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행복은 가능할 것인가

인간이 자급자족의 생존형태를 넘어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경제활동을 통해 생존을 유지해온지 오래되었다. 그리고 그 경제활동 형태는 누구에게도 선택의 여지없이 자연스런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런데 그 경제활동의 프레임 안에서 오늘 인간은 행복하기는커녕 많은 고통을 느끼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연스레 문제의 원인으로 시선을 향하게 되듯이, 우리는 이 고통을 치유하는 것을 최선으로 생각하며 노력해왔다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한겨레신문사가 11월 23일, 24일 양일간 주최한 <2016 아시아미래포럼>은 보다 근본적인 삶의 질이라는 문제로 돌아와 우리가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부터 되돌아볼 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제7회를 맞이한 올해 포럼의 주제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딜레마에 빠져 고민하고 있는 시장경제와 극도의 양극화에 대한 고민을 담은 주제여서 더욱 관심이 갔다.

세계화, 신자유주의 등 거창한 프레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시장 본연의 생산활동보다는 금융자본을 주축으로 지극히 일부의 사람만을 위한 양극화를 향해 전력 질주해 왔던 너무나 비정상적인 구도였다. 이제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활동으로 되돌리기 위해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이 복잡하게 왜곡된 경제구조와 부딪쳐가며 이를 바꾸어갈 방법이 없을까를 주로 고민했다면, 이 포럼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왜곡된 구조 자체의 정상화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었다.

문제를 인식하는 것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미치광이쯤으로 생각했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백악관 입성에 성공한 것도 어찌 보면 미국인들이 세계경제체제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함께 변화를 택한 자각의 결과였다. 그러나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마음에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변화를 택한 것이라지만 정작 선택의 중요한 기준인 그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짚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그들이 그 변화의 내용을 정확하게 읽고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는 향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신자유주의가 하나의 기조로 전환된 시기를 돌아보면 이런 교훈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신자유주의 시장의 출발은 80년대 초 영국의 마거릿 대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 이후 그들은 직면한 경제 불황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신자유주의로의 변화를 택했지만, 당시 사태의 본질과 변화의 방향에 대한 고민보다는 인간을 주체가 아닌 객체로 몰아가는 듯한 구호(‘철저한 개인만이 있을 뿐이며 이제부터 사회란 없다.’)가 더 요란했던 측면이 있다. 얼마나 무섭고 섬짓한 말인가.

이 두 정상이 추구한 경제 질서는 철저히 개인의 능력에 기대는 것이었고 그래서 공적 부문의 민영화는 물론 개인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경쟁적 가치만이 시장에서 중요시되면서 개별 인격체가 제공하는 노동력은 갈수록 소모품화 되었고 개인 간 임금격차는 물론 비정규직의 확대 등 고용불안을 심화시켜온 그런 변화를 겪어왔던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모든 조직에서 개인들 간 소통은 더 이상 중요치 않게 되었고 오로지 경쟁관계만이 남게 되었다. 불행을 예고하는 각종지표들이 우위로 떠올라 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지금 우린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처절한 문제의식 앞에 다시 서 있다. 그리고 이런 공감대가 어느 정도 세계적인 분위기를 타고 있다. 그런데 막상 ‘무얼 어떻게 하지?’ 라는 막연함이 가로막고 있었는데, 이번 아시아미래포럼에서는 그 방향의 본질도 제시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자본주도의 경제활동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의 양보를 구하는 방법에 머물렀다면 포럼에서는 경제활동 주체인 개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양한 방향에서 제시하고 있었다.

즉 그 동안 우리가 맹신해오다시피 한 GDP, 성장, 총량 등 거시 경제지표에만 머무르지 않고 개인에 초점을 맞춘 행복과 행복지표로의 전환을 말하면서 행복의 중요한 비결인 인간관계의 문제, 노동, 공정성 등의 이슈를 복지정책이 어떻게 구현해갈 것인지에 대한 토론과 강연도 있었다. 그러려면 인식과 프레임의 대 전환이 필요한데 그 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선언문에서도 제시했듯이 포럼은 생산, 소득 등의 단순한 총량 증가에 얽매이지 않고 주민의 건강하고 안전한 생활과 삶의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했다. 여기 지방자치단체들이 참여하고 구체적 정책과 제도를 뿌리내릴 다양한 측면의 삶의 질을 살펴볼 행복지수 개발, 빈곤과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소외 등 해소에 필요한 공적투자 확대, 일자리와 비정규직 등 노동여건 문제해결에 앞장서도록 유도하고 있다.

즉 국가정책 목표를 ‘GDP에서 행복으로 전환하자’는 대 전제하에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 심화를 개선하기 위한 복지제도 확충을 제시한다. 복지의 구체적 내용으로 경제주체인 개개인들의 노동과 삶의 질을 함께 생각하며 정부가 이러한 고민을 정책에 담아내고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즉, 자본이 아닌 시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성장을 기반으로써만 가능한 소득과 소비로부터의 행복 가치를 넘어 삶의 질을 견인할 시민 행복의 가치를 만들어가자고 제안한다.

그 동안 우리에겐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왜곡된 자원을 어떻게 재배분할 것인가의 단순한 문제에 집중했고 이를 정부나 사회가 정책을 통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미 자본주의는 세계화라는 거대한 기반을 토대로 움직이기 힘든 견고한 경제 틀을 만들어놓은 상태였고 그 주역인 자본이 움직이지 않는 한 재분배 문제는 요원해 보였다. 돌이켜보면 재분배를 위한 정책이 중요하긴 했지만 이러한 재분배를 실행할 주체가 누구여야 하고 이러한 구도를 바꾸어갈 기준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우리 스스로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행복가치를 통해 견고하게만 느껴졌던 이 자본주의 체제를 견인해갈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실제 지역사회(국내 37개 지방자치단체, 기업, 부탄 등 국가 사례)에서 실현해 온 성공사례들을 함께 제시하였던 이 포럼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해 경제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에 걸친 포럼 기간 중 둘째 날 오후 시간만 참여했지만(이후 배포한 책자들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다양한 정책 방안과 구체적 제안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인간 사회이면서도 인간이 배제된 채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모든 정책과 경제체제, 그 답답함으로부터 옅으나마 희망의 불빛을 보았고 그 불빛이 가능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방향과 다양한 제안들이 있었다. 바로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선택한 경제체제였는데 어느 날 인간이 중심에서 밀려나고 자본이 중심이 되어버린 오늘의 자본주의, 이를 개선하는 방안으로서 왜곡된 부의 문제를 조정해가는 단순한 방법을 넘어 더 거슬러 우리 인간이 공유하고 있는 그 경제활동의 기본 취지로 돌아가 보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우리 스스로 필요해서 조직했고 우리를 위해 존재해야 할 시장경제에서 우리는 왜 소외되고 있을까?” 그 근본적인 질문에 답이 있었던 것이다.

* 2016 아시아미래포럼 배포 책자, 한겨레신문 참조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김진희 주주통신원  kimjh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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