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청와대를 가리고 있는 북악산의 뒷모습이다.

청운동으로 내려오니 지방 관광버스들이 줄지어 서있다. 어? 무슨 관광버스가 이렇게나 많이? 여기 뭘 볼게 있다고? 닭장 구경 하러 왔나?

관광객을 실고 왔나 했더니 지방경찰들이 타고 온 버스였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경찰들이 올라오니 경찰버스가 모자라서 관광버스를 빌려 타고 온 듯 싶었다. 이 무슨 돈 낭비고, 인력 낭비인고.. 한사람만 결단하면 될 것을...

좀 더 내려가니 경찰버스가 또 한 가득이다. 경찰 버스 위에는 딱딱 3명의 경찰 파수꾼이 앉아 있다. 평화집회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아는지 경찰이 무척 여유롭다.

4시 행사가 시작되었다.

416연대 부모님들의 처절한 행진이 보인다. 시중에 도는 소문처럼.. 잠이 보약인 사람이 약에 취해 자느라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았다면... 그 죄값을 어찌 다 받을꼬...

부역자들을 효수했다. 박근혜가 퇴진하게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근혜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새누리 정권을 유지하는 것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는 일이라고 판단한 부역자들은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에, 경제계에, 언론계에 그리고 법조계에... 이들은 박근혜를 제거하고 다시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다 동원할 거다. 개헌, 제3지대 운운하는 것이 국민들 '간'보기 위한 떡밥이다. 국민들이 또 속아넘어 갈까? 이제 국민들이 너무 똑똑해진 것 같은데.. 만약 또 속아넘어 간다면 개.돼지라 자청하는 거나 마찬가지.

한편 문화공간온에서도 4시에 발대식이 떴다. 한겨레 주주통신원과 문화공간온 조합원이 늘 함께 한다.

광화문이다. 이번 일로 삼성이 얼마나 나쁜 집단인지 백일하에 들어났다.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게 준 돈은 자신들이 얻은 이익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삼성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은 약 6000억을 날렸다. 날릴 것을 알면서도 손들어 준 거다. 이 손해를 삼성으로부터 환수하는 방법이 없을까? 국민연금을 받을 예정인 한 사람으로서 생각만 해도 속이 터진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에 나오는 빨간 장미를 든 정의의 사도 '가이 포커스'. 그는 부정한 권력 모두를 처단했다.

일부러 광화문 광장에 나오기 위해 노란 티셔츠를 주문해서 입었다는 아버지와 두 아들 "지도자의 무책임과 무능에 뿔났다"

광화문에서 휘날리는 한겨레:온과 문화공간온: 깃발. 특히 한겨레:온 깃발은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더 쳐다보고 간다. 사람들이 "한겨레네" 하기도 하고, "한겨레 따라 가야지" 하고 따라 오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정말 많이 뿔났다. 박근혜 하야 전국 청소년 비상행동이란 단체를 만들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여학생

'해체 헬 조선'. 새누리당 해체, 독점재벌 해체,  정치검찰 해체, 수구언론 해체, 국정원 해체, 비리사학 해체!!!! 거기에 더하면 호시탐탐 정권을 다시 노리는 이명박 집단의 총체적 해체!!! 그동안 조선일보는 박근혜 퇴진에 한 몫을 했다. 이제 누구를 향해 그 칼날을 세울까? 바로 문재인 등 차기 정권에 가장 유력한 주자인 야권세력이다. 김무성이 새누리당 탈당하고 대선 포기하면서 한다는 말이 "친문과 친박 빼고 다 모여라!!". 조선일보가 조종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조선무성명박집단의 총체적 해체가 없다면 국민이 개.돼지가 되는 건 시간문제.

그간 천주교에서는 시국성명이 많이 나왔다. 개신교에서는 좀 엉뚱하게 '최순실만 죄 있고 박근혜는 죄 없어요'하는 시국성명이 나왔다. 불교계도 시국성명이 한 번 나오기는 했지만 비교적 조용했다. 하지만 '파사현정' 현수막을 든 스님들의 발걸음은 당당했고 힘찼다. 곧 이어진 시국성명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너 돌아갈래 닭하사탕' 우리 국민은 정말 이 기가 막힌 상황에도 재치 만점이다.

 

두두둥 두두둥... 마음을 두드리는 양심의 북소리. 그날 청와대 200m 앞에서 벌어진 최고의 퍼포먼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다. 역시... 위원회는 잘 선택해야해

스님에게 질세라, 나도 한 번 북채 잡아 청와대를 향해 실컷 두드리고 싶소.

청와대 가는 길을 막고 나란히 서 있는 경찰. 그들도 박근혜가 기가 막힐 텐데... 얼마나 저기 서 있기 싫을까. 가엽다는 생각까지 든다.

삼청동에서 회군하여 다시 광화문에 왔다. 그새 어두워져버렸다. 발디딜 곳 없이 사람들로 꽉 찼다. 우리는 깃발을 들고 인사동으로 해서 문화공간온에 왔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

저녁을 먹고 다시 광화문으로 행진. '국민의 명령, 즉각 퇴진'의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경복궁 역앞 도로에 있는 촛불로 말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반대. 박근혜 퇴진' 무슨 압력을 받았길래 저리 초스피드로 처리했을까? 1년 기한이라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마는... 위안부 협상이나 보호협정이나 세월호 7시간 약점 잡혀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자꾸 든다.

박근혜 체포단을 태우고 온 눈이 순한 황소 2마리. 부디 착한 국민을 더 이상 화나게 하지 말았으면....

그렇게 150만의 평화집회는 밤을 맞았다. 밤을 새우며 집회에 참석한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쉰하고도 중반을 넘어선 우리 나이는 다음 주를 위해 집에 돌아가야 한다. 박근혜가 내려오는 그 날까지 담주도 나가고 그 담주도 나가련다. 3주 뒤로 김장도 미뤘는데 설마 3주 뒤엔 뭔 결판이 나겠지....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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