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는 촛불꽃을 피운다

그가 왔다. 오늘 2월 10일 저녁 6시, 경주역 광장에 김제동이 왔다.

꽃샘추위도 기어코 그를 보겠다며, 단단히 벼른 칼바람을 앞세우고 광장을 장악했다. 봄의 전령사인 꽃샘은 아름다운 봄날을 무심히 선물하지 않는다.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이겨야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린다.

지금 우리가 겪는 초유의 국정농단에 꽝꽝 언 가슴들이 봄을 갈망하느라 둥글게 겹겹 모였다. 그 한가운데 작고 못생긴 남자, 김제동이 섰다. 그는 알찬 밤톨을 닮았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이 나라의 소망들이 긴 겨울밤 촛불을 밝히며 봄을 고대한다. 너무 부끄럽게 망가진 나라를 치유하고자 따뜻한 방안의 평온을 물리치고 겨울바람에 맞선다.

김제동, 그는 우리에게 꽃망울 같은 약속이다. 진정한 애국이 무엇인지 그는 태극무늬 같은 향기를 뿜으며 참 친근히 우리들과 어울렸다. 서울경기보다 경상도 소도시 경주에 더 어울리는 남자다. 그는 우리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의 이야기에 우리들은 귀기울였다. 그러면 된다. 희한한 불통의 박근혜가 아닌, 이런 사람이면 된다.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순간이 진실이다. 그래야 사람이 사람다운 것이다.

참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는 우리들에게서 행복을 가져갔다. 이거면 충분하다. 참말이 넘치는 진정성의 공간에서 피차 행복하면 삶은 넉넉하다.

어린아이들부터 칠순의 어르신까지 꽃샘을 이기며, 반드시 촛불꽃이 개화할 봄을 희망한다.

촛불 대신, 방방곡곡에 봄꽃의 웃음소리가 환성처럼 터질 때, 다시 한 번 그를 만나고 싶다. 김제동, 그는 속이 후련해지는 우리들의 대변인이다.

 

 

편집: 안지애 편집위원

이미진 객원편집위원  lmijin0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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