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칼럼] 촛불이 꺼진 후

김진표 주주통신원l승인2017.01.15l수정2017.01.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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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꺼진 후

추운 겨울에도 촛불은 여전히 꿋꿋하게 켜져 있다. 켜져 있을 뿐만 아니라 점점 강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석 달째 촛불은 매 회 평균 80만~100만개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특정 계층이나 이해관계자들이 아닌 국민 상당수의 공감대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야"구호는 사라진 지 오래다, 퇴진-구속에 이어 이제는 헌재의 신속한 심판을 주문하고 박근혜, 최순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그리고 황교안까지 구속하라는 구호가 나온 지 오래다. 관련자들의 불법 부정축재를 몰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월호의 진실을 요구하고 국정농단을 밝혀 헌법을 유린한 이적행위로까지 처벌하자고도 한다. 재벌도 해체하자고 한다. 모두 다 근거 있는 주장이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 광장에서의 정의

대통령은 다시 뽑힐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으며 이미 정치권은 이해관계와 셈법에 따라 이합집산이 시작되고 있다. 또 다시 국민이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될까 걱정이다.

해방이 되자 매국 부역자들이 옷을 갈아입고 독립지사로 둔갑하는 꼴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가깝게는 87년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이루어낸 후 다 된 밥에 코 빠뜨린 쓰라린 경험이 있고 3당 합당으로 정치권은 정체성도 없어지고, 척결의 대상이 개혁을 한다고 나서는 우스운 꼴이 되면서 우리 정치권은 그야말로 개판 오 분전이 되어 버렸다.

그 후 무엇이 바뀌었는가? 다 쓰러져가는 나라를 국민들이 금반지 팔고 허리띠 졸라매어 다시 일으켜 세웠지만 정작 국민들은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왜 다수의 민중은 늘 수탈만 당하고 사는 것일까?

더 큰 대의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마음,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사는 우직함, 나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모른 체하지 못하는 연약한 마음,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 낙관, 주어진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우직함, 이런 것들은 대부분의 일반적인 소시민의 모습일 것이다.

여기에서 어떠한 잘못 된 점은 찾을 수 없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잘못하면 벌을 받고 잘하면 상을 받는 당연한 시스템이 작동하여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였다. 법은 늘 강자 편에 있었고 가진 자에게 약했다. 법은 서민들에게는 숨 막히도록 너무나 촘촘한데, 정작 큰 도둑은 잡지 못하는 허점이 있다.

배가 고파 빵을 훔친 노숙자는 당연히 감옥에 가지만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하고 나라를 훔친 자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호위를 받으며 연금을 받는다. 가장 똑똑한 집단이 가장 많은 범법을 저지르고, 가장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목사가 단일 직군 중에서 가장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뒤 모습이 분명하다.

법은 혈연을 막지 못했고, 학연을 막지 못했고, 지연을 막지 못했고, 관행을 막지 못했고, 기득권을 막지 못했고, 전관예우도 막지 못했고, 편법과 탈법으로 누더기가 되었다.

그 중에 가장 큰 적은 기득권이 아니었을까? 아버지가 퇴출되어야 아들이 취직 할 수 있는 모순되고 일그러진 고용구조에서 성과 퇴출제에 내몰린 아버지는 기득권을 버릴 수도, 고집할 수도 없는 딱한 상황이고 그 아들은 아버지를 걱정 할 형편이 못 되는 처지이다. 우리 안에는 작든 크든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기득권이 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아버지이자 남편이자 친구이듯이 우리에게는 피탈자의 모습과 기득권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기득권 앞에서는 대부분 법과 원칙은 손쉽게 무력화 된다.  그 기득권들이 모이고 때로는 상충되고, 때로는 작당하여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낸다. 거기에서 공정한 게임의 룰은 이미 다른 세상 이야기가 된다.

어찌 보면 인지상정으로 좋은 게 좋다고 끼리끼리 내통하는 것이 우리는 기득권인지 몰랐다. 우리 안의 두 얼굴부터 바로잡아야 진정한 적폐청산, 부조리의 정상화가 가능하지 않을까? 누구 하나 물러서서 될 문제는 아니다, 누구 하나 때려잡아서 될 문제는 아니다. 시스템을 되살려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리라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돈 자랑하는 사람을 품위 떨어지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돈보다는 명예와 품위를 더 중요시 한다는 뜻일 게다. 그러나 아직 우리사회 어딘가 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돈을 좆아 목숨을 걸고 달려간다. 그 것을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다만 공정한 룰이 전제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목표 아닐까?

국민의 기본의무를 불법적으로 면탈한 자는 절대로 공무원 금지, 고위공직자가 비리나 부정을 저지르면 즉각 퇴출과 퇴직금 몰수, 음식물 가지고 장난치는 범죄는 무기징역, 일정 수 이상에게 피해를 끼친 중대 범죄는 사형 등, 이렇게 중형이 상식화 된다면 이 사회가 공정하게 변할까? 아마도 또 다른 편법과 탈법이 생겨날 것이다.

                                       ▲ 내 안의 정의

그래도 우리들 가까운 곳에서부터 하나씩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열한 번의 촛불 집회는 많은 사람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았고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구심점이 필요하다. 나부터, 아래로부터의 각성과 적폐청산이 필요하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엄정하고 공정한 법 집행이라 생각 한다.

촛불이 꺼진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광장에서 불의에 치를 떨고 정의를 부르짖던 우리가, 또 다시 내 안의 소소한 기득권과 편법의 달콤함에 길들여진 옛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추운 겨울 길바닥에서 치켜들었던 촛불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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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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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관홍 2017-01-15 14:34:09

    어떤 사람은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자치정부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보수는 보수끼리 진보는 진보끼리 살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경험으로 사람은 타고난 성격 무시 못한다고 봅니다. 도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어찌됐든 한겨레를 사랑하는 분들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셨으면 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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