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 케임브리지 경제학부 장하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행복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1990년부터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맡고 있는 장하준 교수는 16권의 서적을 집필하였으며, 특히 그의 저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그가 제7회 아시아 미래 포럼에서 '행복에 대한 경제학적 이해 : 소득, 노동, 공정성 그리고 다른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특별 강연을 했다. 경제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부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행복과 경제학을 주제로 한 장하준 교수의 강연에 거는 청중들의 기대와 관심은 뜨거웠다. 다음은 강연의 요지이다.

장 교수는 세 가지 관점에서 행복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나갔다.

첫째, '행복은 왜 소득만으로는 부족한가?'

소위 '좋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역사적 변천이 있어왔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좋은 삶이란 윤리의 문제와도 직결되었으며 물질적 부는 부차적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물질적 부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서유럽과 동아시아에서는 고도성장으로 인한 소득증가로 인간 생활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 수 없으며 정치적 자유와 공동체 생활 그리고 자아실현은 소득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것이었다.

둘째, '노동은 왜 심각하게 고려해야하는가?'

신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소득을 인간복지의 핵심으로 간주하여 소비가 인간의 삶의 궁극적 목적이며, 노동은 필요악이라고 봤기에 노동문제를 경시하였다. 그러나 노동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며, 우리 인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또한 인간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며, 일은 우리의 복지에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데, 신체적 복지, 지적 복지, 심리적 복지 등이 그것이다.

셋째, 공정성의 개념으로 기회균등과 소득분배 그리고 복지국가

자신이 사는 사회질서가 공정하다고 믿어야 인간의 행복이 가능하다. 공정한 사회란 기회가 균등한 사회일 뿐만 아니라 결과가 균등한 사회이어야 한다.  여기서 기회균등이 완전히 보장된다 해도 진정으로 공정한 것은 아니다. 실제 인생에서 공정한 경주가 이루어지려면, 기회균등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결과균등도 보장되어야 한다.

결과의 균등을 이루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복지국가를 통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규제를 통해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강자의 행동을 제약하여 시장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다. 이는 스위스, 일본, 한국이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시장이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가능성 자체는 제약을 하고 있지만, 그 이후에는 소득 재분배를 많이 하지 않고 있어 불평등도가 평균 이상으로 높다.

한국이 선별적 보호를 통해 불평등을 줄이는 과거의 시스템이 완전히 한계에 봉착했다는 가장 좋은 증거는 자살률이다. 1995년까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던 한국의 자살률은 현재 OECD국가중 자살률 1위이다.

장 교수는 제대로 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에서는 '무상복지'를 강조하고, 보수에서는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는 공짜가 아니라 공동구매일 뿐임을 강조한다. 가난한 자도 부가세 등을 통해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공짜로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권에 바탕을 둔 보편적 복지가 진정한 사회복지이고, 그래야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계몽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우리가 좋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특히 대한민국을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노력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 노동과 공정성이 어떻게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숙고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장 교수가 한국 사회에 던진 화두는 시의적절했으며 의미가 깊다고 할 것이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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