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형형색색 물들은 가을 길
머리 위로 날리는 낙엽
툭 튕겨 너울거리더니
땅위에 스르륵 내려앉는다.
켜켜이 쌓인 무거운 시간들
견디기 힘들어 떨어지는가?
못 다한 사연 많고 많겠지만
어찌 할 것인가 그냥 가야지
무심한 발길에 차이고
짓궂은 걸음에 밟히면서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더니
새벽 찬이슬에 젖었구나!
갈 길은 아직도 먼데
차마 두고 떠날 수 없어
이리 보고 저리 보더니
갈 길마저 잊었는가?
정해진 곳도 없고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가기는 가야 하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는가?
허나 슬프지 않은 것은
기약한 봄이 있기에
그래서 그냥 가는가?
길손이 낙엽에게 손을 내밀며 대화를...
길손: 낙엽아! 안녕! 반가워!
낙엽: 응~ 어서와. 그런데 뭐가 그리 반가워?
길손: 넌 색깔이 곱고 맘대로 뒹구는 게 좋아!
낙엽: 맘대로 뒹굴어? 그렇게 보여? 난, 지금 가고 있는데?
길손: 어디로 가는데? 좋겠다!~
낙엽: 그것~ 참~. 내가 마지막 길을 간다잖아?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야?
길손: 아니 벌써 가? 그렇게 됐나? 몰랐어. 미안해...
낙엽: 응~ 괜찮아. 시간과 세월이란 그래. 특히 남의 일은...
길손: 그런 것 같아. 시간을 좀 늘릴 수 없나?
낙엽: 늘려? 장단이 있겠지. 하지만 갈 땐 가야해. 늘일 필요 없어. 나도 푸르른 시절이 있었지.
길손: 맞아, 그땐 정말 풋풋하고 싱싱했어! 그런데 이렇게 떠나야 한다니.
낙엽: 그랬지. 하지만 지난일일 뿐. 누구나 한 땐 화려하잖아? 이젠 가야 해.
길손: 아~ 이럴 땐 무슨 말을 해야지?
낙엽: 갈 때가 돼서 가는데 뭐~. 괜찮아. 왔으면 가야지. 그곳으로...
길손: 아~! 그럼, 나도 곧 가겠네?
낙엽: 아마 그럴걸? 누구나 가니까.
길손: 음~ 어때? 아쉬움은 좀 남지? 서운함도 있을 테고.
낙엽: 그렇지 뭐~. 좀 더 있다 간다고 뭐 달라질까?
길손: 그래도~ 다들 오래 살려고 하잖아?
낙엽: 그래 봤자 잠시야. 안 갈수 없어. 다만 더럽게 가지 말아야 할 텐데...
길손: 음~ 더럽게 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나도 환생할 수 있을까?
낙엽: 그럼! 미련 없이 가면 돼. 자신의 존재를 깨끗이 지우고 가야지. 흔적 없이 말이야. 타의 밑거름과 양분이 되면 가능해. 그리하면 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거야. 이게 부활이고 환생 아닐까?
길손: 아~ 낙엽 너처럼 말이지?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