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혹은 100만이 모였단다. 연말이면 가족과 모여 식사하는 날인데... 다들 참 어지간하지 싶다.

김장하는 날 하루만 빼고 매주 토요일이면 광화문광장에 나가는 남편이 오랜만에 토요일 출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신년 계획서 일이 마무리 되는대로 연락할 테니, 준비하고 있으라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5시가 넘도록 집에 올 생각을 않는다. 먼저 나가 본집회에 참가하고 있으면 찾으러 온다고 해서 혼자 휘적휘적 쓸쓸히 ‘문화공간 온’으로 향했다.

▲ 이정심 '문화공간 온' 조합원과 함께

엥~ 그런데 웬일? ‘문화공간 온’에 가니 깃발을 들고 나갈 사람이 나 혼자다. 자원봉사 오신 이정심 '문화공간 온’ 조합원님을 꼬드겨 같이 갔다. 이정심님은 ‘문화공간 온’ 깃발을 들고, 나는 <한겨레:온> 깃발을 들고 광화문으로 향했다. 늘 가는 장소인 세종대왕 상 뒤쪽에 자리를 잡고, 혹시나 찾아오실 통신원이 있을까 싶어 사진부터 찍어서 올리고 나니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이 깃발은 뒤로 가란다. 뒤에 가 있으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했다. 세종대왕 뒤쪽을 빠져나와 옆으로 가서 다시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는 집회에 참가했다.

▲ 세종대왕님도 하늘에서 기가막힐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으로 말하는 대통령이...
▲ 사랑스런 아이들이 떳떳한 사회에서 살게 하기 위하여

늘 김진표 중앙위원장이 깃발을 들었는데... 깃발 드는 것이 만만치 않다. 길이가 짧은 편이라 높이 들어야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고, 힘들어서 좀 낮게 들으면 깃발이 뒤에 사람들 얼굴에 닿아서 눈치가 보인다. 그동안 김진표 위원장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겠다. 다른 깃발들처럼 높이가 좀 있는 깃발대를 장착했으면 싶다.

▲ 쌍둥이 깃발

다행히 돌화분 위에 자리가 나서 우리 두 사람이 돌화분 위에 올라갔다. 이정심님은 연세가 나보다 많은데도 나보다 힘이 좋다. 아니 열정이 센 건가? 그 작은 몸으로 연신 깃발을 휘날리신다. 나는 그저 간신히 들고 있는 수준인데.... 그래도 노래가 나오고 좀 높은 데서 보니 촛불 든 군중의 모습이 너무나 멋져 힘든 걸 잊는다. 흥이 없는 내가 전인권 노래가 나올때는 살짝살짝 흔들흔들 춤도 췄다. 동영상으로 얼마나 흥이 있었는지 함 보시라.

 

 

 

본행사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되었다. 이정심 선생님은 봉사 차 ‘문화공간 온’에 가야했다. ‘문화공간 온’ 깃발과 <한겨레:온> 깃발을 다 들 수 없어서, 혼자 <한겨레:온> 깃발만 들고 청운동으로 향했다. 청운동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 사람들에게 밀려가듯 갔다. 지쳐서 그런지 <한겨레:온> 깃발이 자꾸 내려갔다. 워낙 사람이 많으니까 깃발로 인해 뒤에 오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으려면 높이 들어야 하는데 팔이 자꾸 처졌다. 헌재 방향을 보니 사람들이 훨씬 적었다. 헌재로 방향을 틀어 어깨에 깃발을 내려놓고 천천히 걸었다.

헌재 앞은 경찰 차벽에 막혀 진입할 수 없었다. 차벽 반대편에서도 사람들이 모여 축포를 터트리고 있었다. “조기탄핵”이라고 열심히 소리 질렀는데.. 옆에 앉은 강아지들도 엄마를 쫓아 꽥꽥 됐다.

