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한국에 돌아갈 날이 두 달 남짓 남았네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요새는 학교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요. 잘 모르는 아이들도 ‘Hi Jeesan’ 하면서 항상 친근하게 인사해 주고 가구요. 영어 빼고는 공부도 정말 부담이 없고요. 친구들이 서로 자기 집에 초대도 많이 해주고요. 그래서 친구 집에서 같이 자기도 하고, 토요일, 일요일이면 만나서 놀러 다니기도 해요. 한국 가지 말고 같이 살자고 하는 친구도 있어요. 두 친구는 부모님께 허락까지 받아서 친구 부모님께서 저에게 정식으로 자신의 집에서 살아도 된다고 하셨어요. 참 고맙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지요. 한국 친구들은 쫌 섭섭하겠지만, 하여간 저는 여기 친구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면 벌써 막 눈물이 나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이곳에서 더 공부를 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어요. 그 이유는 ‘굳이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까지 여기 공부를 꼭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커서 그런 것 같아요. 한국의 고 1인 친구들은 다들 한국에 오지 말고 미국에서 공부 하라고 해요. 그런데 저는 한국이 좋아요. 특히 한국의 문화를 좋아해요. 친척들과 함께 모여서 추석 지내고 설날 지내고 친척 동생들도 많고 서로 우글버글하는 것이 좋아요. 만약 제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가면 직장도 여기서 다니게 될 가능성이 많겠지요. 그러면 제가 한국문화보다는 미국문화에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동생들하고도 서먹서먹해질 거고, 부모님도 거기서 공부하고 싶어 결정을 내린다면 지원해주신다고 하셨지만 속마음은 돌아왔으면 하신다는 것을 알아요. “다 키운 딸 남 주게 생겼다.” 그러셨거든요.

그런 저런 이유로 한국에 돌아가기로 했는데 솔직히 가서 외우는 입시 공부만 할 생각하면 좀 답답해져요. 특히 여기서 배웠던 생생한 역사와 생물 수업, 밴드활동 등은 두고두고 생각이 나겠지요. 그래도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는 거니까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그동안 저는 미국에 와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가지 밖에 해보지 못했어요. 그런 점이 아쉽다고 했더니 Janet 아주머니께서 Appalachia Museum Trip에 참가하는 봉사활동을 하나 주선해주셨어요. .

그래서 지난 10월 6일은 학교를 빠지고 Janet 아주머니가 맡고 있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견학에 따라갔어요. Janet 아주머니께서 미국문화 체험 겸 산만한 아이를 한 명 돌봐주도록 교장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같이 가게 되었어요.

저희가 간 곳은 Appalachia Museum이에요. 이는 인디언 원주민을 몰아내고 Appalachia 산맥 주변에서 살았던 초기 미국인들의 생활민속박물관 같은 거지요. 헌데 저희가 방문한 그 주(week)가 Home coming Week여서 박물관에서 축제처럼 행사를 벌였어요. 직접 만든 킬트도 팔고 게임도구, 모자, 가방, 음식 등도 팔았지요.

Janet 아주머니가 맡고 있는 반 학생은 14명인데 3분의 샤프론(부모자원봉사자)이 함께 가셨어요. 그분들은 각각 아이들을 3명씩 맡고 그 중에서 아주 산만한 Jade와 나머지 4명을 Janet 아주머니와 제가 맡았는데 저는 Jade를 주로 돌보았어요.

