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 출생의 비밀

오늘날 이 땅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 그 이상의 것들입니다.

정경유착과 부패, 막장 드라마 그리고 탄생의 의혹까지.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2천 2백 년 전 진시황 당시에도 일어났습니다. 24화 맹상군을 죽이려고 했던 진나라 소양왕에게는 안국군이라는 둘째 아들이 있었고, 그 안국군에게는 이인(異人)이라는 서자가 있었습니다.

이인은 어머니가 안국군의 총애를 받지 못하자, 다른 20여명의 자식들 속에서 변변한 대우도 못 받고, 왕위를 계승할 가망성도 없이 자랐습니다. 그러다 사이가 좋지 않은 조(趙)나라에 볼모로 보내지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고, 진과 조의 관계가 험악해지자 이인의 처지는 생활이 곤란할 정도가 되었지요.

소양왕이 55년을 왕위에 있다 보니 태자가 먼저 죽고 둘째인 안국군이 태자가 됩니다. 이때 여불위란 상인이 등장합니다.

여불위는 위나라 출신으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돌며 싼 물건을 사서 비싼 곳에 파는 장사로 거부가 된 사람이며 사업수완도 비상하였지요.

사업차 조나라에 들렸다 볼모로 잡혀와 곤궁하게 살고 있는 진나라 왕족 이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인을 보니 왕이 될 재목인지라, 번뜩이는 그의 사업적 판단은 거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봤지요. 집에 돌아온 여불위는 아버지를 찾아가 묻습니다. “땅에 투자를 하면 몇 배의 이문이 남습니까?”, “열 배!” “진주 보석에 투자를 하면?”, “백 배!”, “왕위를 이을 희망도 없고 볼모로 잡혀와 있는 왕족을 왕으로 만들면 몇 배의 이문이 남겠습니까?” “그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문을 남길 것이다.” 여불위, “奇貨可居(기화가거)” (‘가히 거두어들여 큰 이문을 남길 진기한 물건이로다.’ 라는 뜻의 고사)

▲ 여불위는 흔한 장사꾼, 사업가로만 보기에는 그의 족적이 너무나도 큽니다. 긴 안목과 거침없는 투자, 그리고 추진력! 
사진출처 : read01.com

조나라를 다시 찾아 어렵사리 이인을 만난 여불위가, “소인이 공의 집안을 크게 일으켜드리겠습니다.” 이인 왈, “당신 집안이나 크게 일으키시오!”

그러자 여불위가 이인에게 진지하게 대답을 합니다. ‘당신이 크게 되면 저희 집안은 자연히 일어나게 된다.’고. 그 말뜻을 깨달은 이인이 여불위를 가까이 하여 훗날을 도모하게 됩니다. 여불위는 이인에게 천금을 투자합니다. 500금을 이인에게 주어 볼모로 잡혀와 있는 조나라에서 사교활동을 하며 왕이 될 발판을 마련하는데 사용하게 하고, 여불위는 진나라로 들어가 작업에 들어갑니다.

우선 아직 젊어 총애를 받고 있는 안국군의 본부인 화양부인에게 접근을 합니다. 500금을 투자하여 온갖 보물들을 화양부인에게 보내고 말을 전합니다. ‘지금은 젊고 아름다워 안국군의 마음을 사로잡아 지위를 유지하지만, 나이가 들고 아들도 없어 훗날을 안심할 수가 없다. 조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이인은 화양부인을 친 어머니처럼 존경하고 사모하니 그를 양자로 삼아 후에 왕이 된다면 안국군의 뒤를 이어 대대로 영화를 누릴 수 있다.’

초나라 출신의 화양부인은 옳다고 여기고, 안국군을 설득하여 이인을 후계자로 삼고, 또한 자신의 출신지인 초나라의 아들이란 의미로 ‘자초’란 이름을 지어주며 자신의 양자로 삼았습니다.

다시 조나라로 돌아온 여불위는 어느 날 이인을 자신의 처소로 불러 주연을 베풀었습니다. 여불위에게는 당시 절세의 미녀이며 춤을 잘 추는 조희라고 하는 애첩이 있었지요. 술이 오른 이인 앞에 조희를 불러 춤을 추게 하였고, 이인은 여불위에게 조희를 달라고 합니다.

