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패널조사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일과 행복’과 진짜 행복의 방정식

“다양한 국제비교통계에서도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도는 경제발전수준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양일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6 아시아미래포럼,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의 기조연설을 맡은 안주엽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노동패널조사에서 드러난 한국인의 일과 행복’이라는 발제를 시작하며 “이 연구는 ‘어떡해야 행복하게 일 하며 살 수 있는가?’란 연구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불행하게 일하고 있나?’가 됐다”고 말하며 그 근거로 ‘한국노동패널조사’의 삶의 인식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해 제시했다.

안 선임연구원은 “OECD의 ‘2015년 삶(HOW’s Life 2015)’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OECD 35개국 평균 6.6점에 한참 못 미치는 5.7점이고, UN의 ‘2016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5.835점으로 세계 58위에 그치고 있는데,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임을 미루어볼 때 국민들이 경제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행복을 영위하고 살아간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만 대상으로 한 한국노동패널조사에서도 그 ‘불행한 국민’의 양상은 뚜렷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구체적 항목들을 발표했는데, 삶에 대한 가치 척도를 수치화해 1~5점 척도로 나타낸 이 지수에 따르면 IMF직후인 1998년 2.9점에서 2003년에 3.2점, 2011년까지 3.4점으로 완만하게 오르긴 했지만, 2011년 이후 정체를 보이고 있다. 아마 올해를 강타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으로 행복하지 못한 처지를 자각한 국민이 늘어나 올해는 오히려 지수가 떨어질 것이 명약관화다.

안 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우리 국민의 행복도가 낮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실제보다 낮은 경제사회적 지위에 속한다는 비관적 인식이 팽배하고, 일을 하고 싶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가질 확률이 희박하며, 일을 한다고 해도 고용 안정성이 미흡하거나 임금 수준이 낮은 열악한 일자리가 많고, 무엇보다 노후에 충분한 사회보장체계가 확립되지 못한 사회구조상 높은 생계형 창업 비율과 그들의 낮은 성공률, 그에 따른 잦은 폐업, 그리고 그로 인한 부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자영업자들의 절망에서 기인한다”고 밝혔다. 명실상부한 ‘100세 시대’에 나이가 많아질수록 빈곤률이 높아지고 행복도가 떨어져 결국에는 높은 노인자살률로 귀결되는 파국을 막아야 한다.

안 연구원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조사결과 [임금근로자의 행복도]는 임금수준이 높거나, 근속 기간이 긴 괜찮은 일자리에서 일할수록 높았다. 우리 국민의 ‘일을 통한 행복’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환경의 개선과 아울러, 일자리 양극화의 해소를 통한 더 많은 수의 ‘괜찮은 일자리’ 창출, 지나친 장시간 근로의 해소와 양질의 시간 선택제 일자리 등 일과 삶의 균형의 확산, 학교교육-노동시장 이행과정의 연계, 국민연금 수령 개시연령까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법정정년의 연장 또는 폐지, 은퇴자 및 고령자의 노후소득 및 건강증진 보장, 그리고 사회적 자산 형성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고 아울러 국민인식개선이 필요합니다.”

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일하고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해 세계적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됐지만 여전히 불행할까?

뭐든지 숫자로만 보는 노동연구원의 결론은 이번에도 ‘국민인식의 개선’, 그리고 ‘다양한 정책마련’이다.

행복을 위한 어른들의 바이블 <어린왕자>에는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여자 친구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제일 중요한 것은 도무지 묻지를 않는다. 그분들은 '그 친구의 목소리는 어떻냐? 무슨 장난을 제일 좋아하느냐? 나비 같은 걸 채집하느냐?' 이렇게 묻는 일은 절대로 없다. '나이가 몇이냐? 형제가 몇이냐? 몸무게가 얼마가 나가느냐? 그 애 아버지가 얼마나 버느냐?' 이것이 그분들이 묻는 말이다. 그제서야 그 친구를 아는 줄로 생각한다. 만약 어른들에게 '창틀에는 제라늄이 피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들이 놀고 있는 아름다운 붉은 벽돌집을 보았다'고 말하면 그 분들은 그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 내질 못한다. '10만프랑짜리 집을 보았어.'라고 해야 한다. 그러면 '거, 참 굉장하구나.'하고 감탄한다.' 

행복은 숫자가 아니다.
헬조선의 삶은 고단하지만, 오늘도 우린 우리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촛불을 켠다. 숫자로 보는 대한민국은 헬조선이지만, 그 숫자들로 계량할 수 없는 더 큰 꿈을 꾸는 우리 아이들의 미소를 지켜주려는 노력, 그 작은 정성이 새삼 중요한 시점이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대원 주주통신원  bigmot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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