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한때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었다. 집을 짓고 높은 아파트를 세우고 집집마다 차를 소유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다. 아빠차 말고 엄마차도 한 대씩 더 놓았다. 그래서 좋은 집에 살고 좋은 가전제품으로 가득 채우고. 좋은 차를 타는데... 길이 막혀서 다닐 수가 없다. 이제 모든 것이 꽉 차 버린 도시는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더 열심히 더 열심히 잠 안 자고 밤새우며 일을 하면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 이 사회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성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제로섬 게임을 한다. 신용카드를 쥐어 주며 소비를 조장하고 그렇게 한 사람씩 자신의 신용을 팔아먹고 자폭한다. 누가 그것을 원하는 것일까?

스마트하고 샤프한 사람들은 정작 뒷구멍에서는 누군가의 배를 가르고 그들의 호주머니를 따먹는 일을 한다. 회칠한 무덤처럼 분식회계를 자행하는 기업들은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까? 성형수술과 화장빨, 조명빨, 포샵질로 분칠된 내 모습도 마찬가지다. 우린 왜 민낯을 내놓지 못하나? 자랑하고 과시하는 사람들은 너무 번쩍거려서 누군가의 눈을 아프게 한다. 세상의 낮은 곳과 가슴 아픈 곳은 애써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서서히 움직이며 그 자리로 내몰려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 한다. 시간만 흐를 뿐이다.

노자는 날카로운 것은 무디게 만들고, 덧칠한 것은 치워버리고, 눈부신 것은 부드럽게 하고, 낮은 곳에서 함께 거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우리 가슴은 시원하고, 세상은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 길은 비워져야 달릴 수 있다. 달릴 맛이 난다.

 

老子 4 章

 

道沖而用之, 或不盈.

길은 비워져야 제 구실을 하는 법.

꽉 차 있으면 꼼짝달싹도 못하거든.

늘 조금은 비어 있어야 하는 것,

그것이 도의 이치인 것이지.

 

淵兮! 似萬物之宗.

아하! 그 뜻이 매우 깊네!

세상만물의 으뜸이라고 할 수 있네!

 

挫其銳, 解其粉;

날카로운 것은 위험하니 무디게 만들자.

뿌옇게 덧발라 놓은 것들은 속시원히 걷어내 버리자.

和其光, 同其塵.

쓸데없이 번쩍거리는 것들은 부드러운 빛으로 바꾸어 주고

낡은 밥상에 둘러앉은 식구처럼 더불어 함께 부둥켜 지내니

 

湛兮! 似或存.

세상살이가 가을하늘처럼 말갛구나!

이제야 사람 사는 것 같이 느껴지는구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길이라던가, 도라던가...

뉘집 자식인지는 잘 모르겠네만

상제보다도 한 수 위인 것 같네.

도덕경’은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도가철학의 시조인 노자(老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책이다. 약 5,000언(言), 81장으로 되어 있으며, 상편 37장의 내용을 '도경(道經)', 하편 44장의 내용을 '덕경(德經)'이라고 한다. ‘도덕경’의 사상은 한마디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사상이라고 한다. 무위(無爲)는 ‘도는 언제나 무위이지만 하지 않는 일이 없다(道常無爲而無不爲).’의 무위이고, 자연(自然)은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天法道道法自然).’의 자연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도덕경’의 사상은 모든 거짓됨과 인위적인 것에서 벗어나려는 사상이다. [편집자 주]

편집: 양성숙 부에디터

조정미 주주통신원  neoe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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