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원 칼럼]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비선의 권한 행사

'중대'하고 '명백'해야만 하는, '비선실세'의 판단에 결정되는 소추의 향배 이대원 주주통신원l승인2017.01.08l수정2017.01.0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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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탄핵소추로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 나라의 주인이며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의사와 신임을 배반하는 권한행사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준엄한 헌법원칙을 재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2016년 12월 8일,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직무 정지된 행정수반 박근혜씨(65,여)에 대한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이렇게 했다.

장면을 건너뛰어 2016년 7월 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선 EXO, 그리고 인접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는 세븐틴의 콘서트가 나란히 열렸다.

공연 며칠 전부터 노숙을 불사하며 각국에서 모인 팬들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콘서트를 관람하고, 기획사가 특별 제작해 판매한 물품, 일명 '굿즈'를 수십만 원어치씩 사 든 후,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끝내고 '오빠들 욕 먹이지 않는 팬심'을 자신의 sns계정에 자랑스럽게 인증했다.

이렇게 인접한 공연장에서 두 아이돌이 맞붙는 경우, 환경미화원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자발적 경쟁심에 의해 뒷정리가 더욱 깔끔하게 끝나곤 한다. 요즘 아이돌 공연장은 기본적으로 지하철역 1~2개정도 길이에 해당하는 줄을 선 인파가 몰리지만 예전처럼 오물이 넘쳐나거나 몸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촛불집회나 월드컵 응원 때의 질서의식의 연장선에서 ‘잘 배운 어린세대’의 공로가 크다.


이런 젊은세대의 문화를 그대로 본뜬 움직임이 기성세대에게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시민의식의 성장’보단 오빠들 욕먹는게 싫은 ‘팬심’에 가까운 행태이다. ‘수구꼴통’이라는 오명을 감내하며 그들 방식의 ‘애국애족’을 고수하던 대한민국 박사모도 어느덧 시대에 발맞춰 이런 ‘팬심’을 발현하기 시작했다.

‘친박연대’라는 세계 정당사에 전무후무한 ‘팬심정당’을 만들어낸 입지전적인 인물이   박근혜대통령이었다. 그 신앙적 지지의 근원이 되는 ‘대한민국 박사모’는 여전히 탄핵반대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탄핵반대집회에 나온 박사모 회원들은 ‘크리스천의 입장’을 강변했다. ‘나라가 세운 정부에 순종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어겼다는 논리이다. 분명 로마서 13장 1절에는 ‘권세에 복종하라’는 문구가 있다. 그러나 이 구절은 독일 교회가 나치에 부역한 계기가 됐고, 전후 성찰하며 참회해야했던 역사적 아픔을 겪은 문장이다. 그리고 “세상의 권세로 하나님의 권세를 참칭해선 안되는 것”이 현재 정설이다.

기독교인이라 반대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욱 어불성설이다. 한국 개신교가 큰목사로 추앙하는 최태민은 원자경이라는 무명을 쓰던 무당이었고, 이후 퇴운이란 법명을 쓰던 승려였다. 한국 개신교가 ‘권세’라고 부르는 것의 근원이 그들이, 그리고 하나님이 ‘우상’이라 부르는 것이라면 한국 개신교의 존립 근거는 사라진다.

또한 박정희 전대통령부터 이어온 군사정권은 이사야 11장과 35장을 기반으로 만든 어린이찬송 [사막에 샘이넘쳐 흐르리라]를 금지시켰는데, 그 이유는 ‘공산주의의 찬양’이었다. 성경에 묘사되는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 이상향’을 군사정권은 ‘공산주의 찬양’으로 해석한 것이기에 기독교와 군사정권은 ‘함께 할래야 함께 해선 안되는’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박사모의 “하야가 타당하다면 법에 근거해 처벌하면 될 일인데, jtbc의 의혹 보도에 여론이 쏠려간 측면이 있다”는 비약에도 문제가 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은 형사피의자의 신분이다. 단, 대통령이라 그 혐의를 입증하는데 조심스럽고, 소추되지 않을 특권을 누렸을 뿐이다.

박사모측은 ‘팩트에 근거해 처벌’하라는데 그 팩트를 가리고 은폐하고 있는 것은 청와대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국정농단 청문회에 증인 출석은커녕, 증거물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한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고, 헌법 가치의 훼손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로 박근혜 대통령은 그것만으로도 탄핵되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논점은 그 이후에 등장한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 대통령을 ‘국민이 선출한 권력’ 국회가 탄핵했다. 대륙법을 채택한 우리나라의 법통은 거의 대부분 독일식을 따른다. 탄핵도 마찬가지, 독일의 '명백설'을 계승한다. 그런데 탄핵소추심판에 관한한 대한민국에만 적용되는 매우 독특한 문구가 추가된다. '중대명백설'

대통령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경우라도 헌법재판소가 판단하기에 '중대'하고 '명백'한 탄핵 사유가  없다면, 탄핵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선출된 권력의 탄핵'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가치판단'에 전권 위임한 꼴이다. '비선실세'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게 많이 들었어도 그 뜻을 이해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선출되지 않았으므로 '비선'이고, 실질적 권한을 가졌으므로 '실세'이다. 헌법재판관들, 그 '비선실세'가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탄핵된 대통령의 거취를 결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구성은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법조인 9명이다. 그중 3명은 대통령이, 3명은 대법원장이, 나머지 3명은 국회가 추천해 임명한다. 대법원장도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그래서 실질적으로 과반을 지배했던 새누리당 정권하에 구성된 헌법재판소는 여당대 야당의 비율이 8:1일수밖에 없다.

물론 '증거'를 통해 '법리적인 판단'만을 하는것이 헌재에 주어진 권한이지만, 그 권한의 근원은 결국 사법고시를 통과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상위를 점한 전국석차 100등 안의 커뮤니티가 결정하는 구조이다. 영국이나 미국식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실질적 '상원', 부와 학력이 세습되는 구조가 고착되는 헬조선 사회의 신귀족집단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중대하고 명백한 가치판단은 이제 국민이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처럼 학구열 높은 나라에서, 학벌 인플레가 심각한 나라에서 전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을 탄핵하는 '국가 중대사'를 [대대손손 세습한 권력에 가까운] 헌법재판관들에게 일임하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여기서 우리는 근원적인 의문을 가져야 한다. "비선실세의 죄를 비선실세가 묻는것이 '사회적 합의'라고 볼 수 있는가?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대원 주주통신원  bigmoth@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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