아다니며 주민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놀이공원에서 어린이, 청년들과 행사장의 퇴역군인들, 공무원, 노인, 가정집 방문 등 북한의 공식 안내원의 통제 속에서도 다양한 북한 주민들을 만났다. 특히 주민들이 한국전쟁이나 미국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할 때는 잠시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기도 한다. 영화는 나를 관찰자로 두지 않는다. 어느새 김 감독과 함께 걷고 있다고 느낀다. 

그의 ‘하늘’은 70년 만에 찾은 고향 신천에 있었다. 집도 동무도 이젠 없다. 고향을 떠날 때의 그 하늘이 그를 맞았다. 둘로 나눠져 ‘적’이 된 사람들. 김 감독이 만난 그 사람들은 체제와 이념보다 높은, 맑고 파랗게 펼쳐진 하늘이다. 그리고 그 하늘을 가슴에 담았다.

이동구 에디터  do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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