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제영구선(왼쪽)과 전라좌수영구선

거북선은 이순신이 창제한 배인가?

우리는 거북선을 말하면 이순신을 떠 올리고, 이순신을 말하면 거북선을 떠 올린다. 그리고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자랑스럽지요.

그런데 이충무공전서를 보면 거북선은 이순신이 창제(創製)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충무공전서란 이순신이 전사한지 195년이 지난 다음에 정조임금이 (정조 16년, 1792)당시 규장각 문신이었던 윤행임에게 명하여 자료를 모아서 만든 책이다. 이 전서에는 통제영구선과 전라좌수영구선 두 개의 그림과 694자의 한자로 설명문을 달았다. 이 책을 1988년 이은상의 번역으로 상하권이 출판되었다.

그런데 우리 정사에 거북선이 최초로 기록 된 것은 태종13년(3746,1413) 2월 5일에 임금이 임진강변을 행차하다 거북선과 왜선(倭船)으로 꾸며서 수전(水戰) 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는 기록이 최초이고 이 기록은 임진전쟁이 일어나기 179년 전의 기록이다. 그러나 같은 책 하권에는 창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 있다.

202쪽의 귀선송(龜船頌)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몽충(蒙衝)군함의 옛 제도를 본뜨는 뒤에 새 의견을 붙여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공을 다시 모셔올 수 없음을 탄식하면서 거북선을 노래한 것이 있다. 그 노랫말 중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첫구절에

거북으로 이름 한 배 우리임이 만드시어

그 모양 본떠내어 몽충(蒙衝) 대신 쓰시도다.

몽충이라는 배는 초나라의 배로 소가죽이나 판재로 배의 위를 덮어 시석(矢石)을 막을 수 있게 만든 배이다.

중 략

옛 제도만 본뜸이랴 사람 손에 달렸도다

본떠서 만드오매 물건이야 예 같건만

신묘하게 부릴 사람 누가 공을 이으리오

그 사람 곧 못 얻으면 헛 물건이 되오리니

이 노래 지어 내어 구멍막이 되려노라.

여기에서 거북선을 이순신이 창제한 배라는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충무공전서에 이순신이 창제한 배라고 되어 있어 그대로 믿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려사절요 제18권 순효대왕1 경오11년(3603,1270) 12월조에는 장군 양동무가 몽충(蒙衝, 전선(戰船)의 일종)으로 공격하여 구원해서 적이 흩어졌으므로 드디어 포위를 무너뜨리고 나왔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기록으로 본다면 고려 때부터 이와 유사하거나 같은 배들이 있었다고 보아진다.

즉 몽충이라는 배를 본떠 전투에 용이하게 만들어서 거북선이라 이름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이미 태종 때 거북선이란 이름이 등장했으니 그 이름조차도 이순신이 지었다고 하긴 어렵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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