Jade는 영리한 아이 같은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막 여기저기 다니는 아이라 한 사람이 손을 잡고 있거나 꼭 지켜봐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계속 손을 꼭 잡고 다니는데 손을 자꾸 빼고 달아나려고 해서 아주 애를 먹었어요. 하지만 헤어질 때쯤에는 가까워져서 저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귀엽게 애교도 피우고 말이지요. 또 엉뚱하게도 저에게 자기 아빠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면서 친구들에게 저와 닮지 않았냐고 묻고 그러더라고요. 아마도 저와 맺은 친근감을 그렇게 표시한 것 같아요. Janet 아줌마와 저는 엉뚱방뚱한 Jade 땜에 엄청 웃었어요. 또 같이 팀으로 돌보던 한 여자아이는 얼마 전 저에게 큰 곰돌이 인형을 Janet 아줌마를 통하여 선물로 보내왔어요. 저는 기분이 좋아서 흐뭇흐뭇…^^

▲ 귀여운 Jade

Appalachia Museum에 전시되어 있는 초기 정착자 미국인들 삶의 모습을 보세요.

▲ 거실
▲ 침실
▲ 어린이 방
▲ 다락방
▲ Fire Place

옛날에 쓴 물건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세요. 안경, 악기, 음식 등을 전시해 놓았어요.

옷감 짜는 기계 같은데…

▲ 악기모음
▲ 벤조를 연주하는 사람
▲ 예전에 사용하던 안경들

그 당시 길렀던 야생 닭, 오리, 공작새, 염소, 양, 양모는 개(보더칼리)도 볼 수 있게 해 놓았어요.

▲ 야생 오리
▲ 공작새
▲치과의 모습
▲ 약국의 모습

또 옛날에 하던 민속놀이를 직접 해볼 수 있게 준비해 주었지요. 우리나라 놀이랑 비슷한 굴렁쇠 놀이도 있고요. 또 큰 보자기에 두발을 넣고 깡총깡총 뛰는 놀이도 하구요. 긴 줄넘기도 하고… 나무토막을 발에 끼고 걷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체험해보도록 해주었어요.

▲ 우리 굴렁쇠 놀이랑 비슷하지요?
▲ 놀이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나무토막 끼고 걷기 놀이인가?

 

▲ 마지막으로 제 모습

자원봉사 한 글을  쓰다보니 예전에 한 봉사활동이 생각이 나네요. 5월 22일 한 것인데요. 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자원봉사 활동으로 강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 것이었어요.

첫 번째 호스트 맘이셨던 비키엄마와 Big South Fork Mountain에 있는 River Bank로 쓰레기를 주우러 갔어요.

비키엄마는 ‘Settle Club’이란 일종의 Horse Club의 회장이라서 이 봉사 활동을 주관했어요. 어떤 그룹은 말을 타고 오고 어떤 그룹은 차로 와서 만나서 점심을 먹고 맥주병, 캔, 비닐 등을 수거했어요. 말을 타고 온 사람들은 강 속으로 들어가서 긴 집게로 쓰레기를 건졌어요. 그냥 들어가면 물뱀이 있어서 물속에는 말을 타고 들어가야 하지요. 우리들은 강 주변에서 쓰레기를 주웠고요.

이런 활동은 봉사활동 점수에 들어가지만 저는 교환학생이라서 봉사활동 신청을 하지 않아서 그냥 경험 삼아 따라 간 것이지요.

▲ 저는 사랑하는 케인과 함께 하루 종일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았어요

.

▲ 말과 사람이 함께
▲ 그날 주운 쓰레기 더미를 앞에 두고 모두 다 함께

10월 31일이 할로윈이에요. 여기는 이상하게 할로윈 축제를 학교에서는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보통 다른 지역에서는 할로윈 복장을 하고 학교에 가는데….. 그래도 할로윈에 관한 재미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할 수 있다면 다음 편에 사진을 찍어 보내드릴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1961년 미국에서 교육문화상호교류법(The Mutual Educational and Cultural Exchang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의거하여 교환교수, 교환연구원 그리고 교환학생(청소년, 대학생)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다. 청소년 교환학생 프로그램은 유학이 아니다. 미국공립학교에서 최장 1년간 무료로 학교를 다니고,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간 가족의 일원으로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교환하면서 상대방 국가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있다.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중국, 동남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참여 학생들도 많다. 원래 비용은 무료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사립기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든다. [편집자 주]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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