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저성장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사회

문제는 저성장이 아니라 행복하지 않은 사회

이번 기조 강연을 담당한 닉 마크스는 영국에 있는 행복한 일(HW)대표이며 진보적 싱크탱크인 신경제재단(The New Economics Foundation (NEF)의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지구행복지수(HPI)라는 용어를 소개하며 기조 강연을 시작하였다. 그가 지구행복지표를 만들었던 목적은 지디피의 성장이 반드시 사람들의 행복을 보장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을 성장에서 행복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데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인용하며 “지디피는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는 지금까지 지디피의 성장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고 행복하게 해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봉착하였으며 여러 가지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을 다각도로 측정하여 국가정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도 측정

 그는 행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행복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행복도를 어떤 지표와 방법으로 측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하였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등단한 그는 먼저 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인용하여, 국민 총생산(GNP)은 모든 요소를 측정할 수 있지만 삶을 구성하는 요소는 배제하고 있다며 모든 국가가 지디피의 성장에만 힘써 왔지만 국민들은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이제는 무엇이 가치있는 삶을 만드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고 하면서, 가치있는 삶을 만드는 요소로 행복, 웰빙, 삶의 질을 들었다. 우리 삶이 가치있는지 여부를 평가해서 정책으로 삼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행복도와 웰빙의 수준을 측정해야 하며 그 접근법으로 아래의 다섯 가지가 매우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는 것이다.

1. 선호도 충족-자신의 희망과 욕구가 웰빙과 직결되는가?

2. 객관적 리스트-건강, 소득, 교육, 자유 등을 객관적 지표로 삼아서 측정

3. 기능적 요소-행복한 삶이나 유복한 삶의 달성 유무

4. 감성적 요소-삶의 경험을 피평가자의 주관으로 평가

5. 평가적 요소-웰빙에 대하여 인지를 통한 느낌 평가

이상과 같은 평가에 대해서 한국의 상황을 예로 들면서 여러 가지 항목의 도표를 보여 주었다. 비교 국가로는 우리나라, 미국, 덴마크, 일본, 짐바브웨를 들었다. 국가별 웰빙 수준에서 우리나라는 짐바브웨보다는 조금 나은 정도였으며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상당히 뒤져 있었다. 삶의 만족도와 지디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짐바브웨보다는 약간 높은 수준이었으며 코스타리카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어제는 즐거웠다, 어제 화가 났다, 어제 우울했다, 어제 우울감 없이 즐거웠다, 존중 받았다고 느낀다, 긴급상황 시 타인에게 의지할 수 있다, 혼자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낀다' 같은 항목도 여전히 낮은 수치였으며 국가 청렴도는 다른 오이시디 국가에 비해서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다만 특이한 점은 물질적 풍요도에서는 다른 국가들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토대로 국가행복지수를 산출할 수 있는데 그가 보여준 지도를 통하여 보았을 때 한국은 여러 국가 중에서 80위를 하였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도 지디피가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게 해주리라는 환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니 다양한 행복지표를 개발해 어떻게 하면 사회와 국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에 대한 해답은 그가 주장하고 있는 “행복지표 개발과 조사에 적극적인 나라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행복과 삶의 질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과 “일과 삶의 균형, 정신적 건강 수준, 교육제도가 학생들을 과도한 경쟁 압박으로 내몰지 않는지, 여성·노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우 등을 조사해 이 결과로 활발한 토론과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에 있을 것이다.

개인과 정부의 노력

행복을 위한 방법을 완성한 이후에는 이러한 방법을 토대로 개인과 정부가 목표를 설정하여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먼저 개인적으로 노력해야 할 다섯 가지를 들었다.

1. 교류하기-주위 사람들과 연락하고 접촉하기

2. 활동적으로 살기-움직이고 함께 활동하는 생활

3. 인식하며 살기-주변에 주의를 기울이고 계절이나 주변 사람들의 변화도 인식

4. 배움을 지속하기 -호기심을 갖고 항상 배우기

5. 베풀기-나누어야 행복하다

이상과 같은 항목들은 지금까지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도 끊임없이 강조하고 추구하였던 것들이다.

정부는 경제와 공공서비스, 그리고 지역사회나 지방정부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항목에 주의하여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1. 좋은 일자리 창출-좋은 조직에서 행복하게 일하기

2. 은행 시스템 개혁-빈자들을 위한 금융시스템과 금융 불평등 해소

3. 학교 육성 강화-학문 중심의 시스템 탈피, 예술 교육, 스포츠 교육 등의 강화

4. 종합 건강 검진-심리적인 건강 보살피기(자살이나 우울증 등)

5. 시민과의 결합-타운센터가 시민으로부터 격리되지 않도록

  주의

6. 탄탄한 토대 구축-시민들 간의 연대 구축

7. 중요한 것들을 평가하기-지디피와 지엔피, 행복지수 등을 함께 평가하여 정책에 반영

이상과 같은 개인의 지침과 정부의 지침은 모두 웰빙국가를 건설하여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목표를 두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지구의 환경과 기후변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구의 행복지수 등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닉 마크스는 행복에 대한 측정이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지만 주관적인 측면과 객관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측정해야 하며, 그 측정한 것을 가지고 정책으로 시행하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근거로 다시 이론이나 패러다임을 만들어 새로 측정하는 과정을 되풀이 하여 그 자료를 축적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라마다 문화와 역사가 달라서 자신의 방법이 반드시 맞지는 않을지라도 국가의 행정목표를 행복지수가 높은 국가를 만드는 것에 두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고도 하였다. 덴마크와 같은 국가는 행복지수가 높아서 더 이상 나아지기가 힘들지만 한국은 아직 낮은 국가에 속하기 때문에 노력하면 앞으로 향상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국가라는 위안 아닌 위안을 하기도 하였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성장을 넘어, 더불어 행복을 찾아서’이다. 닉 마크스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지구의 종말까지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새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미룰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중간 세션에서 상영하였던 영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감독한 ‘행복의 경제학’은 세계화로 인해 야기된 다양한 부작용, 에너지 자원의 부족, 1인당 생태발자국의 증가, 빈부 격차의 심화, 삶의 질 하락, 주권 국가의 경제적 침해 등으로 세계가 어떻게 종말로 치닫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영화와 함께 그의 강연은 현재 우리의 사회가 처한 정치적, 경제적 난국에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았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종선 주주통신원  haohu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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