조희가 이인(자초로 개명)의 여자가 되어 정(政)이라는 아들을 낳았는데 바로 훗날 진시황입니다.

여기에서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진시황 출생의 비밀이 생깁니다. 약 150년 후에 활동을 한 사마천은 유독 진시황편은 세세한 불륜 묘사와 단정적인 서술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조희가 여불위의 아들을 임신한 상태로 이인의 여자가 되었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노력을 하였으며, 결국 12달 만에 아들을 낳았다.’ 여불위의 아들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인지 태어난 아들이 이가 있었다고도 기술합니다.

훗날 학계에서는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한나라를 세운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환의 하나가 아닐까? 여기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애첩을 바쳤든, 아니면 그동안 투자한 돈이 아까워 첩을 달라는 이인의 요청마저 불쾌했지만 승낙을 했던지 결국 조희는 이인의 여자가 되었고, 또한 아들을 낳았습니다.

진나라가 또다시 조나라를 공격해 오자 볼모인 이인을 죽이려고 합니다. 여불위는 다시 많은 돈을 뿌려 이인을 진나라로 무사히 탈출을 시키고 조희와 아들 정을 숨겨 보호해줍니다.

진나라에서는 소양왕이 죽고 안국군이 즉위하여 효문왕이 되자 이인(자초)가 태자가 되었습니다. 태자가 된 이인의 영향력으로 조희와 아들 정도 진나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미 고령이 된 효문왕 안국군이 즉위 1년 만에 죽자 드디어 이인이 장양왕이 됩니다. 그러자 여불위는 승상이 되어 비선이 아닌 정권의 실세가 됩니다.

잠시 대만친구와 사업을 시작했던 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88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에 남대문에 있던 등산장비 판매점에서 물건을 수입해가던 대만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명 보따리 장사였는데 그와 몇 번 만나다 의기투합 저는 89년에 무역회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그 친구에게 했던 이야기가 여불위가 했던 이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저는 거상의 꿈도 정치적 야망도 전혀 없는 지금처럼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준비 대신 도서관에서 읽었던 사기 열전의 감명이 계기가 되었고, 4년 연상의 그 친구는 아직까지도 실력 이상으로 저를 대우해줍니다.

‘정직이 최선의 비즈니스!’라는 생각으로 경제적으로 열악한 저의 상황을 설명했고, ‘당신이 경쟁력을 가져야 대만에서 성공을 할 수 있고, 그래야 나도 발전을 한다.’며 먼저 상대방을 배려하였습니다. 대만에서 원하는 물건을 통보하면 공장을 직접 찾고, 친구에게 연락을 합니다. 그러면 돈을 들고 와서 제게 맡기고 공장에 가서 가격 흥정과 수량은 본인이 직접 하였지요.

처음에는 몇 백만 원 어치의 물건을 일 년에 2-3번 가져가던 물량이 점점 늘어나 몇 년 안 되어 억대의 금액에 매월 한 컨테이너 물량으로 늘어났습니다.

둘 다 주량이 형편이 없어서 맥주 한잔, 많아야 두 잔 겨우 마셨는데, 어느 날 술잔을 앞에 놓고 그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미화 10만 불이면 제게는 엄청난 액수였지요. 친구에게, “나를 어떻게 믿고 그리 큰돈을 주느냐? 만약 내가 컨테이너에 돌덩이를 넣어 보내고 잠적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

잠시 침묵을 하던 그 친구가, “아마도 너를 미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하면 김동호가 그랬을까? 내 운이 없었다고 생각 할 것이다.” 그러더니 덧붙여 ‘자기는 처음부터 절대로 사람을 믿지 않는다. 처음에 0에서부터 조금씩 그 사람의 신용을 높여간다.’ 라고.

▲ 88년 처음 만나 30 여년을 친구처럼 동생처럼 도움을 주는 대만의 伍惟堅(우측)과 그의 부인. 올 9월 미 서부 국립 공원 여행중 Bryce Canyon에서.

많은 한국 사람들 술자리가 무르익으면 모두가 십년지기 백년지기가 되어 왜 이제야 만났느냐며 한탄을 하다가, 어느 날 뒤통수 맞았다며 칼부림하는 일들 비일비재하던데, 덕분에 우리나라 연속극 소재는 마르고 닳지도 않습니다.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동호 주주통신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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