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눈이 내렸다. 전날 광화문에 다녀온 피로와 추운 날씨에 쉴까 하다가 관악산 설경이 궁금해 길을 나섰다. 산을 오르면 곧 ‘잘 왔구나!’ 혼자 좋아한다. 소나무에 목련꽃이 피어 있다. 눈꽃이다. 상고대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 목련을 닮은 눈꽃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속 소나무가 생각난다. 공자도 한겨울 추워져야 소나무의 푸르름을 알아 볼 수 있다고 했다.

▲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주위가 다 하얗게 변한 가운데 쌓인 눈 아래 보이는 푸르름이 더욱 빛난다. 그래서 예부터 눈꽃 핀 소나무를 그리도 좋아했나 보다. 옛 문인들은 송설화에서도 향이 난다고 했다. 이 향은 코가 아니라 귀로 느낀다 하여 문향(聞香)한다고 했다.

▲ 소나무위에 핀 눈꽃

눈 덮인 소나무를 즐겨 그리기도 했다.

▲ 능호관 이인상의 설송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

오늘 눈 온 기념으로 산행 단체사진도 찍어본다.

▲ 오늘 산행 단체사진

눈이 나무를 기어오르고 있다. 그것도 줄을 서서.

▲ 나무를 기어오르는 눈

광화문 촛불을 닮은 눈도 만난다.

▲ 촛불

길을 지키는 해태바위도 눈으로 덮였다.

▲ 눈덮인 해태

고양이가 혼자 걸어간 길을 따라가 본다.

▲ 고양이가 간 길

푹푹 빠지고, 미끄러지지만 역시 눈은 사람을 젊게 만드는 모양이다. 신난다.

▲ 푹푹 빠진다.

양지바른 곳 눈들은 녹아 흘러내리며 고드름이 되어 부처님을 지킨다.

▲ 고드름

멋진 설경을 바라보며 내려온다.

▲ 관악산 설경

눈 덮인 산, 눈 덮인 소나무 멋지다.

박효삼 편집위원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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