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사 봤어요?] 한겨레:온

[편집자 주] 지난 2일 <한겨레> 토요판팀 박유리(사진) 기자가 ‘형제복지원 3부작’ 보도로 32회 관훈언론상’ 저널리즘 혁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관훈언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조용중·한승헌)는 2일 “열독률이 떨어지고 있는 신문이 독자와 새로운 방법으로 소통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상당한 결과물이 나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 기자는 ‘스토리 페이퍼’를 표방하며 지난 8월30일~10월11일까지 3회에 걸쳐 200자 원고지 310매 분량으로 1980년대의 대표적인 인권유린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소설의 작법을 도입해 발굴 보도했습니다.

관련 한겨레 사설 (2014년 10월 14일치)

<한겨레>가 토요판에 연재한 ‘형제복지원 대하 3부작’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여겼지만 실상 몰랐거나 잊고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들을 세밀하게 되살려냈다. 1987년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었다. 부랑인을 격리·수용한다는 미명 아래 감금, 가혹행위, 노동력 착취, 성적 학대 등 끔찍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이 시설에서 1975~86년 무려 513명이 숨졌다는 사실은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 떼죽음의 진상과 그곳에서 저질러진 온갖 비인간의 실상, 그리고 지금도 복원되지 않은 생존자들의 파괴된 삶은 우리가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던 비극적 진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년6개월의 형기를 마친 박인근 원장은 복지시설을 계속 운영하면서 여전한 인맥과 부당한 수단을 동원해 국내외에서 해수온천, 레포츠센터 등 각종 사업을 넓혀 나갔다. 급기야 부산상호저축은행 사건에까지 연루됐으나 건강 문제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복지시설을 운영하며 최악의 인권침해를 저지른 인물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복지사업에 손을 대고, 이를 이용해 또 다른 돈벌이에 몰두하다 다시 범법행위를 저지를 수 있는 사회가 과연 정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국 미완의 진상규명과 처벌이 낳은 결과다. 박씨는 87년 당시에도 일부 횡령 혐의만 유죄가 인정됐을 뿐 정작 특수감금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관계의 비호로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어떤 적폐의 뿌리를 살짝 들추기만 하고 잊어버릴 때 망각을 먹고 사는 독버섯은 금세 자라난다는 철칙을 일깨워주는 사례다. 오늘날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사회적 비극에 어떻게 대처할지 교훈을 주는 동시에, 이제라도 그 교훈에 따라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할 사건이 바로 형제복지원이다.

국가가 직간접적인 가해자였다는 점에서 진상규명의 역사적 의미도 크다. 부랑인 강제수용은 1975년 제정된 내무부 훈령에 근거한 것으로, 88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강화됐다. 한 해 수용되는 부랑인이 81년 8605명에서 86년 1만6125명으로 늘었을 정도다. 국가가 국익이란 이름으로 시민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았는데도, 오래된 일이라고,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작다고 그냥 넘길 것인가. 관련 특별법을 발의한 국회의원 55명과 피해자들은 묻고 있다. 이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않은 상태다.

[기획연재] ‘형제복지원 열다섯살 조장 태길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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