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랑코에, 꺾꽂이로 새 생명을 얻다
나의 화초 스승인 두 사람의 의견에 의하면 식물도 늙는다. 엄마 왈 "뿌리가 늙으면 아무리 잎이 새로워도 젊어지지 않는다 이럴땐 과감하게 뿌리를 버리고 새 줄기로 꺾꽂이를 해야한다"는 것이고, 남편 왈 "식물의 뇌와 생명은 뿌리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늙은 뿌리는 절대로 새로워질 수 없고, 유일한 방법은 꺾꽂이라는 방법을 통해 새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12년간 근속했던 교보문고를 떠났던 2012년 7월, 사무실에서 기르던 카랑코에 화분이 하나 있었다. 이렇게 불쌍하게 생긴 화분이었다. 엄마가 기르던 것을 데려다 키운 건데 워낙 오래 키워서 그런지 위로만 길게 자란 그런 형태였다.
화초선생들의 조언에 따라 나는 교보문고를 나오면서 이 카랑코에 화분을 꺾꽂이 했다. 과감하게 반으로 잘라 두 그루로 심은 것이다. 오른쪽은 본래의 뿌리. 왼쪽은 새 뿌리 내리기를 바라며. 또한 오른쪽은 나의 과거, 왼쪽은 나의 미래라 이름 붙이며....
그렇게 심어서 잘 자라던 것이 2012년 12월에 당시 다니던 출판사 사무실에서 냉해를 입었다. 잎사귀들이 완전히 얼어서 모조리 괴사했다. 다행히 줄기와 뿌리는 얼지 않았기에 집으로 데려와서 돌보았다. 그 결과 2013년 한해동안 이렇게 다시 살아난 거다. 역시 오른쪽의 늙은 뿌리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왼쪽의 새 뿌리는 그 냉해를 겪고도 이렇게 다시 살아났다. 고맙고 감격스러운 일이다.
드디어 처음으로 꽃봉우리가 맺힌 것은 그 다음해인 2014년 1월의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꽃을 피웠다!
그렇지만 2015년에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이사를 간 집이 햇빛이 별로 들지 않는 곳이어서 많은 화초들이 힘들어 했다. 카랑코에 역시 죽지는 않았지만 꽃을 피우지는 못했다. 2015년 11월에 해가 잘 들고 통풍 잘 되는 신촌 집으로 이사를 왔고, 2016년은 그야말로 꽃잔치였다. 꽃봉우리가 올라오는 것을 보면 2014년에 피웠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랑코에 화분은 한번 꺾꽂이를 하고 멈춘 것이 아니라 계속 꺾꽂이를 해주었다. (물론 이 일들은 나의 영원한 가드너인 남편의 몫이다.) 그 결과 두 그루였던 카랑코에 화분은 이렇게 풍성해졌다. 화분도 더 큰 것으로 갈아주었다. 그렇지만 2016년의 여름은 너무 더웠고 병충해도 입었다. 꽃도 너무 많이 피어서 그런지 썩 영양상태가 좋지 못하다. 2016년 11월 11일 화성시 봉담읍으로 이사를 온 후, 비료를 주었고 옆으로 퍼지는가지들을 고정시켜 주었다. 빛깔도 좋아지고, 이제 병충해를 입었던 쪽에서도 꽃봉우리가 맺히고 있다.
이젠 늙은 뿌리가 어느 것이었는지 젊은 뿌리가 어느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2012년 8월에 선택했던 꺾꽂이는 목숨을 건(?) 선택이었지만, 이제 나의 카랑코에는 훨씬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꼭 4년이 걸렸다.
오래 묵은 카랑코에가 더 이상 자라지 않을 땐, 과감하게 잘라서 새로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꽃도 피고 새로운 일가도 이룰 수 있는 법. 새로운 뿌리여야만 미래를 만들어 가는 까닭에.
편집 : 심창식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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