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해제 당하고 기자로 거길 뭐하러 갔나? 변명들어주려고?

지난 1일 우리나라 역사상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길거리에서나 시장바닥이 아닌 우리나라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정에도 없고 사전에 통보도 없이 갑작스런 신년기자간담회를 소집하였다는데, 참석하는 기자들에게 카메라, 녹음기, 노트북과 휴대폰은 두고 수첩과 펜만 들고 입장하라고 했단다.

나는 이 기자간담회에 대해서 무어라 평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이런 의문이 생긴다.

첫째로 간담회를 주최하는 사람의 신분 문제이다. 분명 지금은 대통령의 자격이 박탈당한 상태이다. 그러므로 대통령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여는 것은 불법이다. 개인의 자격으로 기자들에게 무장해제를 하고 들어오라?

둘째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기자간담회장에 오는 기자들에게 무장해제를 하고 들어오라는 것은 독재적 발상이다. 기자란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가? 그런 기자들에게 녹음기도, 노트북도, 휴대폰도 없이 들어오라는 것은 완전히 무장해제를 하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셋째, 참석한 기자들에게 제대로 판단을 한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묻고 싶다. 총칼을 다 놓고 전장에 나간 군인들이 무엇을 하겠다는 말인가?

적어도 기자로서 양심이나 자존심이 살아있다면 거절을 하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하고, 일방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만 하자는 것인데 그 말을 들어주러 가야 하였는지 묻고 싶다.

지금 그 결과가 어떠한가?

취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기자들이 들은 것이 없어서인지, 모든 언론들은 청와대에서 편집하여 내보낸 영상만을 틀어대고 있다. 아무런 대안이나 대항기사도 없이 일방적인 청와대의 변명만을 국민들은 듣고 있다. 이게 무슨 기자인가? 반드시 자신이 취재를 한 기사를 보내야 하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보도 자료나 가져다 베끼는 것이 무슨 기자인가? 하물며 앞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자기변명을 자기 마음대로 편집하여 내보내게 해주었는데, 이것은 기자로서 업무태만이요, 직무유기이다.

이것은 대통령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간담회의 주요 내용으로 알려진 것은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새해를 맞는 소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관련 입장, 세월호 참사 당시 '사라진 7시간' 등에 대한 본인 입장을 털어놨다.’ 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이야기가 아니라 순전히 자기변명만을 늘어놓은 것이다.

세월호 7시간에 대해서 그 시간에 무엇을 하고 있었다는 단 한 마디의 해명은 없고, 오직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이 다 거짓말이고 찌라시라는 듯 한 변명뿐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지금까지 “000은 아니다.” “000도 아니다.“ ”000도 아니다.“는 변명은 수없이 들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또 그런 변명뿐이었다. 그 동안 무엇을 하였다는 말은 하지 않으니까 더 궁금하고 각종 루머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청와대 출입기자라는 엘리트 기자들은 이런 변명을 들어주고, 그런 영상에 들러리로 나와서 고개를 끄덕이며 조연도 아닌 알바생 같은 모습을 연출하고 말았다.

그런 간담회의 모습을 본 류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고, “내 공식일정표에 기록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76996.html?_fr=mt2#csidx5b53d299fee33c8837cc3a5dfcb2af1

그날 참석한 기자들은 사실을 제대로 묻지 못했다. 그냥 들어주는 입장에 처하다 보니 좀 더 따지고 질의를 하지 못하여 일방통행식의 의사 전달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엉터리 언론 플레이에 놀아난 기자들의 행태 때문에 일어난 이 간담회에 대해서 노무현 전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겪은바 있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먼저 박 대통령은 현재 탄핵소추 대상으로 직무수행과 관련해 기관이나 공무원의 조력을 받을 수 없으며, 비서실이 기자단에 연락하고 동영상 편집·배포, 간담회 배석 등 지원 업무를 청와대 공무원들이 했다면 이것은 불법성이 있으므로 검토돼야 한다. 또한 청와대 내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은 직무 관련성이 높아 불법성이 있는지 검토돼야 하고, 기자단의 연락 주체도 '대통령'인지 '개인 박근혜'인지도 판단해 불법성을 가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현재 재판의 당사자로서 재판 절차를 통해 발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자간담회라는 형식을 띤 것이 적법의 범위에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불법성 유무를 강도 높게 제기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들에게 또 한 번의 실망을 주었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동정이나 긍정이 아닌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부각 되지 않았나 싶다. 촛불 민심과 국민들의 허탈한 마음에 불을 지피고, 화를 북돋우는 짓이 되고 말았다.

또한 기자간담회에 협조 차 출연하여 들러리를 서고 만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엑스트라로서도 제 몫을 하지 못한 허수아비 짓을 하였다는 국민들의 지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식 기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청와대 제공 영상에 들러리나 섰기 때문이다.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김선태 주주통신원  ksuntae@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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