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 전날 광화문에 다녀온 피로와 추운 날씨에 쉴까 하다가 관악산 설경이 궁금해 길을 나섰다. 산을 오르면 곧 ‘잘 왔구나!’ 혼자 좋아한다. 소나무에 목련꽃이 피어 있다. 눈꽃이다. 상고대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속 소나무가 생각난다. 공자도 한겨울 추워져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알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주위가 다 하얗게 변한 가운데 쌓인 눈 아래 보이는 푸르름이 더욱 빛난다. 그래서 예부터 눈꽃 핀 소나무를 그리도 좋아했나 보다. 옛 문인들은 송설화에서도 향이 난다고 했다. 이 향은 코가 아니라 귀로 느낀다 하여 문향(聞香)한다고 했다.
눈 덮인 소나무를 즐겨 그리기도 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오늘 눈 온 기념으로 산행 단체사진도 찍어본다.
눈이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다. 그것도 줄을 서서.
광화문 촛불을 닮은 눈도 만난다.
길을 지키는 해태바위도 눈으로 덮였다.
고양이가 혼자 걸어간 길을 따라가 본다.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지만 역시 눈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 모양이다. 신난다.
양지바른 곳 눈들은 녹아 흘러내리며 고드름이 되어 부처님을 지킨다.
멋진 설경을 바라보며 내려온다.
눈 덮인 산, 눈 덮인 소나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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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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