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통신] 김태평 주주통신원(한국폴리텍대학 교수)

기업 대표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 취업한 학생이 기술은 물론 인성 면에서도 훌륭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쁨으로 가슴이 벅차고 절로 나오는 웃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교육자의 보람과 기쁨은 이런 건가 보다.

30년 넘게 직업교육훈련 분야에서 일해온 나는 2006년 공개채용을 통해 한국폴리텍대학의 한 지역 학장으로 부임했다. 우리 대학은 농업경제에서 공업경제로 도약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45년간 220만 기술기능인력을 양성했다. 그분들은 산업역군으로 국가발전의 초석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모두 이분들의 피땀 어린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출처 : 한겨레. 일반적인 강의 모습. 참교육을 위해서는 공장식과 일방식 강의를 지양해야 한다.

한국폴리텍대학은 특히 경제활동을 할 수 있거나 하기를 원하는 시니어에겐 훌륭한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다양한 재교육을 실시해 제2 인생 출발의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약자를 잘 살게 하는 것이 정의다. 넘치는 곳에서 덜어 모자란 곳을 채우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고 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경쟁의 잣대로 넘치는 곳을 더 지원하고 부족한 곳은 아예 없애버린다.

▲ 출처 : 한겨레. 한국폴리텍대학 로고. 현장형 실무교육의 산실.

사람에게 경쟁논리를 적용하면 부족한 사람은 없어져야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약자로 살 가능성이 큰 세상이다.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새 삶을 응원하고 실제로 돕는 일을 하는 나의 직업은 그래서 복되고 자랑스럽다.

직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다.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사고까지 지배한다. 직장은 삶의 터전이자 인생 그 자체다. 다른 사람의 직업, 아니 그들의 인생에 도움 주고 함께한다는 것은 내게 큰 복이다.

이제 학과에서 평교원으로 근무하면서 학생들을 위해 살자고 다짐한다. 하지만 생각만 앞서고 행동이 따르지 못한다. 길들여진 탓이다. 초임 시절 정열로 돌아가기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한 사람의 길이라도 제대로 안내할 수 있는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데 그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 최소한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되지 않도록 다짐한다.

 

김태평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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