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서 쫓겨난 고양이는 어디로 갈까?

▲ 사진출처(http://openphoto.net/gallery/image/view/16760. Cat and Mouse]

아파트 시설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은 고양이와 쥐 등이 아파트 전기, 수도 시설에 입히는 손해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한국안전공사가 2001년에 실행한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선로에 쥐나 고양이 등의 머리나 꼬리가 닿아 단락이 발생하여 퓨즈가 용단되는 사고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주거 공간 내의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들이 계속해서 마련되었다. 고양이나 기타 동물들이 지하 시설에 일절 침입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설계가 최근 지어지는 건물에는 적용되고 있다. 또한 주거시설 인근의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들을 헤집지 못하도록 고양이나 개가 기피하는 성분을 바른 쓰레기봉투를 판매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근원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쓰레기장과 지하시설에서 쫓겨난 고양이들이 향한 곳은 지하 주차장과 놀이터였다. 비교적 사람의 발길이 많은 장소지만 이제는 흔하게 고양이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들어 고양이들이 놀이터 주변에 있어 아이들이 이용할 수 없다는 민원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자주 들어온다고 한다. 고양이를 쫓아낸다 해도 곤란한 건 마찬가지이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길고양이들이 머무르던 곳에서 몸을 맞대며 놀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놀이기구에 묻어있을 고양이 분뇨는 알레르기와 클라미디아 같은 호흡기 질환, 백 선과 같은 피부질환을 일으킨다. 오줌 냄새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도 피한다고 한다.

지하주차장의 길고양이 문제도 심각하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고양이들이 아늑한 자동차 엔진부 쪽으로 들어가 머물면서 오줌을 싸거나 심하면 시동이 걸렸는데도 나오지 못해 사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2015년 10월 경, 아파트 화단에서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초등학생이 던진 벽돌에 맞아 사망한 ‘용인 캣맘 사망 사건’이 있었다.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사망사건과는 무관하게 공공주거 공간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에게 어떤 인식을 할지에 대해서 논란이 벌어졌다.

‘용인 캣맘 사망 사건’으로 캣맘에 대한 논란이 커진 이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길고양이에 대한 논의가 식지 않고 계속되는 중이다. 길고양이를 주거단지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대부분 소음과 동물의 대소변을 문제 삼는다. 반면 고양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캣맘’ 측은 이러한 먹이 제공 및 돌봄은 인간이 기르다 버려진 동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적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구성원 간 의견 대립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점점 감정의 문제로 번져 지난 6월 경기도 안양에서는 한 주민이 ‘캣맘’으로 알려진 주민의 집 앞에 잔혹하게 죽인 새끼 고양이의 사체를 놓고 가는 등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길고양이 중성화(TNR)’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중성화된 길고양이는 번식기에 울음소리를 내지 않아 시민들의 소음피해를 줄인다. 또한 활동영역이 줄어들어 쓰레기봉투 훼손이나 수컷끼리의 투쟁 등도 줄어 시민불편을 크게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어,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서울시에서는 길고양이 중성화사업 전 과정을 온라인에 공개하여 인도적이면서도 적극적인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 사업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안락사보다 인도적이며 개체 수를 줄이려는 방법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이다. 길고양이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근원적인 개체 수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기대된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조재연 대학생 기자  choff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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