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의 입에서 해답을 찾다

엊그제 눈이 내리던 날, 하얀 눈꽃 속에서 핀 붉은 동백꽃을 보았다. 동백꽃은 아마 봄이 곧 올 것이라는 것을 먼저 알아챈 모양이다. 지금 우리 나라의 전국 고을고을마다 피어오르는 촛불도 1000만 개를 넘어섰다. 민주주의를 불러 올 촛불이다.

그런데, 아직도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고 있고, 국방부는 싸드 배치를 그대로 추진한다 하고, 외교부는 위안부소녀상을 철거하려 하고, 입법부의 재벌 개혁 의지는 미덥지가 않다. 또한 세월호의 진실은 전혀 밝혀지지 않았고, 백남기 농민을 죽인 자는 처벌받지 않고 있고,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똬리를 틀고 앉아 몽니를 부리며 탄핵을 기각시킬 궁리를 하고 있고, 박근혜의 성골 부역자들은 ‘모른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더니 이제 뉴스조작질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걱정을 한다. 또 4‧19와 같은, 5‧18과 같은, 6월항쟁과 같은 미완성의 혁명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희망은 위대한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목소리에서 찾을 수 있었다. 광화문에서 발언대에 오른 어떤 청소노동자는 ‘청소 한 번 해가지고 깨끗해지지 않는다.’라며 ‘자기들은 날마다 쓸고 닦고 한다.’라고 하였다. 해답은 거기 있는 것 같다.

청소노동자들이 날마다 청소하듯 촛불은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고 들고 또 들어서 과거를 청산하고, 또 청산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혼자서 안 되면 둘이서 하고, 둘이서 안 되면 수천 수만 명이 하면 된다는 것도 촛불집회를 통해서 배웠다. 수입쇠고기, 4대강 사업, 대선 부정, 세월호 침몰 등에 항의할 때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정권이 수십만이 모이고 수백만이 모이니까 달라졌다.

그게 민주주의이다. 국민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을 광장에서 배우고 있다.

다만 이번의 촛불이 단순하게 대통령 한 명 바꾸는 것으로 끝나면 또 ‘죽써서 개줬다’는 한탄의 소리가 나올 것이다. 지금 상태대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을 인용해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진다면 ‘죽써서 개줬다’는 소리가 나올 개연성은 충분하다. 촛불은 꺼지지 않고 있지만 이미 촛불의 위력이 정치권의 계략질에 휩쓸려가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탄핵은 분명 국민의 촛불이 이루어냈음에도 공은 헌법재판소가 가져가게 될 것이고, 정치권은 정체성에 상관 없이 자신의 세를 불리려는 합종연횡을 할 지도 모른다. 국민들은 대통령 후보들 간의 정책비교보다는 선호도를 정해놓고 비난하기 일쑤다. 우리 국민이 당면한 생태적 불행인지도 모른다.

그간 우리국민은 지역감정의 골에 얽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도 선택하지도 못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경제 정책이든 사회 정책이든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어떤 정당이나 후보를 좋아해서 투표하기 보다는 특정 정당을 싫어해서 좋아하지도 않은 정당에 어쩔 수 없이 투표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서서히 지역감정의 골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후보를 쳐다보기 전에 정치개혁의 틀을 만들어야 하고, 사회구조개혁의 틀을 만들어가야 한다.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정치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내가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구조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그 상을 제시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를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동안 적폐를 만들어온 정권, 재벌, 국회, 검찰, 언론, 교육 등을 어떤 전략을 세워 개혁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한편에서는 대통령 바뀐다고 얼마나 바뀌겠느냐고 탄핵 이후를 걱정하는 이도 있다. 이 또한 헌재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의 시원한 발언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 분은 최순실의 어처구니 없는 악다구니를 보면서 ‘염병하네’라고 외쳤다. 그 청소노동자는 며칠 후에 광화문 발언대에 서서 ‘최순실이 어디 감히 민주주의를 외치느냐’면서 분노감에 자신도 모르게 ‘염병하네’ 소리가 나왔다고 하였다.

그렇다. 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모든 적폐를 보면 우리는 ‘염병하네’라고 외치면서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염병하네’를 외치면서 또 쓸고 닦고, 또 쓸고 닦고 하면 적폐는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편집 : 심창식 편집위원

이현종 주주통신원  hhjj5599@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