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광화문에서 민중총궐기 촛불집회가 있는 날이다. 관악산을 오르면서도 마음은 벌써 광화문을 향하고 있다.
관악산은 광화문과 관련이 많다. 광화문은 관악산을 바라보고 있다. 경복궁을 지을 때 근정전, 근정문, 홍례문, 광화문이 관악산을 향하도록 일직선으로 배치했다. 관악산 정상이 불꽃같이 생겨 화산(火山)의 기(氣)가 있어서 그 기가 서울에 미치지 못하게 광화문과 관악산 중간에 숭례문을 세웠다 한다. 광화문에서 조금이라도 관악산이 덜 보이게 숭례문이 막고 있다는 거다. 또한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충녕대군에게 왕위를 양보하고 관악산에 들어와 경복궁을 바라보며 슬픈 마음을 달래며 임금을 생각했다는 곳이 연주대(戀主臺)이다. 나는 오늘 여기서 경복궁뒤 어처구니없는 수첩공주를 생각한다.
팥배나무가 잎은 다 떨구고 열매만 조롱조롱 달고 있다.
많이도 달렸다.
엉덩이가 시려 보이는 계절이 왔다.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곳도 있다.
많은 이들이 요강바위라 부르는 용혈이다. 아마도 그 옛날 여기서 제를 올렸을 것 같다.
전차바위 주변 나무들도 거의 모두 낙엽이 졌다.
나도 오늘 이 관악산 화기(火氣)를 안고 가서 청와대를 향해 내뿜어야겠다.
시청역에 도착하니 시청 광장 쪽 출구로는 사람이 많아 못나가니 9번 출구로 가란다. 대한문 근처에 ‘박근혜 그만 두유’ 트럭이 있다.
좀 더 광화문 방향으로 가다보니 ‘DJ트럭’이 꽤 요란하다.
클럽음악을 DJ가 트럭위에서 틀고 있고 그 아래에서는 젊은이들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축제분위기다. ‘우리는 신나게, 그네는 안 신나게’, ‘우리는 모이고, 새누리는 흩어지고’라며 DJ가 외친다.
촛불 속에 묻혀 교보빌딩 앞까지 가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시청역까지 오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다.
정말 어마어마한 촛불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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