▲ 헌재 앞 엄마가 "박근혜 탄핵" 그러면 "꽥꽥"하는 강아지

헌재는 강아지까지 데리고 나온 이 엄마의 간절함을 알까? 국민, 세계, 동아 세 언론사의 ‘신년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70~80%는 헌재가 탄핵안을 인용해야 한다고 했고, 최대한 조기 탄핵은 70%~77% 정도, 탄핵 전 자진사퇴도 67.2%가 선택했다고 하니 헌재도 이를 잘 알고 있겠지. 상식적인 판단만 해줘도 되는데 보수성향이 더 많다고 하니 은근히 걱정도 된다. 그들이 진짜 보수라면 걱정도 하지 않지만.... 보통 보수주의자라고 자칭하는 수구주의자들 말고 참보수주의자들이 추구하는 덕목이 이렇다. 원칙성, 도덕성, 일관성, 책임감, 전통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이 보수의 6가지 덕목을 가지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 헌재 앞에서

그런데 한 번은 따지고 가야할 것이 있다. 예전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정말 놀란 적이 있다. 바로 행정도시 특별법이 '관습헌법'에 위배된다고 했을 때였다. 고등학생이면 다 알 수 있는 법에 관한 상식을 송두리째 뒤집어준 관습헌법 최고주의!! 그것도 '관습법'이 아니라 '관습헌법'이란 용어까지 만들어 알려주었다. 우리나라 법은 성문법 우선주의를 따르고 있어 불문법이 성문법의 하위에 있다고 배웠는데 갑자기 불문법의 일종이라 생각되는 '관습헌법'이 등장해서 내귀를 의심했었다.

이런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관들. 믿어도 되나? 임명부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믿어도 되나?

헌법재판소가 있는 나라는 전 세계 40여개 나라다. 그 중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 독일의 헌법재판관들은 법조계 인사, 법학 교수, 공무원, 정치인 가운데서 선출된다. 임기는 12년, 연임할 수 없다. 구성원의 반은 연방 상원에서 선출되고 나머지 반은 연방 하원의 특별위원회에서 선출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연합세력이 재판소 조직 등을 멋대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6년 연임제의 9명의 헌법재판관 중 3명은 국회 선출, 다른 3명은 대법원장 지명하고 대통령이 임명, 나머지 3명은 대통령이 지명,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임명 후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회 동의로 선출된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누가 임명?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 그러므로 국회에서 다수가 여당이라면 1명 정도 야당의 자리로 배치될 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여당의 몫이다. 만에 하나, 같은 성향의 정권이 계속 집권한다면 편향된 헌법재판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 헌재재판관 임명에 관한 법도 확~ 바꾸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 헌재 앞에서

<한겨레:온> 깃발을 어깨에 툭 떨어뜨리고 ‘문화공간 온’으로 갔다. 늦게라도 보신각의 ‘송박영신(送朴迎新)’ 행사에 참가하겠다고 남편에게서 문자가 왔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기다림에 지친 나는, 힘든 나를 데리러 왔다며 차를 끌고 온 남편이 고마울까? 미울까?

▲ 보신각 앞에서 신년 맞이 풍물패 놀이

지난 1월 1일 첫날부터, 변명으로 일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를 보았다. 박 대통령은 권한이 정지되었는데 ‘권한 정지’가 의미하는 바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자들을 불러 간담회를 연 것이니 말이다. 휴대폰, 카메라 노트북 모두를 금지하고 수첩과 펜만 갖고 들어오라고 하고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모르는 어린 아이처럼 ‘내 잘못 아닙니다. 통치행위입니다.’ 로 억지를 부리다 끝난 것 같다. 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의 자세와 눈빛을 봐라. 그들의 표정에서 박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 불신하고 그 거짓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95%의 국민은 박대통령의 발언을 단 하나도 믿지 않는다. 박대통령은 국민감정에 불을 붙이는 데 천부적인 재주를 타고 난 것 같다. 이번 주말엔 엄마 모시고 온천에 좀 갔다 올까 했는데, 아무래도 천불을 식히려면 이번 주도 광화문광장에서 소리높이 외쳐야겠다. 그땐 남편이 시작부터 함께 해주겠지.

"헌재는 설전 조기탄핵" "설날에는 가족과 함께" 

▲ 박근혜 즉각퇴진 강아지

관련기사 : <신년 여론조사>"朴, 탄핵前 자진사퇴" 67.2% "헌재결정 기다려야" 31.0%http://v.media.daum.net/v/20161230111018001

관련기사 : 국민 10명중 8명 "헌재, 朴대통령 탄핵안 받아들여야" http://v.media.daum.net/v/20170102030224102

관련기사 : [신년 여론조사] 국민 77% "헌재, 대통령 탄핵 인용할 것" http://v.media.daum.net/v/20170101182816990

참고 자료 : http://enc.daum.net/dic100/contents.do?query1=b05d0908a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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